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더 많다. 그러나 혹자에게는 요행수가 통해 안 될 것 같은 일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래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희비를 가리는 뭔가가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해서 때로는 흥분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돌아오기 어려운 미궁 속으로 더 빠져든다.
지나치게 감정에 매몰되어 이성을 잃으면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개인사도 그렇지만 하물며 국민 다수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국가적 대사는 더더구나 그렇다. 진영 간 싸움이 양극단으로 치닫다 보면 극적으로 이기는 쪽의 희열은 크겠지만 역설적으로 국가는 후퇴하고 국민의 삶은 결국 더 피폐해지게 된다. 역사에 담긴 경험이자 교훈이다.
나라 안팎 사정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현재의 국가 상황을 보면 백척간두·풍전등화라는 말 그대로다. 앞으로 60일 이내에 위기에 몰린 한국호(號)를 건져 올릴 선장을 뽑는다고 한다. 흐트러진 정국을 수습하고 국가적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국가 리셋’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무게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국민의 선택으로 새로운 리더십이 생겨나겠지만 지금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그중에 과연 국가가 처한 현실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인물이 있나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추락하고 있는 국가에 재도약이라는 전환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성장 엔진에 다시 불씨를 지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지난 10년을 정치판의 권력 암투로 국가가 역주행하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았다.
이제 지난 일에 연연할 필요 없다. 계엄·탄핵 정국도 일단락되었다. 현실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냉정하게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현상을 보면 크게 두 개의 기류가 감지된다. 하나는 내란 진상 규명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불행을 단절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자를 주장하는 쪽의 속셈은 탄핵 정국에서 잡은 승기를 대선 승리로 몰고 가는 데 있다. 후자의 주장은 그래도 나라가 정상화되고 더 큰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권력 구조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하다. 하지만 사사로운 이익 추구에 치우친 거대 야당의 폭주가 멈추지 않는 한 어떠한 결론에 이르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여론이 어디로 모이느냐에 따라 정세가 요동을 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작금의 세상을 보면 비록 총칼을 들지 않았다지만 상대적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선동적 여론으로 분열을 획책하는 등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대중을 미혹시키면서 권력을 쟁취하는 권위주의가 만연하면서 가짜 민주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가 갈수록 많아진다.
국가는 분열하고, 진영 간의 적대와 긴장은 점점 고조된다. 정치판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정치 생명을 연장하고 영향력을 키운다. 이기는 진영과 지는 진영 간에 극명하게 명암이 갈리며 정치의 수레바퀴를 계속 후진시킨다. 심지어 행정·사법도 진영 논리에 합류하고 카르텔까지 생겨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세계 곳곳에서 권력을 움켜쥔 스토롱맨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
세계 최강국 미국을 보자. 지금의 미국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의회 권력까지 거머쥔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전횡에 세계가 전율한다. 친구도 적도 없이 마녀사냥식으로 무차별 공세를 퍼붓고 있다. 취임 불과 두 달 반 만에 마침내 미국 국민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관세 폭탄이 자국 소비자나 기업에 악재가 되는 부메랑이 되면서 제 발등 찍은 꼴이 되고 있다. 뉴욕의 맨해튼과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50개 주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트럼프는 굴하지 않고 더 밀어붙일 태세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고사하고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방은 등을 돌리고,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하면서 미국을 위태롭게 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가 점점 닮아 간다. 이번 6월 대선으로 거대 입법 세력이 행정 권력까지 차지하면 어떤 지형이 만들어질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문재인 정권의 5년 경험을 회고하게 된다. 그 5년간 국가 발전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모두 훼손하고 진영의 배만 불려 주는 결과를 낳지 않았던가. 동맹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종북·친중은 더 강화되었다. 최근 3년간 상당 부분 복원되었다고 하지만 좌충우돌의 트럼프 2기와 상대하면서 국가의 정체성이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현명해져야 한다. 국가의 장래에 대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유리한 현 상황을 고수하면서 최고 권력에 무임 승차하려는 세력에 맞불을 놓으려면 국가 재건, 즉 리셋과 관련한 압도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엄중한 시기를 겪고서도 6월 이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이 또한 국가적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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