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는 좌익운동의 침체기였다. 북한은 1950년 6월25일, 혁명의 주·객관적 상황이 고조된 결정적 시기가 도래했다 판단하고 ‘무력해방론’에 입각하여 전면적인 남침을 자행했다. 6·25 전쟁 중 국내 좌익 세력은 북한과 연대하여 남한을 혁명 기지화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또한 좌익세력은 혁명에 반대하는 반동세력 색출 및 처단이라는 미명하에 공무원·경찰·군과 그 가족들, 우익인사 및 민간인을 집단학살하는 만행을 주도했다.
1952년 3월31일 공보처 통계국에서 발간한 ‘6·25사변 피살자 명부’에 의하면 당시 좌익에 의해 학살된 공무원과 민간인의 수가 무려 5만9964명이었다. 이 통계에서 군인·경찰 등 전투 인력은 제외됐다.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이 명부에는 성명·성별·연령·직업·피해 연월일·피해 장소·본적·주소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전체 피해자 가운데 남자가 4만4008명, 여자가 1만5956명이었다. 여성 피살자 1만5956명 가운데 1만3946명이 전남 지역에서 피살됐다. 1950년 10월6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일대에서 지역 좌익들이 공무원·우익인사 등 민간인을 집단학살 했다. 희생자 중에는 노인과 부녀자·어린이도 포함됐으며 일가족 11명이 집단학살 당한 사례도 있었다.
6·25 남침전쟁(1950-1953) 중 북한 공산군과 좌익에 의한 잔인무도한 만행을 겪은 국민 사이에선 ‘공산주의 기피증’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굳건한 반공 체제가 들어서고 국민도 확고한 반공 이념으로 무장되었다. 좌익세력은 패퇴하는 북한군을 따라 월북했고 일부 잔존세력은 검거되거나 잠복하여 숨을 죽이고 있는 상태였다. 6·25 남침전쟁은 우리 사회에서 좌익세력을 일소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러나 잔존 좌익세력은 북한과 연대하여 역량을 비축하며 혁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북한 김일성은 남침 전쟁이 수포로 돌아가고 휴전협정을 체결하게 되자 남침 실패의 책임을 박헌영 등 남한 좌익세력의 지도부인 남로당에게 전가시켜 정권의 위기를 모면하고 재남침 준비를 위한 군사력 증강 정책을 추진했다. 북한은 1956년 4월 제3차 당대회 시 당 규약에 ‘반제·반봉건 민주주의혁명’을 명시하고, 재남침에 대비하여 남한 내의 주체적인 혁명 역량 축적을 위한 지하당 건설 및 혁명의 보조 역량 강화를 위한 통일전선 구축 등 비합법 대남공작에 주력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남공작부서(노동당 연락부·내무성 사회안전국·민족보위성 정찰국 등)들은 간첩을 남파시켜 지하당 구축과 동조 세력 포섭을 위한 다방면의 공작을 전개했다. 1956년에는 조봉암 등 좌익 경력자들이 결집하여 혁신 정치를 표방하며 ‘진보당’을 창당했다. 이들의 활동 배후에는 북한의 대남공작이 도사리고 있었음이 1958년 이른바 ‘진보당 사건’에서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2011년 1월16일 대법원은 조봉암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대법관 13명의 전원일치 판결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은 당시 수사기관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관련 피고인들에 대해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이 주 근거이지, 북한과 연계된 활동의 사실관계를 판단한 것은 아니었음을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는 1950년대 말부터 대학가에 ‘좌익 이념써클’이 비밀리 조직되어 은밀히 그 세력을 확산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진보당의 학생조직인 여명회, 1957년에 결성된 서울대 문리대 좌경 이념서클인 신진회·신조회(서울대 법대), 1958년에 사회법학회(서울대 법대), 협조회(고려대 경제학과), 농촌사회연구회(서울대), 암장그룹(부산대) 등의 좌익 이념그룹이 등장했다.
특히 신진회는 ‘대학신문’(서울대 학생신문)에 ‘무산계급을 위한 사회 창조에 대하여’라는 글을 게재하고 자신들의 기관지인 ‘우리의 구상’에 ‘무산 대중을 위한 체제로의 지향’ 같은 공산주의 실현을 지향하는 글을 싣는 등의 활동을 하다가 공안당국에 포착됐다. 이러한 좌익 이념써클에서 양성된 학생운동 세력은 1960년대 초 좌편향의 남북학생회담운동 시 큰 역할을 했다. 1950년대의 좌익운동은 6·25 남침전쟁의 여파로 잠시 침체기를 맞이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북한과 연대하여 혁명의 결정적 시기를 준비한 역량 비축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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