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21:06
뉴스 > 연재기획
[박혜수의 전지적 시점] 선동 당한 프랑스혁명과 21세기 대한민국
박혜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19 06:31:10
▲ 박혜수 시인·번역작가
“양심이란 원숭이가 제 모습을 비춰 보며 고민하는 거울 같은 거야. 누구나 최선을 다해 자신을 치장하지. 그러면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누리는 거야. 그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닌다고 해서 무덤에 처넣어도 된다는 건가? 자네가 하늘에서 내려보낸 헌병이라도 돼? 난 남을 단두대로 보내느니 차라리 스스로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겠어. 이제 신물이 나.”
  
대학 2학년 때 난생처음 남의 글을 번역한 게 독일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체크’였다. 선배에게 건네준 원고가 다른 사람의 번역으로 탈바꿈했고 오래 되어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의 처지가 너무 안쓰러워 번역하는 내내 울먹울먹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위의 글은 뷔히너의 다른 작품 ‘당통의 죽음’에 나오는 대사다.
 
이 작품은 프랑스혁명을 주도한 자코뱅파의 중심인물 당통과 로베스피에르가 서로 대립하다가 당통을 비롯한 온건파가 처형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당통의 죽음’은 1983년에 폴란드 감독 안제이 바이다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당통 역을 연기했다.
 
1789년 7월14일 바스티유감옥 습격 사건으로 시작되어 1799년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기까지의 10년 세월을 우리는 프랑스혁명이라 부른다. 혁명은 국왕 부부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을 무참히 살육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그 반동으로 일어난 7월(테르미도르) 혁명, 유럽 각국 연합군과의 전쟁 와중에 불쑥 나타난 나폴레옹이 통령정부를 세우고 마침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라 제정 복귀라는 역설적 이정표를 세우며 일단락된다.
 
프랑스혁명은 흔히 누적된 경제 위기, 신분제에 대한 평민들의 불만으로 촉발되었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논리의 실현을 꿈꾸는 로베스피에르·당통 등의 인물이 무지한 대중을 선동해서 일으킨 사건, 알 수 없는 어떤 비정한 힘이 이들 모두를 이용해 계획된 프로그램대로 역사를 끌고 간 사건이었다. 그래서 ‘프랑스혁명 성찰’에서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혁명을 “온갖 종류의 죄악과 어리석은 짓이 뒤범벅된 쓰레기 잡탕들의 광기”라고 정의했고, 한나 아렌트도 “재앙으로 끝난 실패한 혁명”이라고 단언했다. 프랑스혁명 중에 만들어져 대중을 열광시키고 현재 프랑스 국가가 된 ‘라 마르세예즈’를 만든 루제 드 릴조차 혁명 과정을 지켜보며 치를 떨었다. 
 
▲ 프랑스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프랑스혁명으로 부르봉왕조의 지배는 끝났지만 선동당한 대중에게 돌아온 것은 부르주아라는 또 다른 권력에 의한 지배였다. 어떤 혁명도 세상을 잠시 변하게 할 뿐, 대중에게 더 나은 신분을 선물해 주진 않는다.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은 새로 나타나는 권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중은 끊임없이 선동되고 이용당한다.
 
광고
프랑스혁명을 계획한 인물들이 대중 선동의 재료로 써먹은 것은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선동당한 대중은 그녀를 사치에 넋이 나간 더러운 창녀라 부르며 미워하고 흥분했다. 그리고 그 적개심의 힘으로 혁명을 밀어붙였다.
 
2023년 7월에 수백 년 전 프랑스혁명이 떠오르는 것은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덮어씌워졌던 온갖 오명과 너무도 흡사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한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김건희 여사에겐 몇 가지 공통점도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에겐 합스부르크의 여황제라는 막강한 힘을 지닌 어머니가 있었고 김건희 여사에게는 부자 어머니가 있다. 두 사람 모두 흰 살결에 늘씬한 몸매, 상당한 미모를 지녔다. 여자들, 가진 것 없는 여자들이 부러움과 함께 적개심을 가질 만한 요소들이다.
 
그러니 얼마나 볼품없는 적개심인가. ‘네가 영부인 노릇 하는 꼴은 아니꼬워서 못 본다’는 게 그들의 속마음이다. 그걸 잘 아는 교활한 선동가들은 그 적개심에 부채질을 하고 이것저것 혐의를 만들어 들이댄다. 최근 논란이 된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노선의 문제도 결국은 김건희 여사를 물고 늘어지기 위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 도로 건설 기간 내내, 만들고 난 이후에까지 가라앉지 않을 문제이니 사업 자체를 접겠다고 한 국토부의 결정이 무작정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그리고 지겹다. 개딸인지 너구리딸인지 그들은 왜 그렇게 수백 년 전 선동당해 날뛰던 프랑스 아낙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지, 그들을 이용해 피바람을 일으키고 결국은 자신들조차 죽음으로 몰아간 선동가들과 2023년 대한민국의 선동가들이 왜 그렇게 닮은 것인지…. 그리고 두렵다. 역사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하더니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3위로 떨어져 버렸다고 한다. 국가경쟁력은 말레이시아에게 밀려 28위다. 정신 차리자.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5
좋아요
12
감동이에요
1
화나요
1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34,548 ▶
어제 140,329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