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건축물은 막집에서 시작됐다. 이는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은 것으로 구석기 시대의 집이다. 이후 신석기에 들어와 집터가 원형으로 만들어진, 외부보다 낮은 수혈식 구조가 등장한다. 청동기 시대에는 사각형 집터가 나오고 내부 기둥이 등장한다. 철기 시대에는 다양한 수혈식 형태가 등장하는데 바닥 높이가 외부와 동일해진다.
건축물은 바닥에서 벽, 그리고 지붕의 순으로 발전한다. 이는 우리의 육체가 바닥에 닿는 것과 연관된다. 이후 기술의 발달로 벽에 변화가 온다. 그리고 지붕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부분이므로 박공식 지붕에서 평지붕으로 변화가 이뤄진다. 건축은 벽과의 싸움이다. 벽이 어떻게 놓이느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고 벽의 모양에 따라 지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기 건축물의 형태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보다는 권력을 상징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다. 그래서 로마는 어느 지역을 점령하면 건축물을 먼저 지어 그 위용을 과시했다. 그래서 초기 건축물은 내부보다는 외부에 더 신경을 쓴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부 공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외부와 내부의 발달이 병행되었다. 공간의 시작은 동굴이었다. 인간이 처음 동굴에 들어간 이유는 기후와 맹수 때문이었다. 그들은 머지 않아 동굴에서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맹수는 기술의 발달로 어느 정도 관리가 되었으나 기후에 대한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없었다. 인간은 영원히 동굴에서 나올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자유의 의미는 다양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자유란 ‘외부적인 구속이나 얽매임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동굴은 자유롭지 못한 공간이다. 인간은 영원히 공간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건축에서의 자유는 이 공간에서 인간을 빠져 나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점차 시각적으로 자유롭게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벽이란 시야가 더 이상 가지 못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시야는 곧 정신의 바탕이다. 공간에서 영원히 나올 수 없음을 깨달은 인간은 벽이 없는 공간을 꿈꾸게 된다. 이는 불교에서 무소유를 의미한다. 소유는 곧 속박이다. 무소유는 자유로움이다.
공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하여 인간은 구조를 변형한다. 처음에는 벽체 구조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골조와 벽체 구조인 혼합 구조를 만들고 이어서 골조 구조를 만들어 낸다. 골조 구조는 기둥으로만 하중을 기초까지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르 코르뷔지에의 도미노 시스템이다. 벽체로 에워싸인 공간은 시각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나 골조기둥은 하중을 기둥으로 받기에 벽의 역할은 단지 공간을 형성하는 역할만 한다.
이는 곧 벽의 재료에 대한 자유로움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방이 유리로 된 건축물이 등장한다. 우리는 이를 커튼월 건물이라 부른다. 커튼월 건물은 커튼을 치면 커튼이 월(wall·벽)이 되고 커튼을 걷으면 월(벽)이 사라지는 공간을 말한다. 이는 시각적인 자유가 있는 공간이다. 그러면서 내부에서 외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형태로 바우하우스가 선보인 것이다. 이를 부유라 칭한다.
건축물의 형태에도 자유가 온다. 벽체 구조는 하중을 벽으로 받아 내기에 벽의 구성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골조 구조는 기둥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벽의 구성이 자유롭다. 그래서 형태를 만듦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진다. 구조는 곧 상부에서 기초까지 하중의 흐름을 의미한다. 즉 골조 구조는 기둥이 하중을 받는 한 나머지 요소는 자유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건축가들은 다양한 형태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해체주의 건축물까지 등장하게 된다. 해체주의는 고정관념을 해체한 것이다.
모든 건축물은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지고 사각형을 유지한다는 고정관념을 해체주의자들은 해체한 것이다. 피터 아이젠만·프랭크 게리·자하 하디드 등이 대표적인 해체주의 건축가이다. 이러한 시도는 곧 사고의 자유를 표현한다. 대부분의 영역에는 방법이 있고 틀이 있다. 이들은 이러한 방법과 틀을 부숴 버린다.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몫이 아니고 선택하는 자의 몫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선택받지 못하면 태어날 수 없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건축의 형태가 자유를 갖게 되면서 선택하는 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의 자유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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