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외 언론은 로마 가톨릭의 수장인 새 교황 선출 이슈로 요란하다. 교황을 뽑는 회의인 콘클라베가 어떻고 거기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면 어찌 된다는 등의 시시한 소리로 가득하다. 그러더니 미국 출신의 레오 14세가 새 교황에 뽑혔단다. 이런 와중에 나는 작은 결심을 했다. 언론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현대 가톨릭의 숨겨진 진실의 구조를 드러내자는 것이다.
오해 마시라.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갈등 조장, 뭐 그런 게 아니다. 평론가의 한 사람으로 우리 시대 지식 환경에서 가장 큰 변수였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들여다보자는 제안이다. 그게 지금의 가톨릭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그런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란 게 뭐지? 1962년부터 1965년 사이, 즉 3년 동안 열린 공의회 전체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 공의회가 오늘날의 이른바 ‘열린 가톨릭’을 만든 계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리 없고, 가톨릭이 예전 같지 않게 휘청대는 배경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공의회를 공부해야 희한하게 돌아가는 대한민국 가톨릭의 오늘날도 잘 보인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물론 한국 사회의 암덩어리인 정의구현사제단도 파악된다. 터놓고 말하자. 저번 칼럼에서 나는 타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았고,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지적했다.
그의 언행도 그쪽이다. 실제로 그는 2년 전 사제가 동성 커플을 축복해도 된다는 폭탄 발언을 했던 걸로 악명이 높다. 동성 커플이란 성경이 말하는 창조 질서에 어긋나는 것인데도 교황은 버젓하게 그런 말을 했다. 그게 전부일 리 없다. 교황은 다윈의 진화론을 덜컥 수용했다. “진화론이 꼭 창조주의 개입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는 알쏭달쏭한 발언을 그때 곁들였다.
그럼 뭐가 될까. 교황 자신이 창세기 1장 1절을 대놓고 부정한 꼴이다. 또 있다. 그는 결정적으로 두 가지 발언을 했던 걸로 논란이 많다. “지옥은 없다”는 선언이 그것이고, 이슬람·불교 등 다른 종교에도 진리의 빛이 있다고 폭탄 선언을 한 것이다. “지옥은 없다”는 발언은 당혹스럽다. 마치 고기를 팔지 않으면서 정육점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그리고 다른 종교에도 진리의 빛이 있다는 선언이 당신 눈엔 멋져 보이는가.
물론 역사 속에서 가톨릭이 저질러 온 독단적 오류에서 벗어나 관용을 말하는 종교로 보이는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를 통하지 않고선 하나님께 갈 수 없다”는 요한복음은 대체 뭐가 되냐는 것이다. 교황의 발언은 성경을 무시한 충격적인 것이다. 그게 진리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범람과 함께 지난 반세기 세상을 어지럽힌 핵심 요인이다. 문제는 프란치스코의 이런 언행 모두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출발점으로 한다는 것이다.
당초 공의회가 목표로 한 것은 천주교의 현대적 개혁이었다. 수천 년 세월이 흐르며 존속해 온 종교가 성당 여기저기에 낀 거미줄을 걷어 내는 작업이라고들 당시에 말했다. 그래서 라틴어로만 집전하던 미사를 각국의 언어로 하는 것도 허용했다. 그게 가톨릭 토착화의 계기가 된 것은 일단 사실이다. 가톨릭은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갈라졌던 개신교를 ‘분리된 형제’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포용력도 발휘했다.
바로 그때 다른 종교와도 대화를 하겠다면서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것을 60년 전에 선언한 것이다. 그런 움직임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다.
살아 생전 김수환 추기경이 유학자 김창숙의 묘소 앞에서 여섯 차례 절하길 마다하지 않았던 것도 모두 그런 것을 배경으로 한다. 그는 정신나간 친구인 도올 김용옥이 진행하는 TV 논어 강의에 덜컥 출연해서 “모든 종교에 구원이 있으며, 그저 참되게 살면 된다”는 무책임한 발언도 했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하느님과 유교의 하늘(天)은 일맥상통한다는 수상쩍은 발언도 그때 토해 냈다. 그게 문제다. 교황도 그랬듯이 김수환도 교회가 견지해 온 진리를 내던지고 우리 시대의 특징인 모호한 종교 다원주의, 즉 어울렁더울렁 종교로 흘러간다는 징후였다. 바로 그게 교회 타락의 시작이었다.
또 하나,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를 보는 시각이 바뀐다. 이전까지는 교회가 전부였다. 하느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복음을 증거한다고 믿었다. 그게 정통 교리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톨릭은 그걸 낡은 생각이라면서 하느님은 교회와 상관없이 세상을 통해 직접 일하신다는 쪽으로 바뀐다. 그럼 어떻게 될까. 교회의 비중이 줄어들고 교회 밖, 그러니까 사회정의와 인권 문제가 실천되는 사회의 현장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김수환 추기경이 사회 문제에 관심 갖고 박정희정부와 자꾸 충돌했던 것이고,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이 악다구니처럼 날뛰게 된 것이다. 어떠신가. 오늘 얘기 충격적이지만 분명한 게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모르고선 변질된 현대 가톨릭의 문제점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자, 그래서 이왕 건드린 김에 다음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빛과 그늘을 마저 살펴보겠다. 그래야 현대사가 제대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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