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반(反)이재명 전선의 국민 후보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흐름은 흐름이다.
요즘 언급되는 반이재명 빅텐트가 됐건 뭐가 됐건 지금 한덕수 태풍은 이재명과 붙었을 때 대선 경쟁력이 지금 국민의힘 내 어떤 주자에 못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도 재확인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국민의힘 의원 무려 50명 이상이 한덕수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닐까.
구체적으로 반이재명 빅텐트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한덕수가 참여하는 큰 판을 말한다. 이미 시간표도 나왔다. 아마도 그는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인 5월4일까지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내내 유지할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했던 발언대로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는 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나오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국민으로선 거듭 궁금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그런 한덕수 태풍에 이미 오세훈과 유승민이 지레 겁을 먹고 날아갔으니 흥미롭다. 사실 한덕수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에 주미 대사·무역협회 회장·국무총리를 두루 지냈다. 경력으로만 보면 이만한 대통령감이 없다는 말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좀 찜찜하다. 찜찜함을 넘어 근본적인 의구심이고, 그게 바로 그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다. 무엇보다 그가 과연 자유우파에 어울리는 인물인가, 그것부터 물어야 한다.
지난번 대선 때 우리 편에 사람이 없어서 꿔 왔던 사람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그 점에서 윤석열의 3년은 현대 정치사의 연구 과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12.3 계엄 실패 이후 그의 불명예스러운 조기 퇴진과 지금의 정치 혼란도 모두가 그 맥락이라는 걸 삼척동자도 안다. 즉 국민의힘은 두 번 연속으로 대통령을 탄핵으로 잃었고, 대선 역시 두 번 연속 당 밖의 인물을 영합하려고 애쓴다. 그게 정상일까?
또 있다. 한덕수 하면 떠오르는 의구심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직후인 1월13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했던 그 자못 당혹스러운 발언이다. 12.3 비상계엄은 절차상 흠결은 물론 실체적 흠결이 있어서 정상은 아니라는 소견을 내놓은 것이다. “계엄은 잘못됐다”는 말까지 했는데 눈을 씻고 다시 봤다. 이게 뭐지? 또 한 번 주군(主君)에 대한 배신의 시리즈인가. 아니면 사기 탄핵의 주범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아부인가.
그걸 보면 일각의 지적대로 한덕수는 그렇고 그런 사람이다. 윤석열 행정부의 제2인자가 가롯 유다 같은 배신자 역할에 몰두하는 꼴이다. 우리가 놀라는 건 국가수반 대행을 했던 저들이 윤석열정부의 국정 철학을 눈꼽만큼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 대목이다. 새삼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총리의 경우 명색이 윤석열정부의 초대 총리이자 유일한 총리다.
상징성이 있는 그가 어쩌면 그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지 거듭 놀랍다. 그 직전 윤 전 대통령이 자필 편지에서 가감없이 밝힌 부정선거의 실체, 그 농간에 개입한 중국으로 추정되는 반국가 세력에 관한 최소한의 인식조차 없다. 대체 왜 그런가? 세상이 알 듯 그는 ‘또 다른 기름챙이(미꾸라지)’로 유명하다. 원조 기름챙이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다면 한덕수도 그런 과의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이후 이명박·윤석열 시대에 이르기까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차관급 이상 고위직을 역임한 진기록을 가졌다. 임명직인 관료로선 그런 이력이란 자랑일지 몰라도 대권을 염두에 둔 인물로선 엄연히 결격 사유에 속한다. 출세 지향형 인물은 본래 다 그런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고향 세탁의 혐의도 있다. 이게 또 뭔 얘기지?
젊을 땐 서울 출신으로 내내 행세했다가 김대중 등장 이후부턴 “나도 전라도요”라며 자기 이익을 챙겼다는 게 고향 세탁 논란의 본질이다. 기억하시는가? 한 총리는 지난해 총선 패배 때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는데, 그때 윤 대통령은 깔끔하게 처리했어야 옳았다. 그때 김문수·홍준표·원희룡 같은 뚝심 있는 중량급으로 바꿨어야 옳았다.
어쨌거나 그렇게 인생을 꾸역꾸역 살아온 한덕수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은 우리에게 거듭거듭 실망을 안긴다. 그런 한덕수를 가지고 자유우파는 대선이란 격랑을 성공적으로 건널 수 있을까? 성공적으로 건넌다 해도 걱정이고, 못 건넌다면 또 한 차례의 국가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오늘 터놓고 말하자. 정치 지도자로서 윤석열의 실패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건 “나는 누구인가? 어떤 지도자가 될 것인가?” 하는 비전의 결여,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위기가 가져온 것이었다. ‘꿔 온 사람’ 윤석열에겐 국가 대청소의 절박함에 대한 인식이 결여됐었다는 뜻이다. 그런 결정적인 한계가 ‘또 한 번 꾸어 온 사람’ 한덕수에게서 재연될까 봐 내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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