1968년 1·21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을지연습은 1976년 포커스렌즈 군사훈련과 통합하여 ‘을지포커스렌즈훈련’으로 병행 실시해 왔다. 훈련명칭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을지태극연습, 그리고 을지자유의방패(UFS)연습 등으로 바뀌었지만 훈련 규모·방법·내용은 유사하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처음 실시하는 올해 UFS연습은 상징성과 내우외환의 안보정세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기회라는 의미도 있다. 그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군이 올해 연습을 국가총력전 개념으로 확대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문재인정부에서 을지연습과 한·미연합훈련 등을 축소·조정·중단하여 망가진 국가총력전 수행체제의 복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 내내 정부·군의 훈련 경험자 전보와 퇴직, 무경험 실무·관리자 양산에 이어 최근 임명된 각급 행정·공공기관장 등은 훈련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굳이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주기까지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금년 UFS연습은 큰 욕심을 내기보다 헝클어진 국가총력전체제 되살리기에 목표를 두는 게 합리적이고 본다. 이러한 차원에서 연습 방향과 다루어야 할 주요 사항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전시 전환절차 훈련 기본기 복원과 숙달이다. 정부는 국가동원령과 같은 각종 사태 선포절차, 전시 직제편성 및 정부기관 소산·이동, 부처별 전시 창설기구 설치·운영 등 개인·기관의 전시 전환절차 숙달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군 또한 한·미연합위기관리체계 가동, 평시 작전통제권 이양절차, 전시 증원연습(RSOI) 협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실시간 정보공유에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선 곤란하다. 정부와 군은 충무사태별·전쟁단계별 조치, 한·미연합위기관리, 전투준비태세 등도 확인·숙달해야 한다.
둘째, 전쟁지도본부 의사결정 연습과 한·미 전력증원·전개훈련이다. 국가통수권자와 전쟁지도본부의 전쟁국면 전환, 전시외교, 자원동원과 전장(戰場)투사(projection) 같은 부문의 의사결정 연습은 필수다. 전쟁 지속성 유지나 공세(攻勢)이전 등 전쟁지도는 동원율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군도 그간 소홀했던 전시 미군 증원전력 한반도 전개·통합, 북한 핵공격 억제방안 등을 확인·보완해야 한다. 평시 체득훈련 없이 유사시 조건반사적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셋째, 전시 국가동원체제 가동훈련이다. 전시 군사작전 지원·정부기능 유지·국민생활안정을 위해 행정기관과 동원업체의 임무수행절차 즉 동원영장 교부, 인도인접 및 전방전개 그리고 주민생필품 배급체계 등이 정상 가동되어야 한다. 또한 해외 원·부자재 수입, 전력·철도·항만 등 중요 시설 긴급복구, 공산품 시제품 생산도 필수적이다. 군은 전쟁단계별 군소요 대비 동원 자원의 충족률 판단 및 정부와의 협의, 증·창설부대 편성 및 전방전개, 병참선 방호 그리고 북 핵공격 억제 및 대응 훈련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넷째, 변화된 현실에 부합된 전시대비 업무인프라 개선이다. 동원환경변화에 맞게 대상자원·업체 등 재검토·조정과, 단종(斷種)·노후화·내구연한초과 장비·물자품목의 대(교)체·폐기 그리고 동원품목 다양화 등 총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오늘날 단기속결전 양상에 맞게 동원단계 조정과 동원소요 재판단 등 개선과제 도출도 도외시할 수 없다. 이 외에 전시대기법 평시법화, 국가핵심기반 지정과 보호대책 개선, 그리고 통합방위기구의 계선 불일치와 현역 합참의장의 본부장체제 타당성 등도 살펴야 할 부분이다.
끝으로 비상대비훈련과 담당자 업무 전문성 강화이다. 현재 재난안전훈련과 을지연습으로 구분해 실시하는 국가위기대응훈련을 가치사슬(value chain)에 맞게 하나로 묶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가칭)국가위기대응 종합훈련’을 재설계하여 년 1회 훈련하는 방안을 도입 검토해야 한다.또한 업무담당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비상대비 민방위직렬 신설이 요구된다. 재난분야의 경우 2013년 방재안전직렬을 신설해 임용된 공무원을 국가·지자체에 배치해 운용 중이다.
고대 로마제국은 지도층의 타락과 공공성 상실 그리고 군사훈련 소홀로 멸망하였다. 주술(呪術)적 평화론과 대화로 나라 지킨다는 포퓰리즘으로 망가뜨린 국가총력전체제 복원 없이 국가 주권과 국민 보호는 허상일 뿐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경구는 지금도 유효하다. 평시 유비무환을 등한시하다 외침을 당해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UFS연습이 중요한 까닭이다.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는 사실을 알려줄 뿐 교훈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