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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커지는 중국의 부정적 영향력 어떻게 끊어 낼까
한·중 무역과 투자 역전, 무역수지 적자로 중국의 하청공장 전락 위기
중국 의존도 줄일 수 있는 한국 제조업의 자생적 생태계 복원 시급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14 00:02:55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올해는 한·중 수교 33년이 되는 해다. 그 사이 양국 관계는 10년 단위로 급속하게 변화의 과정을 거쳐 왔다. 첫 10년은 한국 기업이 중국을 저임금 임가공 우회 수출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앞다투어 진출했다. 두 번째 10년은 2002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진출 목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10년인 2010년대는 중국 기업의 수준이 향상되어 ‘값싼 중국’의 종말을 알리면서 한국 기업과의 대등한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기가 되었다.
 
이제 네 번째 10년에 들어 2020년대는 양국 기업 간의 우열 경쟁 상당 분야에서 역전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둥지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상품 혹은 기업의 한국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30여 년 만에 양국 경제 관계에서 민감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교역 내용의 변화다. 
 
수교 첫 해인 1992년을 제외하고 한국은 중국에 대해 계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부터 이것이 반전되어 오히려 중국이 우리에 대해 무역 흑자를 거두고 있다. 현재의 추세를 보면 어떤 특별한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우열 관계가 다시 반전될 확률은 높지 않다. 
 
일본에 이어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 무역이 만성적인 적자로 고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진출은 2023년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현지 진출 기업들도 점진적으로 사업 축소나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반면 최근 한국 내수시장으로 진입하는 중국 상품의 종류와 수량은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일반 잡화에서 시작해 부품·소재, 가전, 전기차 등으로 내수시장에서의 중국 제품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 마찰이 격화되면서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진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高)관세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우회 생산기지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는데 멕시코 등 중남미와 동남아에 더해 한국까지 이 대상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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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와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현재 제조업이 공급 과잉에 직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수시장의 수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다. 
 
중국이 우회 생산기지로 한국을 염두에 둔 것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이용하여 중국의 원자재나 부품을 싸게 들여와 한국을 단순 조립 생산기지로 활용,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세탁해서 한·미 FTA에 적용되는 저율 관세 혜택을 보기 위함이다. 미국 정부에서도 중국의 이러한 의도를 간파하고 한국산으로 둔갑한 중국 제품의 미국 시장 수입에 대한 조사 강화를 확대하고 있는데 문제는 한국에도 피해가 돌아오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었다는 건 이제 먼 옛날 이야기다. 한국이 중국 기업의 대외 수출 하도급 기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2024년 한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액은 57.9억 달러로 2023년 15.8억 달러에서 무려 3.6배로 늘어났다. 특히 2차전지·태양광·반도체 등 미국에서 규제를 받는 첨단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가 많이 증가했다. 한국을 중국의 첨단산업 분야 우회 수출 생산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수주 감소로 국내 제조업 생태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중국 기업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있다. 울며 격자 먹기식으로 하청공장의 수모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무역과 제조업에 있어 한·중 간에 역전이 일어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온 것이 이제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해져 버렸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의 내용과 질이 바뀌는 중이다. 그동안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수출 의존도에 대한 경계심이 컸으나 이제는 중국에 완전히 저당 잡힌 경제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이 과정에서 얄팍한 상술이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부추기거나 역이용하려는 기업이나 세력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중국 의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한국 경제의 자생력이 후퇴하고 중국에 기대 연명해야만 생존이 보장되는 한국 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 현상을 여기서 멈추게 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는 국면이다.
 
클라이브 해밀턴이라는 호주 대학 교수가 2021년 집필하여 한국에도 소개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이라는 저서에서 한국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귀가 번쩍 뜨인다.
 
중국의 진정한 본질과 야망을 깨닫지 못하면 한국도 위험하다는 경고이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문화·교육(대학) 등 우리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중국의 영향력으로 국가가 흔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처절한 경험을 한 호주와 한국의 사정은 조금 다르긴 하다. 얼마 전부터 중국의 위협을 감지한 한국 국민의 반감과 경계감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책과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大選)에서는 우리가 동맹이나 이웃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갈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야 하고, 이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진 후보에게 국민적 성원이 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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