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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영화인의 이권 욕심에 무너진 영화인총연합회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13 00:02:52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대종상이 영화 단체를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한국영화계를 대표해 온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하 연합회)가 파산해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해방 후인 1945년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영화인 단체가 영화계 내분으로 파탄이 난 것이다.
 
현재 집행부가 일을 잘못하거나 사고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전임 집행부가 넘겨준 부채에 이자가 붙어 갚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액수는 8억 원 정도. 영화배우나 감독 중에서는 몇 백억짜리 빌딩을 샀느니, 감독 비용으로 얼마를 받았느니 하는 소식이 자랑처럼 들려오지만 최고 영화인 단체가 빚 8억 원을 해결하지 못해 문을 닫는 것이 너무도 기가 막히다. 더구나 그 부채는 어느 영화인이 연합회에 빌려주었다는 돈이다. 영화인이 연합회의 문을 닫게 한 셈인데 연합회 측에서는 회생을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파산하기로 결론을 낸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연합회가 결국 파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해마다 열리는 대종상 영화제를 차지하려는 의도적인 흔들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채권자는 연합회의 회생 노력에 대해 대종상 개최권을 양도해 주면 합의해 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연합회 측은 영화인들의 상징적 자산인 대종상을 특정 개인의 사유물로 넘겨줄 수는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고, 그러자 채무자 쪽에서는 회생 절차에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한 것이다.
 
1957년부터 우수국산영화상이란 명칭으로 시작된 대종상은 1962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어 시상했다. 1960년대에는 최고 권위를 가진 영화상으로 주목받았지만 1970년대 들어서는 영화사들의 이권 다툼의 대상이 되었다. 최우수상으로 선정되거나 반공영화상 부문 수상작에는 보상으로 외국영화 수입권(외화쿼터)을 한 편씩 배정했기 때문이다.
 
1986년 이전에는 영화 제작과 수입은 허가받은 영화사만이 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되었다. 그중에서도 외국 영화 수입은 한국 영화 제작 실적을 채워야만 보상으로 1년에 한 편의 외국 영화 수입권이 배정되었을 뿐이다. 지금은 한국 영화의 흥행력이 웬만한 외국 영화를 능가할 정도로 높지만 1990년대 이전의 한국 영화 제작은 만들수록 손해 보는 일이었다. 그 무렵의 영화 시장은 외국 영화가 압도적으로 주도했다. 한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15% 수준까지 하락한 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영화 수입권을 한 편 더 배정받기만 하면 로또 복권에 1등 당첨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국 영화의 수준이라야 서로 엇비슷해서 어느 작품이 수상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영화사들은 자신이 제작한 영화를 선정작으로 만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노력이란 것이 누가 심사위원으로 들어가는가, 그 심사위원을 어떻게 매수할 수 있는가의 경쟁이었다. 주최 측에서는 보안을 지키기 위해 심사위원들로부터 보안 서약을 받기도 하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 격리된 장소에서 합숙 심사를 하기도 했지만 영화사 사장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심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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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만들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에 입상할 수 있는 영화를 누가 더 잘 만들 수 있는가의 경쟁을 벌인 것이다. 외국 영화 수입권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3억 원 정도였고, 흥행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그보다 훨씬 높았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시세가 50평형 기준으로 5000만 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으니 외국 영화 수입권을 두고 벌이는 영화사들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을지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외국 영화 수입 자유화가 이루어진 이후부터는 대종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이런저런 소문은 간단없이 튀어 나왔다. 후원금이나 스폰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리베이트를 챙길 수 있고, 사업비를 지출하는 과정에서 지출영수증을 조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생법원은 대종상의 업무표장이 영리 대상이 아니어서 재산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고 결정했지만 파산관재인이 1000만 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값을 매기는 바람에 공매에 들어갔다. 채권자는 6억 원으로 그것을 사겠다고 응찰해 완납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채권자가 6억 원(부가세 별도)으로 업무표장 권리를 낙찰받는다면 대종상 행사를 통해 그 이상의 수익을 얻어야 하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다. 영화계는 채권자의 그간 행태로 보아 대종상의 공익적 가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얻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인이 영화계 대표 단체를 파괴한 것은 한국 영화계에서 처음 보는 일이다. 지독한 악당이 주인공인 영화를 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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