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20:33
뉴스 > 연재기획
전 국정원 직원의 양심 증언
김대중과 대한민국을 말한다 [17] 해양 훈련 ‘쫑파티’ 만취 사고… 덕분에 동기들 기합
김기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04 06:30:48
 
▲ 김기삼 전 국정원 내부고발자
 
 
 
잠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 머리에 핵을 이고 살며 밖으로는 자국 중심주의의 물결이 살벌한 칼춤을 추는 가운데 국가안보와 경제에 집중해야 할 이때 난장판이 된 정치 상황에 모두가 넋을 놓고 있지 않은가. 
북한보다도 가난했던 시절을 이기고 전 세계 국력 순위 6위의 부강한 나라를 만든 우리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이 혼란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를 살피다 보면 그 꼭짓점에 김대중이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좌파 세력의 득세와 한반도와 세계의 안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북한 핵 개발의 출발점이 김대중 정권임을 고발한 전 국정원 직원의 기록… 이 절박한 시점에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편집자 주]
 
 
 
 
공수 훈련 못지않게 힘들었던 해양 훈련
 
훈련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오니 강대○ 교무과장이 “이렇게 사고가 많이 난 전례가 없었다”며 심하게 나무랐다. 그는 우리가 군기가 빠져서 사고가 많이 난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다친 학생들을 위로해도 시원치 않을 텐데 자신의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 후 김대중 정권에서 국정원의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관리국장이 되었다고 한다.
 
공수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해양 훈련을 떠났다. 해양 훈련은 인천 월미도 부근에 있는 모 UDT 부대에서 몇 주간 실시되었다. 나는 수영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훈련받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어린 시절 강가에서 익힌 수영 실력이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우수 수영 요원으로 뽑혀 따로 수중폭파(스쿠버) 훈련도 맛뵈기로 약간 배웠다.
 
“공수‧해양 훈련 고생한 게 아까워 퇴사 못 해”
 
낮에는 뻘밭을 기고, 밤에는 하수도 구멍을 통과했다.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행군하고, 노를 저어 상륙하는 훈련도 받았다. TV에서 보던 UDT 병사들이 하는 훈련 모습을 우리도 똑같이 했다. 모두들 육체적으로는 고단해 했다. 이번에도 여자 동기들이 특히 많이 힘들어 했다. 나중에 교육을 마치고 그들이 실무 부서에 배치되고 나서 “공수와 해양 훈련 때 고생한 게 아까워서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전반기 교육을 마칠 즈음 강남에 있는 향군회관에서 위로 파티가 열렸다. 나는 여기서 일생일대의 커다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독한 술을 넙죽넙죽 받아 마시다가 속된 말로 완전히 맛이 가 버린 것이다. 마신 것과 먹은 것을 다 토해 내고 횡설수설해댔다고 한다. 나는 양지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깨어나지 못했다.
 
훈육관이 단단히 화가 났다. 나 하나 때문에 전 동기들이 한밤중에 집합하여 운동장을 수십 바퀴나 돌았다. 나는 인사불성이 되어 뛸 수도 없었기 때문에 동기들이 돌아가면서 들쳐 업고 뛰었다고 했다. 다음 날 술에서 깨어나 보니 모두들 지난 밤 나를 업고 뛰었던 무용담을 들려주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식사 도중 실수 현명하게 수습해 준 여자 동기
 
돌이켜 보면 나는 교육과정 중에 몇 차례 큰 실수를 저질렀다. 첫 번째 실수는 전반기 교육이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도중에 미처 재채기를 참지 못했다.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일부 손가락 사이를 미끄러져 나간 밥알이 테이블에 원 바운드하더니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던 여자 동기의 식반 안으로 골인해 버렸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고맙게도 그 여자 동기는 현명하게 사태를 수습해 주었다. 그녀는 키도 작고, 입도 작고, 나이도 작고, 모두 다 작았는데 마음 하나만은 넓고 깊었다. 그녀는 훈련을 마치고 동기와 결혼했는데 아마도 회사 생활과 결혼 생활을 다 잘하고 있을 것이다.
 
 
▲ 해양 훈련은 인천 월미도 부근 모 UDT 부대에서 몇 주간 실시됐는데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행군하고 노를 저어 상륙하는 훈련을 받았다. TV에서 보던 UDT 병사들이 하는 훈련을 우리도 똑같이 했다. 연합뉴스
 
 
빗나간 테니스공에 맞아 실명할 뻔한 ‘막타워’ 여걸
 
두 번째 실수는 전반기 교육이 끝날 즈음에 일어났다.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단체로 테니스를 배웠다. 그런데 코트 수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았다. 한 코트에 여러 명이 들어가서 쳤다. 나는 혼자서 서비스 연습을 했다.
 
그런데 내 어깨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 있었던 탓인지 내가 친 공이 상대방 코트에 있는 여자 동기의 얼굴을 강타하고 말았다. 그녀는 공수 훈련 때 막타워 자세가 가장 훌륭하게 나왔던 여걸이었는데 내 공을 맞고는 짚단 넘어지듯이 그 자리에 퍽 쓰러져 버렸다.
 
급히 가까운 경희대 병원으로 그녀를 실어 갔다. 불행하게도 눈에 정통으로 맞았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실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민이 되었다. 병원비는 나와 동기회가 반반씩 부담했다. 정식으로 사고를 보고하게 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기기 때문에 사적으로 처리한 것이었다.
 
광고
다행히 그녀는 몇 주간 입원 후에 무사히 퇴원했다. 동기들은 “네가 결혼만 안 했으면 책임져야 하는 건데”라며 놀려댔다. 결국 그녀도 병원에 자주 면회를 갔던 어느 동기생과 결혼하게 되었다. 아마 그녀도 지금쯤은 훌륭한 분석관으로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보직 업무에 따라 반 편성… ‘국내 정보반’ 희망
 
후반기 교육은 출퇴근하면서 받는 교육이었다. 전반기에 비해 훨씬 여유가 있었다. 반도 다시 조정되었다. 각자 보직하게 될 업무 위주로 소규모 반으로 재편성되었다. 우리는 국내 정보반‧해외 정보반‧북한 정보반‧공작반‧수사반‧심리전반‧통신반 등 각각 세부 전문 직역(職域)별로 나뉘었다.
 
나는 국내 정보반에 배속되었다. 전반기 교육을 마칠 즈음에 훈육관과 진로 상담이 있었는데 나는 “국내 정보 쪽으로 가고 싶다”고 말해 놓은 터였다. 우리 반은 남녀 합해 모두 15명이었다.
 
후반기 교육은 주로 현장실습 위주였다. 예를 들면 면담 유출 기법을 실습하기 위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를 접촉하여 특정한 정보를 알아내 오는 과제가 부여되기도 했다. 그 밖에 미행 감시하는 요령이나 공작원을 접촉하는 방법, 공작망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방법, 카메라나 녹음기 등 채증 장비를 사용하는 요령 같은 것을 실습했다.
 
단체로 운전면허… 면허증 딴 후 로열살롱 중고차 구입
 
교수님들은 진지하게 가르쳐 주려고 했지만 교육생들은 그저 느슨하게 임했다. 나는 후반기에도 별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 학과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동기들과 어울려 놀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후반기 교육 중에 단체로 자동차 운전면허도 땄다. 당시에는 아직 자동차 운전이 일반화되기 이전이라 입사한 친구 중에 면허증 소지자가 많지 않았다.
 
우리는 면허학원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후 단체로 면허시험을 쳤다. 나는 하도 농땡이를 쳐서 혹시 필기시험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요행히 가까스로 붙었다. 면허증을 딴 후 18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10년 된 대우 로열살롱 중고차를 샀다. 구닥다리 똥차였지만 꽤 큰 차였다. 크기로만 보면‘국장급 차’라며 친구들이 놀렸다. 이 차는 내가 분당으로 이사한 후에 분당‧ 내곡 간 고속도로에서 술 먹고 한밤중에 성능을 마음껏 시험해 본 적도 있었다. 철없던 시절이었다.
 
산업시찰 등으로 전국 순회… 각 지방 음식문화 체험
 
후반기에는 산업시찰이나 판문점‧땅굴 견학 등 여러 가지 명목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마침 그해에 대전에서 과학엑스포가 열렸기 때문에 그곳에서 며칠간 숙박하면서 엑스포를 관람하기도 했다.
 
당시엔 정규과정 학생들이 지방에 내려가면 지부 요원들이 아주 융숭하게 신경을 써 주는 게 관행이었다. 전국 각지를 다녀 보니 지방마다 음식문화가 많이 달랐다. 전주에서 먹었던 비빔밥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비빔밥 자체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밥상 위의 그 푸짐함이 인상 깊었다.
 
광양제철소에 들르는 길에 남원에서도 그럴듯한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마산에 들렀을 때는 그 지방 특산의 최고급 해물탕을 먹었는데 맛이 영 별로였다. 경상도 음식은 그저 맵고 짜기만 했다. 나는 경상도 출신이지만 경상도 음식이 그렇게 형편없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김기삼 변호사의 블로그(https://niswhistleblower.tistory.com/)를 방문하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김기삼
 
△서울대 법대 졸업
△펜 스테이트 디킨슨 법대 비교법학(LLM) 석사 졸업
△국가정보원 8년 근무
△2003년 미국 망명
△2011년 망명 확정
△(현) 미국 뉴욕주 변호사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7
좋아요
2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1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29,586 ▶
어제 140,329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