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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공영방송 영구 장악 시동 거는 언론노조
공영방송 이사회 장악이 목적인 방송법 개정안
정치권과 유착·공생하는 공영방송 창궐할 수도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09 06:31:30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당 압승으로 끝나면서 곳곳에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압박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참패한 여당은 심각한 후유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집권한 지 만 2년밖에 안 된 정권인데 벌써 레임덕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 대통령과 정권 흠집 내기 무더기 특검 공세를 통해 탄핵까지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한편 선거에서 크게 이긴 야당은 입지가 좁아진 정부와 여당을 궁지에 몰아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욕에 넘쳐 있다.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물론 180석 가까운 의석수로 밀어붙였던 법안들은 상당수 내용은 물론이고 절차적으로 문제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는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발의되었던 공영방송 거버넌스와 관련된 방송법 개정안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치권이 독점하고 있는 KBS·MBC·EBS 이사를 여러 유관 단체 추천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공영방송 이사추천권이 다원화되어 정치적으로 독립성이 신장된 듯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친야권 성향의 언론노조와 관련 단체들이 추천하는 이사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되어 있어 그야말로 ‘악법 중에 악법’이라 할 수 있다. 현재도 야당과 언론노조가 쥐락펴락하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영원히 장악할 수 있는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권력과 공영방송이 상호 이익에 의해 결탁하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특정 정권이나 정파의 나팔수가 되게 하고 결탁한 정권이나 정파는 그 대가로 제도적·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공생 체제를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언론노조가 장악한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정치적 편향성을 아예 법으로 보장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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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은 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권력의 직·간접적 지원을 통해 연명하는 자칭 공영방송들을 창궐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TBS 교통방송의 사례처럼 공영방송이란 이름을 걸고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정치적 지원으로 존속하면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공영방송 과대성장국가’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유사 공영방송들은 생존을 위해 더 강하게 정치권과 유착해야만 하고, 그래서 더 노골적인 편파성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EBS 부사장 취임을 반대하는 언론노조의 집단행동이 점점 도를 더해 가고 있다. 지난주 신임 EBS 부사장은 회사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언론노조가 부사장 취임을 반대하는 이유가 신임 부사장이 극우 인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극우’라는 표현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용어다. 결국 현 정권에서 임명한 정치적 인사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법인 카드 불법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현 유시춘 이사장의 과거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것은 언론노조의 정파성을 스스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를 차지해 정권이 힘을 받게 되었어도 이런 투쟁을 했을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마 언론노조의 EBS 부사장 반대 투쟁은 서울시 재정지원 중단으로 폐방 위기에 놓인 TBS 문제와 결합되어 더 강력한 공영방송 독립 투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BS 부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KBS·MBC 언론노조 지부장들이 모두 참석한 것을 보면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이 모든 행위들은 공영방송 영구 장악을 위한 방송법 개정 시동 걸기라 할 수 있다. 특정 정치권력과 결탁해 왜곡된 공영방송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기 위한 투쟁인 것이다. 새로 당선된 야당 의원들 중에도 제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바로 방송법 재추진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언론노조의 행보들은 이런 야당 분위기와 결코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것 또한 우리 공영방송이 얼마나 심각한 정치적 후견 체제에 빠져 있는가를 다시 한 번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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