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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한국과 영국 도시의 서로 다른 풍경과 소리
로마에서 페라리(Ferrari)를 찾아보기 힘들 듯
영국의 영국다움, 다양한 모습 이면에 숨겨져
“What time do you close?”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05 12:03:34
 
▲ 이진·안토니 디쉴드 작가·화가
외국에 머물다 한국으로 향할 때 제일 먼저 ‘아! 이제 한국에 가까워지는군’이라고 느끼게 하는 곳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멈추는 환승공항이다. 여기저기서 탑승구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물론 옷차림새만 봐도 틀림없는 한국인들임을 알 수 있다.
 
오래 전 외제 자동차가 한국 거리에 흔하지 않을 시절 한국을 처음 방문한 한 미국인이 영국인에게 한국의 거리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표현했었다. “한국 사람들은 얼굴 생김새도 같고 옷차림새도 비슷해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고 도로에 차들은 현대·대우·기아가 아니면 쌍용이 전부다. 한 나라가 이렇게 일색으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했다.
 
반면에 한국을 떠나 영국으로 향하노라면 비행기를 갈아타는 공항에서 영국에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사리(Sari)로 온몸을 감싼 인도 여성들과 인도 어린이들이 무리 지어 인도식 억양의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즉 영국다움은 한국의 한국다움처럼 한가지로 통일되어 표출되지 않는다. 로마에 간 여행객이 이탈리아의 자부심 페라리(Ferrari)를 쉽게 찾아볼 수 없듯 영국의 영국다움은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외관 밑에 숨겨져 있다고나 할까.
 
또 한가지 한국다움은 밤을 밝히는 도시의 네온사인과 잠을 깨우는 새벽의 소리다. 동지섣달 긴 밤에도 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들과 동네 거리마다 포장마차가 불을 밝혀 도시가 잠들지 않도록 한몫 거든다.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지만 출출한 기분을 떨칠 수 없는 차에 떡 장수가 목청껏 '찹쌀떡 사~려, 쫄깃한 인절미 사~려!’ 하며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니 떡 밤참을 거절할 수 없다. 마침내 잠을 청하고 희미한 불빛 속에 도시가 잠드는가 싶으면 저 멀리 동녘에서는 벌써 새벽이 찾아와 도시의 잠을 깨우고 도시는 다시 일상의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 영국 스코틀랜드 컬른의 해변 도시 모습. [사진 제공=필자]
 
이렇게 하루가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한국의 밤 풍경에 익숙했던 한국인이 처음으로 영국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영국의 밤은 적잖은 충격으로 경험될 것이다. 특히 영국의 한겨울은 오후 3시 반이면 이미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할 뿐 아니라 한여름엔 스코틀랜드의 경우 밤 9시 반까지도 대낮처럼 창문으로 훤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 영국에선 두꺼운 암막커튼이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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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한국처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나 포장마차나 24시 편의점의 불빛 없는 거리를 가로등만이 지키는 가운데 늦은 오후부터 찾아오는 기나긴 밤을 보내야 한다.
 
영국에서는 한국처럼 이른 새벽부터 부산해지는 자동차 소리나 출근하는 소리,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를 비우는 청소차들의 소리에 잠을 깨리라 기대했다간 늦잠을 자기 십상이다. 영국에서는 한국처럼 새벽이 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영국의 새벽은 소리 없이 다가와 밤하늘에 잠자던 별들을 깨워 창문을 훤히 밝혀 놓고 사라질 뿐이다.
 
영국의 주택가는 대개 큼직한 돌을 다듬어 지은 교회와 법원·동사무소·보건소·현충탑·일주일마다 열리는 마을 장터와 펍을 중심으로 가게들이 흩어져 있다. 24시간 발길을 끄는 다양하고 편리한 한국 도시의 상권 풍경에 젖은 한국인들에게 영국의 도시는 묵묵하고 데면데면한 분위기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What time do you close?(몇 시에 문 닫으세요?)”
 
영국에서 한 한국인이 여행에서 돌아와 식사할 빵을 사와야 했다. 늦은 시간이라 동네 가게는 문을 닫아 24시간 영업하는 슈퍼로 운전해 갔다. 그런데 넓은 주차장은 텅 비었고 슈퍼는 어두컴컴했다. 문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Easter Sunday Closed all day(부활절 일요일 휴업)”이었다. 별 수 없이 다음 날까지 쫄쫄 굶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또 한가지, 영국에서는 가게 문 닫는 시간을 정확히 지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루는 영국인이 저녁 식사할 빵이 필요해 동네 빵 가게에 전화해 “What time do you close?(몇시에 문 닫으세요?)” 하고 물으니 “We close at 4 o’clock in the afternoon(오후 4시에 문 닫습니다)”고 했다. 
 
문 닫을 시간이 다급해 뛰어가다시피 해 가게에 막 도착했는데 이를 보고도 가게 직원이 인정사정없이 문을 닫으며 하는 말 “We are closed now!(지금 막 끝났어요)”라고 했다. 영국인이 멍하니 가게 안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 직원이 단어마다 힘을 주며 덧붙이는 말 “We all have homes to go to!(우린 모두 집에 가야 해요).” 영업시간은 철두철미 지키는 문화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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