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10일,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로, 그리고 남북화해와 평화에 대한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온 게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탄두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김대중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어떻게 가짜 평화를 만들어 노벨상 사기극을 벌였는지, 어떻게 노벨평화상과 핵무기를 뒷거래했는지…. 양심 증언으로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허락받은 유일한 한국인 김기삼 변호사와 한반도 전문 국제 저널리스트 도널드 커크가 밝히는 아찔하고도 끔찍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 주]
수백만 지지자의 환상을 깨뜨린 DJ의 위선 행각
김대중(DJ) 자신에게 노벨평화상 수상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진정한 영웅으로 인식시키고자 한 꿈의 완성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노벨상은 동북아시아 역사에서 대한민국을 보다 크고 부강한 나라로 만든 쾌거라고 하겠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가 정치적 라이벌과 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을 탄압하기 위해 국정원의 불법 도청을 승인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또한 DJ가 자신이 한 약속들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친 일들, 지역감정을 부추긴 사실, 정적에 대해 협박을 일삼은 과오들을 잘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DJ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피어나며, 통일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영롱한 국가가 될 것”으로 믿던 수백만 명 지지자들의 환상을 확실하게 깨뜨렸다.
그렇다면 이제 궁극적인 질문이 하나 남았다. 햇볕정책은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햇볕을 비춰 주었으며 그 역사의 빛줄기 속에서 DJ는 앞으로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사라진 햇볕, 남은 것은 김정은의 핵무기 발사 버튼
DJ는 정권 말기 김정일에게 정상회담에서의 약속대로 한국을 한번 방문해 달라고 애걸했지만 거절당하면서 햇볕정책은 본격적으로 생명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임기가 끝난 후 10여 년이 지나면서 그의 햇볕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검증되지 않은 미숙한 지도자 김정은의 손에 쥐어진 핵무기 발사 버튼뿐이다.
2011년 12월28일, 평양 하늘은 진한 회색빛으로 물든 가운데 드문드문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일의 장례식 실황을 전 세계에 중계했다. 1970년대에 생산된 구형 링컨 콘티넨탈 모델을 개조한 운구차는 지붕 위에 인공기로 감싼 김정일의 관을 싣고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도에 서서 오열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새 지도자 김정은의 등장을 알린 김정일의 장례식
군인들의 긴 대열이 음울한 침묵 속에 행진하는 가운데 김정은이 운구차에 한 손을 얹고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TV 화면을 가득 메웠다. 김정은은 북한 권부의 최고위층들과 함께 장례 행렬의 맨 앞에 서서 걸어가며 새로운 북한 지도자의 등장을 알렸다.
드라마의 주인공 김정은은 마치 세상 사람들에게 할아버지 김일성의 기억을 되살려 주려는 것처럼 인민복 차림을 하고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의 젊은 시절 헤어스타일까지 흉내 내려 애쓴 흔적이 보였다. 김정은을 뒤에서 따라가는 장성택은 3대째 이어지는 정권의 세습 과정에 혹시라도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듯했다.
이날 장례식 실황은 CNN‧BBC‧한국의 방송망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었다. 그것은 마치 할리우드에서 만든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같이 음산하고 초현실적인 모습이었다. 김정일의 영구차가 지나가는 평양 거리 모습을 시청하고 있는 외부 세계인들의 머릿속엔 강제 수용소에서 굶주림과 공개처형의 공포에 떠는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다. 생전에 세계 각국에서 유인해 온 미녀들과 어울려 헤네시 코냑을 마시며 희희낙락하던 폭군의 모습이 오버랩 됐을지도 모른다.
장례식 다음 날은 새 ‘최고 지도자’의 대관식
할리우드의 마피아 갱 영화‘대부’의 장례식과 흡사한 행사를 마친 다음 날, 김정은은 김일성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북한 최고 권력자들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86세로 당시 북한 권력의 우두머리였던 김영남은 김정은을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선포했는데, 이는 새로운 지도자라는 언급 없이 이루어지는 대관식이나 취임식과도 같은 이벤트라고 할 수 있었다.
이들 장면을 바탕으로 분석가들은 북한 권부 내에서 진행 중인 권력투쟁 과정에서 과연 누가 승리하고 있는지 파악하느라 분주해졌다. 당시 상황으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집권 기간부터 항상 최고 권력 서열의 상단에 위치하고 있던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이 유력해 보였다. 장례식 운구행렬에서나 김일성 광장 발코니에서 그의 위치를 보더라도 그렇게 보는 것이 당연했다.
섭정 세력으로 등장한 장성택
장성택은 4성 장군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면서 북한 노동당 총비서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었다. 김정은의 막강한 후견인의 위치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김정일 장례식 후 김정은을 둘러싸고 장성택 등 섭정 세력이 권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장성택의 오른팔이었던 최룡해가 급부상하며 권력의 라이벌로 등장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최룡해는 군경력이 없음에도 2012년 부참모장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전했고 곧이어 장성택이 부위원장이던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장성택의 위치가 아무리 높아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일한 장군님이었으며, 2010년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이 장성택‧김경희 부부와 나란히 모습을 나타내면서 권력의 중심추가 김정은으로 이동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김정은 등극하는 날 목숨 잃은 황장엽
그날 국정원이 관리하는 서울의 안가 욕조에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일각에서는 황씨가 김정은이 등극하는 축제에 희생제물로 사용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북한 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광신적 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스테레오타입이 되어 이제는 이야깃거리조차 되지 못할 정도이다. 2011년 12월19일 조선 중앙TV 뉴스에서 한복을 입은 여자 아나운서가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흐느끼던 모습에서 여전히 그런 분위기가 변치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낮 12시 방송은 ‘중대 발표’를 통해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알렸고 이 소식에 통곡하며 울부짓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아시아 대륙 귀퉁이에 자리 잡은 이 작은 나라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 그리고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의 세습 권력 우상화는 일상적인 일이 된 지 오래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김씨 일가 우상화
김정일의 생일인 2월16일, 한겨울인데도 백두산 정일봉에 날씨가 풀리면서 소백수 골짜기에 버들꽃이 피어났다는 식의 우상화 신화가 만들어졌다. 백두산 밀영 김정일 고향집에 갑자기 햇무리가 나타나 경치가 이채로워졌다는 거짓 신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백두산 정일봉을 칭송하는 노래와 시‧다큐멘터리는 너무 많아서 그 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신격화된 김정일의 사망을 둘러싸고는 백두산 하늘이 붉게 물들고, 천지의 두꺼운 얼음이 깨졌다는 전설이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거짓 신화와 전설은 김정일을 진정 하늘이 내린 인물로 묘사했다.
김정일의 신격화는 그의 아버지 김일성 때부터 시작됐다. 김일성은 소련군과 함께 북한을 장악한 1945년부터 1994년 사망하기까지 무려 반세기 동안 북한을 통치하며 그 후계자인 아들 김정일 역시 그것을 그대로 답습해 국방위원장이라는 최고 권좌에서 이른바 ‘선군정치’와 ‘주체사상’을 표방하며 세습 독재 권력을 굳건하게 지켜 왔다.
△김기삼 변호사의 블로그(https://niswhistleblower.tistory.com/)를 방문하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김기삼
△서울대 법대 졸업
△펜 스테이트 디킨슨 법대 비교법학(LLM) 석사 졸업
△국가정보원 8년 근무
△2003년 미국 망명
△2011년 망명 확정
△(현) 미국 뉴욕주 변호사
도널드 커크 Donald Kirk
△미 프린스턴 대학 졸업
△197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시카고 트리뷴지(Chicago Tribune)·프랑스 파리의 IHT(International Herald Tribune)지를 비롯해 50년간 한반도 문제 전문 최고령 현역 기자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