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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영국 선박에 길이 남을 한국 ‘조선소’의 이름
현대 조선소에서 만든 ‘맹쓰맨’이 영국으로 출항
“Do you know the name of the tail-less cat?”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12 10:21:13
 
▲ 이진·안토니 디쉴드 작가·화가
 영국에서 가까운 사람끼리 특정 지방 토박이들에 대해 언급할 때 지방 명칭 대신 별명을 붙여 말하는 관습이 있다. ‘졸디’ ‘브로미’ ‘코크니’ 등등의 별칭들이 있으나 오늘은 특히 ‘맹쓰(Manx)’ 라는 별명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맹쓰는 영국 서부 아일랜드 해 (Irish Sea)에 위치한 ‘맨도’ (Isle of Man)의 사람들을 부르는 명칭이다. 맨도는 제주도의 3분의 1 크기로 작은 섬인데, 이 섬에서만 쓰는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고 제주도와 같이 자치정부에 의해 운영된다. 이 자치정부의 역사는 13세기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만큼, 섬의 독립성은 그 역사가 길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실례가 근래 영국이 유럽공동체 시장의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가 탈퇴를 결정할 당시에 처했던 맨도의 입장에서 잘 나타난다.
 
맨도는 영국의 통화인 파운드를 사용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유럽공동체 시장의 일원이 아니었던 관계로 탈세 은닉처로 이용되곤 했다. 아울러 맹쓰인들은 영국이 유럽공동체 시장에서 탈퇴하느냐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에 참여할 필요가 없었다. 맨도는 원래 유럽공동체 시장의 회원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맨도가 강한 자치 행정의 특권을 누려온 덕분인지 오래전 필자가 이 섬을 여행했을 때 영국적이기보다는 북유럽 정서와 문화의 색채가 강하게 담겨있는 인상을 받았다. 이는 맨도로 향하던 ‘발모럴(Balmoral)’호에 승선했을 때부터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강한 바람이 불어 파도가 높게 일었고 배가 심하게 흔들려 멀미가 났다. 바람을 쐬면 좀 나을까 해서 갑판으로 올라가니 그곳은 이미 거친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승객들로 만원을 이뤄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객실로 향하려고 기관실을 지나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날쌔게 내 곁을 스쳐 지나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갑작스러운 고양이의 출현도 놀라웠지만 그 보다도 고양이의 모습에서 더 충격을 받았다. 고양이의 꼬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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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들은 배 밑창을 갉아 먹는 쥐들을 처치하기 위하여 고양이를 탑승시킨다는 말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고양이는 무슨 끔찍한 사고를 당해 자랑스럽게 과시해야 할 꼬리를 잃은 슬픈 사연을 품고 사는 것일까? 당시 엔진소리는 우당탕거리고 멀미에 머리도 지끈거리는 상황이라 뒤따라오던 안쏘니를 기다려 그 고양이 이야기를 할 정신적 여유가 없어 곧 잊어버렸다.
 
맨도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니 좀 살 것 같아 많은 영국인이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타고 싶어하는 스팀 기차를 우리도 타러 가기로 했다. 맨도의 스팀 기차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만들어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더욱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얼마를 걷다 보니 높다란 깃대에 깃발이 펄럭이는데 한동안 바라보았지만 무슨 형상인지 이해할 수 없어 사진만 찍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여행 후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깃발은 맨도를 상징하는 깃발이었는데 근육이 울퉁불퉁한 다리 세 개가 한 정점에서 합체하여 바람개비처럼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리고 유람선에서 보았던 고양이는 슬픈 사연으로 꼬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천생이 꼬리가 없는 맨도 산 고양이 ‘맹쓰’인 것을 알게 되었다.
 
▲ 맨도의 깃발. 필자 제공
 
 
18년 전 필자에게 이렇게 인상을 남긴 맨도에 다시 가봐야 할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 맨도의 페리를 운영하는 회사가 영국본토와 맨도를 오가던 ‘맹쓰맨(Manxman)’을 새 배로 교체하기로 했는데 2020년 8월 바로 한국의 현대조선소에 이를 의뢰했던 것이다. 현대는 계약대로 새 배 ‘맹쓰맨’를 완공했고 이달 10일 맨도를 향해 배가 출발했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맹쓰맨에 승선해 선박 건조자의 이름을 새기는 명판에 ‘한국 현대조선’이라고 새겨진 글을 어서 보고 싶다.
 
‘Do you know the name of the tail-less cat?’- 당신은 꼬리 없는 고양이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What’s wrong with the cat?’- 저 고양이 뭐가 잘못된 거지? 라는 뜻으로 가령 친구의 손가락에 붕대가 감겨 있으면, ‘What’s wrong with your finger?’하고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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