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이국을 동경하는 심정으로 맘먹고 먼 길을 떠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병했고 이는 사람들의 주거지와 자연환경에 대한 기존 관념을 전면 바꿔놓은 것 같다. 적어도 현재 우리 부부가 머물고 있는 이곳 스코틀랜드의 바닷가 마을이 그러하다.
영국에서는 도시를 떠나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시골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따라서 인기있는 시골 지역 집값이 급등하게 되었다. 더불어 스코틀랜드의 한 작은 마을 바닷가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확산방지 대책으로 야외활동이 제한된 가운데 허락된 것이 건강 유지를 위한 일정 시간의 야외운동으로 국한되자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운동 장소 물색에 들어갔다. 갑자기 마을의 바닷가 주차장은 방문 차량으로 넘치기 시작했고 바닷가는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이른 아침부터 근처 외지에서 온 사람들과 개들로 붐비게 됐다. 야외운동을 하러 나간 마을 사람들은 마치 객으로 밀려난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이제 코로나 대책 통제가 전면 해제된 지도 오래되었으나 코로나 발병 충격으로 시작된 생활방식의 변화는 잠깐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모양이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졌는데도 바닷가 방문객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가까운 자연환경에서 이국 여행에서 얻는 감명 못지않은 감동을 발견했던 것이 틀림없다. 이제 몇몇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만 이심전심으로 공유하던 아름다운 해변은 제법 소문난 아름다운 관광 명소가 된 듯하다.
오늘은 토요일 오후이니 예상했던 것처럼 바닷가 주차장은 주차할 자리가 거의 없다. 주차장은 떠나려는 차들과 막 도착한 차에서 개를 챙기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은색의 이동 커피 가게 앞에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려는 사람들로 줄이 늘어서 있다. 이에 질세라 맞은편 주차장 끝에 소고기 버거 냄새를 풍기는 간이 버거 가게 앞에도 손님들이 길게 서 주문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된다.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들어서니 앞에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부부가 눈에 띈다. 바닷물이 얕게 출렁이는 바닷가 쪽으로는 젊은 부모가 어린 아들과 한 팀이 되어 제법 웅장한 모래성을 쌓고 있다. 해변을 가로질러 여기저기에서 주인이 던진 공을 잡으러 바닷물로 뛰어드는 온갖 종류의 개들이 즐겁게 짖어댄다. 골프장 쪽 모래 두둑에는 작은 텐트가 세워져 있고 옆에서는 어린 남매가 플라스틱 체로 공을 치고받고 한다. 누나가 공을 받아쳐 내자 동생은 공이 모래사장에 닿기 전에 위로 쳐낼 작정으로 체를 내리꽂으며 쑥쑥 빠지는 모래 위를 힘겹게 뛰어간다.
그런데 공이 간데없이 사라졌다. 온 가족은 어리둥절해 사방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삽살개가 숨을 헐떡이며 사라졌던 공을 물고 꼬리를 흔들고 있으니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한바탕 웃음을 터뜨려야 했다.
‘고래의 입(Whale Mouth)’을 다녀와 해변으로 들어서니 언덕 위 마을에서는 벌써 하나둘 불이 켜지고 바닷가를 산책하던 인파는 집으로 향하느라 한꺼번에 해변을 빠져나간다. 텅 빈 물가에는 서서히 밀려드는 조수에 웅장하게 쌓아놓은 모래성이 차츰 무너지고 있다.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부모 뒤에 뒤처져 떠나기 싫은 듯 젖은 모래 위에 꼬챙이로 그림을 그리는 어린아이를 뒤로하며 오늘의 다채로운 바닷가 풍경의 산책을 여기서 마친다.
‘One, Two, Three and Four Legs’
넌센스 이야기가 담긴 동요 제목이다. 여기서 한 다리는 양고기 요리, 두 다리는 사람, 세 다리는 세 발 의자, 네다리는 강아지를 나타낸다.
Two legs sat upon three legs, With one leg in his lap; In comes four legs, And runs away with one leg. Up jumps two legs, Catches up three legs, Throws it after four legs, and makes him bring back one leg.
(두 다리가 한 다리를 무릎에 놓고 세 다리에 앉아있다. 순간 네 다리가 나타나더니 한 다리를 물고 달아난다. 두 다리가 벌떡 일어나 세 다리를 집어 들어 네 다리를 향해 던지니, (네 다리는) 한 다리를 도로 가져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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