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주하고 노래 부르니 사람의 한평생 얼마나 되겠는가. 산다는 건 아침이슬 같은데 지나온 세월 고생이 가득하더라. 탄식 섞인 노래를 부르니 근심이 깊어지누나. 무엇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우 우 사슴이 울며 들판의 쑥을 뜯는다. 그대가 내게 온다면 북 치고 비파 타고 피리 불리라. 환하고 밝은 달 같은 그대, 언제쯤 내게로 기울려나. 안타까운 마음 끊어낼 길이 없구나….”
중국 후한 말기, 난세를 평정하고 천하통일을 이루고자 유비‧손권과 세력을 다퉜던 삼국지의 주인공 조조의 시 ‘단가행’(短歌行)의 일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의 주인공은 유비이지만 실제 역사에서 삼국지의 주인공은 조조였다.
조조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 덕분에 일반적으로 ‘난세의 간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위·촉·오 3국의 정사(正史)를 다룬 진수(陳壽)의 ‘삼국지’에서는 그를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지도자로 평가했다. 조조는 뛰어난 정치가이자 군사전략가로, 후한의 뒤를 이어 위나라 건국의 기초를 닦았다. 뿐만 아니라 음악과 그림·글씨에 능했고 두 아들 조비‧조식과 함께 삼조(三曹)로 불리며 후한 말기 건안문학을 이끈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특기할 것은 조조가 중국의 춘추시대 손무(孫武)가 쓴 병법서 ‘손자병법’의 요점을 추려 놓은 ‘손자약해’의 저자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인류 최고의 병법서로 전해지는 ‘손자병법’은 사실은 조조가 쓴 ‘손자약해’이다. 이 책은 요즘에도 비즈니스·정치·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둥도, 18세기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이것을 읽고 참고했을 정도다.
‘손자약해’는 조조가 직접 쓴 서문과 ‘손자병법’ 원문을 알기 쉽게 축약하고 주해를 단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손자약해’를 보면 전장에서도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그의 폭넓은 식견이 고스란히 읽힌다. 또한 직접 쓴 서문에 들어 있는 다음 문장을 보면 조조가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지닌 인문주의적 전략가였음을 알 수 있다.
“지혜로운 장수는 평소 무기를 거두었다가 필요한 때에만 쓰는 집이시동(戢而時動)을 용병의 기본으로 삼는다. 어쩔 수 없을 때에 한해 싸우는 부득이용병(不得已用兵)이 그것이다.”
손자병법의 본문에는 주된 용병 전략 다섯 가지 가운데 ‘단합’이 강조되어 있다.
“이기는 싸움의 요체는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 있다. 민심이 하나로 모이면 1,000길 높이의 계곡에 막아둔 물을 한 번에 터뜨려 쏟아지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군사력, 즉 군형(軍形)이다.”
사회적 결속이 곧 승리와 성공으로 이어짐을 역설한 부분이다. 전시와 다름없는 2020년대를 겪어 내며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전략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건국 이래 이처럼 민심이 둘로 갈라져 반목했던 적이 있던가. 언젠가부터 우리는 한 가지 사안을 놓고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이든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견해로 갈라져 서로 헐뜯고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게 되었다. 망조 든 집안의 형제들처럼 서로를 못 믿고 미워하게 된 것이다.
공영방송 MBC의 성급한 보도로 다른 중요한 일들은 다 뒷전으로 밀리고 요즘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비속어 논란’도 그중 하나의 경우다.
대통령을 욕하는 쪽에서는 “(미국)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쩌냐” 등 동맹국을 모욕한 외교 참사라며 탄핵까지 들먹인다. 한편 대통령을 옹호하는 쪽에선 “(1억달러 낸다고 했는데) 국회가 승인 안 해 주고 날려 버리면 쪽 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말을 한 것이라고 한다.
그 증거로 대통령은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글로벌펀드’ 회의에 참석, 1억달러를 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는 것을 든다. 국회의원이기도 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잘하라고 당부하는 뜻이 담긴 푸념이었으니 앞뒤 정황의 흐름을 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참 한심스럽다. ‘바이든’이든 ‘날리면’이든 그것이 국민의 삶과 국가의 이익에 그렇게도 중요한 일이란 말인가. 마이크가 켜져 있는 걸 모르고 걸어가며 사적으로 한 말이다. 비속어를 썼다면 교양없는 행동이지만 그걸 떠벌려 외국 언론에까지 퍼뜨리는 건 그야말로 자해행위다.
국민이 둘로 갈라져 사사건건 반목하고 대립하는 이 증세는 심각한 병이다. 고치지 않으면 패망에 이를 심각한 병증이다. 문제는 반목과 대립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자들, 그것을 이용해서 목적을 이루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나라도, 국민도 관심 밖이다. 제발 속지 말고 이용당하지 말자. 지금 우리 상황이 그리 녹록한가.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기억해야 할 때다.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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