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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디렉트(Direc)TV와 디시(Dish)TV 합병이 주는 경고
이번 합병은 위성방송의 본질적 한계 해소해 주지 못할 듯
한국 방송시장도 위기… 통합·집중 등 획기적 인식 변화 절실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08 06:31:40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지난달 마지막 날 미국의 두 위성방송사 간 인수·합병이 발표되었다. 1100만 명의 가입자를 가진 디렉트(Direc)TV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 온 에코스타의 디시(Dish)TV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 디렉트TV는 외형적으로는 1710만 가입자를 보유한 1위 유료방송사업자로 부상하게 된다. 아마 큰 문제가 없는 한 규제 기구 심사를 거쳐 내년 하반기쯤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선 인수·합병 문제를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2001년 두 사업자 간 합병을 반독점을 이유로 연방통신위원회와 법무부가 승인되지 않았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도리어 올드 미디어로서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위성방송을 회생시키기 위해 합병을 허용해 준 것이라는 동정론이 더 많다.
 
지난달 디렉트TV는 디즈니와의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에 실패해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이 블랙아웃되기도 했다. 가까스로 합의해 2주 만에 방송이 재개되었지만 가입자 감소와 이로 인한 콘텐츠사업자와의 협상력도 동반 약화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디즈니·폭스·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는 스포츠 전용 스트리밍 패키지 ‘베누 스포츠(Venu Sports)’를 만들어 합작 투자를 모색한 바 있다. 그러니 언제든지 콘텐츠 압박 위협 요인이 상존해 있는 셈이다.
 
솔직히 미디어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이전해 가는 상황에서 이번 합병이 위성방송의 본질적 한계를 해소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가입자 수를 늘려 약간의 협상 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입자 감소와 콘텐츠 경쟁력 약화가 순환되는 ‘침체의 소용돌이(Spiral of Downward)’에서 벗어나게 해  줄지는 의문이다.
 
미디어 시장이나 전문가들도 위성방송사업자 간 인수합병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에 미칠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방향 매체인 위성방송이 양방향 온라인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와 경쟁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첨단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온라인 플랫폼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올드 미디어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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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렉트TV 측은 에코스타가 디시TV뿐 아니라 210만 가입자를 확보한 OTT(Over The Top·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슬링(Sling)TV를 가지고 있고, 그동안 무선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단순한 가입자 확대 차원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장기적으로 위성방송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해 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경쟁하는 복합 온라인 미디어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아마 연방통신위원회는 심각한 경쟁 이슈가 제기되지 않는 한 이번 인수·합병을 허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소수 OTT가 방송시장에서 독주하는 것은 미국의 방송·통신 규제의 핵심 기조인 ‘경쟁 보호 정책’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렉트TV의 디시TV 합병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일단 통신사업자인 AT&T가 위성방송 디렉트TV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외형적으로 유사하다. 위성방송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고 경영 상태가 나빠지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모기업인 통신사업자가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보다 IPTV(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과 VOD를 볼 수 있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최근 IPTV 수익이 위축되면서 OTT 사업을 다시 모색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택과 집중이 없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늘리는 형태로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실제로 2021년 인수한 케이블TV MSO도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위성방송이나 IPTV와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이것은 비단 위성방송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한국의 방송·통신사업자 결합은 전형적인 문어발식 사업다각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각각의 매체들이 한계에 봉착한 유료방송시장에서 각개전투를 벌이는 모양새다.
 
한국 방송시장은 가입자 이탈과 홈쇼핑 매출 저하 등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 추세에 대응해 통합과 집중을 위한 획기적 인식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이는 위성방송뿐 아니라 모든 미디어사업자들에 해당된다. 더 이상 법·제도 같은 낡은 규제로 변화를 막을 수 없다. 그래야 글로벌 OTT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방송시장을 지킬 희망이라도 가져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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