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7월 4주차 조사에 따르면 긍정(잘하고 있다) 28%·부정(잘못하고 있다) 63%다. 집권 3년 차 1분기 평균은 긍정 24%·부정 67%로 6공화국 8명의 대통령 중 최저다. 윤석열 대통령이 원하지 않았던 총선 결과·여당 대표 선거 결과는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긍정 이유는 압도적으로 외교고, 부정 이유는 경제·민생·물가다. 그다음은 윤 대통령의 태도(소통·독단·일방적·불공정 등)와 무능(경험·자질 부족 등)인데 이는 경제·민생·물가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다.
국정은 외치와 내치 과제로 나뉜다. 외치는 국가의 외교·안보에 관한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연방정부와 그 수장인 대통령·수상의 고유 업무다. 윤석열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가운데 국정목표 5(자유·평화·번영에 이바지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18개 과제다. 국제적 현안이라 문제 정의(개념화)가 쉽다. 논점도 명확하고 토론도 활발하며 이론·전략·정책·정무(일정·태도·메시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학파(의견 그룹)까지 있다. 대통령은 특정 의견 그룹의 손을 들어 주면 된다. 대학, 국내외 전문기자와 석학-민간·정부연구소, 관련 정부 부처, 대통령실(안보실), 국회의원및 국회상임위원회가 일종의 ‘업계’를 형성하고 있다.
회전문 인사가 미덕이 되어 적재적소 인사(人事)도 쉽다. 무엇보다도 외치는 국가가 죽고 사는 문제이자 대통령의 고유 업무이고 정상외교가 핵심이라 대통령 관심사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대통령 놀이’ 하기에 딱 좋다. 하지만 전쟁의 경우를 빼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 성과는 외치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통령을 빼닮은 대역이 있다면 맡겨도 될 만한 일이다.
18개 외치 과제는 인수위 단계부터 지금까지 큰 기조 변화나 혼선 없이 정부 정책으로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102개 내치 과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탈원전 문제를 제외하고는 우선순위와 해법은 말할 것도 없고 문제 정의조차 제각각이다. 학파도 형성되어 있지 않고 회전문도 작동한 적이 없으니 인사를 하기도 어렵다. 외치는 안보실이 총괄할 수 있지만 내치는 정책실이 총괄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예민하고 복잡하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안 될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윤 정부는 내치 관련한 연구·고민이 너무 적었다. 단적으로 120대 국정과제는 저출생 대응 문제를 사실상 모르쇠했다. 정부 출범 1주일 뒤 역설한 교육·노동·연금의 3대개혁도, 올 초부터 국정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의료개혁(의대 정원 폭증 등)도 120대 국정과제에서는 사실상 언급조차 없었다. 지방균형발전 문제는 국정목표 6(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개막)에서 10개 국정과제로 정리했지만 실행은 별무신통이다.
공공개혁, 금융·조세·부동산개혁, 지방자치·행정개혁, 사법(법원·검찰)개혁, 언론개혁, 정치(정당시스템·이념·리더십·정치관계법)개혁, 국가 서사·정체성 개혁(정립), 고비용 구조개혁 등 시급성과 중요성에서 3대개혁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지만 국무회의·수석회의 등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이 수두룩하다. .
내치는 흔히 경제·민생 문제로 뭉뚱그려 수출 증대와 빠른 경제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내치를 해결해야 빠른 경제성장도 가능하다. 지난 정부들에서 내치 과제는 불평등·양극화·청년일자리 문제로, 인구·인재·지방·연금·건보·재정·주력산업의 지속가능성 위기로, 4차산업혁명 대응 등으로 개념화되었다. 물론 정치적·이념적 의도 혹은 편견·안목에 따라 제각각이다. 당연히 윤 정부와 국민의힘의 어려움도, 의도치 않은 선거 결과도, 파괴적 정치 갈등도 대부분 내치 성과의 미미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통령은 관심의 90% 이상을 내치에 쏟아야 한다. 천의 얼굴을 한 내치 문제의 대부분은 사회적 유인 보상 체계의 왜곡에서 온다는 것이 확실하다. 그 주범은 국가의 규제와 표준, 그리고 이익집단의 위력으로 만들어진 정치·경제적 지대(렌트)다. 정치독과점, 노동시장 이중구조, 규제·면허 산업·직업의 과도한 보상 등 수십 년 묵은 고질병도 있지만 미시 세계에서는 의외로 행정부의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이것부터 해결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신뢰가 회복되면 법 개정 등으로 오랜 고질병을 해결할 힘도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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