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20:33
뉴스 > 연재기획
김태규의 음양오행 경제
세월 벽두의 안개, 언제나 걷힐까
소설 ‘무진기행’과 영화 ‘헤어질 결심’의 안개
2017년 안개 속 진입한 국운, 2032년이 춘분
김태규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19 09:43:06
 
▲ 김태규 명리학자·칼럼니스트
1964년에 ‘무진기행’이란 단편 소설이 세상에 나왔다. 작품에서 ‘무진’은 가상의 도시였는데 읽다 보니 알게 되었다. 안개 무(霧)에 나루 진(津), 즉 안개 나루의 뜻으로 소설의 주제가 바로 안개와 나루였다.
 
안개는 시야를 가린다. 지나온 곳을 덮어 버리고 갈 방향 또한 보여 주지 않는다. 안개 속에서 사람은 고립된다, 움직임을 방해하진 않지만 눈을 가려서 머뭇거리고 지척이게 한다.
 
나루는 배를 타고 떠나는 곳이다. 저편에서 건너오거나 이편에서 건너가는 곳이다. 어디에 안착하지 못하고 떠나거나 떠나오는 곳이다.
 
소설이 1964년에 나왔으니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6·25 전쟁이 끝나고 10년 뒤, 세상은 참혹했고 처절한 가운데 ‘미국 스타일’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사람들은 몸부림을 쳤다, 우선은 당장 먹고 살기 위해 그리고 좀 더 잘 살고 좀 더 가져보기 위해. 물론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엄청나게 돈을 벌어대고 있었다.
 
소설의 문장 역시 그 이전과는 다른 서구 스타일이었다.
 
광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소설을 낼 때 23세였던 젊은 작가 김승옥 씨는 당시의 우리 사회에서 환멸과 허무를 보았던 것 같다. 금전만능과 이기주의에 대한 강한 반발.
 
그런데 돌이켜보면 어이가 없다, 1964년 전후의 우리가 참으로 못 살고 처절하긴 했으나 지금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금전만능이고 이기주의인가를 따져보면 오히려 그때가 더 인간적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 “헤어질 결심”이란 영화를 넷플릭스로 봤다. 보면서 알게 되었다, 소설 무진기행을 소재로 해서 만든 박찬욱 감독의 영화였다. 이번엔 사회 풍토에 대한 허무와 환멸이 아니라 사랑이 주제였는데 그 사랑 또한 안개가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니 2022년 버전 무진기행이다. 그래서 정훈희와 송창식이란 두 가수가 옛날에 히트 친 노래 ‘안개’를 부르고 있었다. 감독이 공들여 만들어 낸 엔딩이었고 두 가수는 절창(絶唱)을 남겼다. 노래가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흥미로운 점 하나는 소설이 1964년에 나왔는데 영화는 2022년이란 점이다. 거의 60년 간격이다. 60년은 하나의 순환주기 아닌가.
 
소설이나 영화 모두 시대의 풍토를 반영하고 있을 것인데 무진기행의 안개와 헤어질 결심 속의 안개는 기본적으로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은 오늘에 이르러 더 이상 금전만능이니 이기주의니 하는 그런 말 자체가 아예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일까? 생각해 보면 이젠 그게 너무나도 기본이 되어서 더 이상 그런 얘기 자체가 불필요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1964년의 풍토는 힘든 현실 속에서 오히려 낭만주의가 꽃을 피웠다면 오늘날은 먹고는 살 수 있는 현실 속에서 냉소주의가 지배하고 있다는 게 그 차이 아닐까.
 
2023년의 대한민국, 가히 안개 속이라 말할 수 있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당분간 다가오는 모든 미래는 안개에 가려져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놀랄 것 전혀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부터 안개 속으로 진입했으니 그렇다. 이 안개는 그로부터 15년이 지나 2032년 국운의 춘분을 맞이해야만 비로소 조금씩 걷힐 것이고 청명한 시야는 다시 세월을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안개’의 노랫말처럼 2023년 초, 세월의 짙은 안개 속에서 무수히 많은 낮은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앞길을 가로막아 온다. 하지만 저 안개는 작가 김승옥 씨가 소설 속에 적고 있듯이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女鬼(여귀)가 품어 내놓은 입김”이 아니라 우리 속의 불안일 뿐이다.
 
우리 모두 무진기행을 또다시 쓰기 시작했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29,535 ▶
어제 140,329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