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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타워] 일본에서 계몽되다… 12.3 비상계엄 후기
박정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10 00:02:55
▲ 박정석 도쿄 통신원
7일 모든 일본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차분히 알렸다. 50여일 전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알릴 때와 별 차이 없었다. 작년 12월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래 3개월간 일본 언론에선 한국을 뜨겁게 달군 부정선거 이슈나 대통령의 기소·구속 과정의 불법적 측면을 깊이 다루지는 않았다. 일본 언론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눈치를 볼 리야 없겠지만 고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재일동포들의 눈높이엔 많이 부족했다. 일본인들은 여전히 레가시 미디어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 한국 주류 언론이 발신하는 “내란수괴 윤석열” 식의 뉴스들을 감당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관계를 정상화시킨 윤 대통령이 현 상황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에서 지한파 일본인들이나 교민사회 모두 매우 어리둥절하거나 당혹스러워 했다. 그러나 조금씩 진실을 알아가며 윤 대통령이 일으켜세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소중한 가치를 함께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도쿄에서 소수의 재일교포들이 모금운동을 펼칠 때 한 일본 지인 이야기가 필자를 울렸다. 추운 겨울 서울의 아스팔트 위에서 눈·비 무릅쓰고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대통령 탄핵을 막고자 나선 시민들 모습을 유튜브로 보았다면서 “그분들께 오뎅 국물이라도”라며 성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통해 고국의 20·30대만 계몽된 게 아니다. 멀리서 대한민국 근대화에 기여한 재일교포들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조총련과의 통합을 종용 당하고 냉대 받았던 기억을 되뇌이며 더 크게 계몽된 것 같다. 처음엔 다수가 요즘 세상에 무슨 계엄이냐고 황당해 했으나 아무런 시민들 불편이나 불상사가 없었으며 국내 친지 지인들 역시 자고 일어나니 모든 게 끝나있더라는 전언,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알려지면서 당초의 황당함은 지지와 단합으로 바뀌었다.
 
교민들은 3.1절 행사를 도쿄의 민단 본부에서 마치고 하나둘 히비야(日比谷)공원에 모였다. ‘일·미·한 자유수호 데모 행진’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임’(대사모)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재일협의회’(한자협) 등 여러 단체가 함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며 약 1시간반 도쿄 중심가를 행진했다. 행진 기점은 바로옆 히비야 공회당에서 1946년 10월3일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 창단식이 열렸던 역사적 공간의 일부다. 여기서 고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가두 시위를 출발한 것이다. 
 
조심스럽게만 전하던 일본 언론 보도로 알 수 없던 좀 더 깊고 정확한 대통령 탄핵 전후 맥락이 유튜브로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일본인들 또한 윤 대통령이 거대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지목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며 주목하게 됐다. 자유대한민국에 입법 폭주, 중국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정선거 의혹, 한국인들에게 공산 좌파 세력이 사회 각계각층에 확산된 현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 일본인들의 심정을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이웃나라에 대한 단순 측은지심, 또 하나는 역사적 위기가 늘 한반도에서 먼저 발생했다는 경험에 근거한 두려움이다. 이는 일본인의 DNA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일본 역사 속 한반도 정치 상황이란 늘 자국 안보와 직결돼 받아들여졌기에 우리도 깊이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에겐 청일전쟁·러일전쟁도 한반도를 일본편으로 만들기 위해 벌인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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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부산적기론’(釜山赤旗論)이란 게 있다. 한반도 남단 부산에 공산당 깃발이 꽂히면 일본까지 큰 위험에 처한다는 논리다. 부산적기론은 6.25전쟁 당시 일본 우익들이 만들어낸 신조어였다. 특히 1960년대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회담 반대 데모나 1980년 광주5.18 때 일본 정계에서 자주 인용되었다고 한다. 이는 ‘북방 위협론’의 연장이다. 요컨대 일본이 안정적 평화를 누리려면 한반도가 평화로워야 하고 한국이 절대 공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이 정계·재계가 적극 도와야 한다는 논리도 여기에 포함된다.
 
일본의 ‘북방위협론’ 기원은 유구하다. 19세기 중반까지 섬나라 일본에겐 한반도를 제외하고 안보 위협이 거의 없었다. 역사 속 일본인의 가장 심각한 외부로부터의 공포 모두 한반도발(發)이거나 한반도 경유였다. 첫 번째, 7세기 백제 멸망이다. 백제가 나당연합군과 금강하구로 추정되는 백촌강(白村江)에서 맞붙었을 때 일본이 지원군까지 파견해 도왔으나 백제의 멸망을 막지 못했다. 백촌강전투는 일본 역사에서 비중있게 다뤄진 후 더욱 한국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이어13세기 몽골족의 원나라가 고려를 앞세워 두 번이나 일본 침공을 시도한 게 두 번째 북방 위협이었다. 다 태풍으로 침략자들이 실패한 전쟁이었으며 훗날 하늘의 가호 즉 가미카제(神風)로 재해석된다. 
 
북방위협 세 번째가 북한 남침에 의한 6.25전쟁이었다. 지금 일본의 우리는 부산적기론 아닌 ‘여의도 적기론’에 떨고 있는 것 같다. 거대 야당이 주류 언론과 함께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듯하다. 그들의 폭주와 패악질이 세계자유지수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2024년 순위를 10단계 추락시킨 세계 32위로 만든 것 아닐까. 민주주의 지수 145위 중국·165위 북한과 손잡고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이냐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조총련과 통합하라’던 문재인 정권 시절 악몽이 되살아난다. 일본인들에게는 북방위협론이 도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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