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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영국 마을마다 벌어지는 ‘팬케익 데이 달리기 대회’
주방에선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팬케익을 차례로 공중에 날리고
“Would you like to have a pancake?” (팬케익 드시겠어요?)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3-03 09:15:19
▲ 이진·안토니 디쉴드 작가·화가
 영국에서의 학창시절, 하루는 슈퍼에 갔더니 평소엔 뒷전에 묻혀있던 상품들이 그날따라 ‘공중제비 뒤집기(Flipping)’란 광고문구와 함께 입구에 진열돼 있었다. 제품들을 보니 일회용 통에 든 부침개 가루·레몬과 레몬주스·설탕·시럽·올리브유뿐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프라이팬과 반죽기(Whipper) 등이 보였다. 알고 보니 이 모두가 ‘팬케익 화요일(Pancake Tuesday)’을 위한 장보기 품목들이란다. 궁금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음 주에 ‘팬케익 화요일’ 파티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해준다.
 
드디어 팬케익 화요일 저녁이 돌아왔다. 예닐곱 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하숙집 주방에 빽빽이 들어선 파티 참가자들은 밀가루에 우유를 붓고 달걀을 풀고 약간의 소금을 뿌린 다음 반죽이 매끄럽게 흐르도록 저어 댔다. 반죽이 완성되자 각자 밀가루 반죽과 프라이팬을 가지고 차례로 팬케익을 부치기 시작하니 지글지글 끓는 기름 소리와 함께 고소한 빵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즈음 팬케익을 뒤집을 때가 된 것 같은데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일까? 뒤집개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영국 친구가 설명해줬다. “실수로 준비 안 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그런 거야. 다음 단계가 바로 일 년 동안 기다려온 팬케익 화요일 파티의 절정이거든!”
 
마침내 첫 번째 남학생 요리사가 프라이팬을 들어 팬케익을 흔들흔들하더니 “으샤!”하며 팬케익을 공중으로 높이 던지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것이 바로 ‘공중제비 뒤집기(Flipping)’인가 보았다. 그런데 아뿔싸! 요리사가 너무 야심만만했던 것일까? 공중으로 던져진 팬케익은 프라이팬에 안착하지 못하고 주방 바닥에 털썩! 떨어지고 말았다. 다음 요리사는 성공하려고 조바심을 냈던 탓에 팬케익 밑면이 다 익지 않은 채 너무 일찍 뒤집기를 시도했던 모양이다. 팬케익 절반이 뚝 잘리며 공중으로 오르다가 다른 쪽 부침개 위로 떨어져 내려 포개진 것이다. 이후 몇몇 요리사의 팬케익은 환호와 갈채 속에 공중에서 제대로 뒤집혀 프라이팬으로 떨어져 내렸다. 요리시간이 끝나고 식탁에 둘러앉자 팬케익을 시식하는 방법도 가지가지였다. 레몬주스와 설탕을 뿌려 먹는가 하면 골든 시럽을 발라 먹기도 하고 초콜릿 등 개인이 선호하는 갖가지 소스를 곁들여 먹기도 했다. 이로써 그야말로 맘껏 다양한 맛의 팬케익을 맛보는 잊지 못할 연중행사 팬케익 화요일 파티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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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케익 화요일’은 사치 음식을 절제하는 교회 절기, 사순절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에 팬케익 잔치를 벌이는 날로 정해져서 영국의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날은 각 가정에서 손님과 친구를 초대하여 팬케익 파티를 벌일 뿐 아니라 각 마을에서도 ‘팬케익 뒤집으며 달리기’라는 특별한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이는 원래 마을의 주부들이 프라이팬에 팬케익을 들고나와 일정 구간을 팬케익을 공중에서 뒤집어 프라이팬에 받기를 거듭하며 경주를 벌인 것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과 주부는 물론 남자들도 참여하여 몇 시간에 걸쳐 챔피언을 뽑으며 하루를 즐기는 날이 되었다.
 
경주 도중 팬케익이 프라이팬에서 떨어지면 경기에서 실격되므로 관객은 물론 경기자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행사에서 덤으로 얻는 구경거리라면 행사가 시작될 때 옛 시절 영국 ‘마을의 선포자(Town Crier)’가 등장하여 옛 모습을 재연하여 흥미로운 광경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마을의 선포자는 화려한 빨간 제복을 입고 손에 커다란 종을 들고 마을의 중심지에 서서 종을 요란하게 울리며 목청껏 ‘팬케익 뒤집으며 달리기 대회’를 공식으로 선언하게 된다.
 
‘Flipping,’ 주걱을 사용하지 않고 공중으로 던져 뒤집힌 팬케익을 프라이팬에 받는 모습을 묘사하는 단어로 ‘Tossing’이라는 단어와 함께 ‘팬케익 화요일’과 관련하여 사용되고 있다.
 
An English friend said, “No, we don’t use a spatula but we are flipping it!” (영국 친구의 대답이, “아니, 뒤집개를 사용하지 않고 이걸 공중제비 뒤집기를 하거든!”)
 
“Would you like to have a pancake?” (팬케익 드시겠어요?)
 
“I would like to, but I have had 5 pancakes already and there is no room left for another.” (그러고 싶은데, 이미 부침개 5개나 먹어 더는 먹을 수가 없네요.)
 
“What are you giving up for Lent?” “My favorite chocolate.” (사순절에 뭘 금식하기로 작정했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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