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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無信不立 선거 관리
국정원, 투표 관리 시스템 허점 있다 지적
해킹 후 인해전술 사전투표 경계해야
이유없는 복잡성은 모종의 의도 개재 의심
月칼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26 00:02:59
▲ 강익현 국제정치학 박사·(前)싱가포르 대사관 공사
29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공정한 투·개표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관해 해외 케이스와 우리 제도를 이분 대비하여 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가나·방글라데시·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으로 불렸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반투명 플라스틱 재질의 투표함을 쓴다. 투표함 봉인은 일련번호가 적힌 케이블 타이로 한다. 투표지가 없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개표  시까지 투표함을 문자 그대로 봉인한다. 짐바브웨에서는 케이블 타이에 자물쇠를 더 채운다.
 
우리는 어떤가. 투표함은 불투명 플라스틱 재질로 된 것과 파우치(헝겊 자루)형 2가지다, 아마도 대다수 사람이 이를 모를 것이다. 파우치 플라스틱 받침대를 투표함으로 오인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관내 사전 투표함을 이송·보관하는 데 용이하도록 투표함을 파우치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당일 투표함도 개표장으로 이송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플라스틱 통이다. 왜 2가지 재질의 투표함을 만들었을까 아리송하다.
 
투표함 봉인과 관련해 선관위는 스티커 형태의 봉인지를 사용한다. 문제는 선관위가 지난 4월10일 시연회에서 봉인지를 떼어냈는데 투표함에 뗀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투표함 재사용 등을 위해 그런 비잔류형 봉인지를 쓴다고 한다. 치킨 배달 박스 봉인지도 그보다 낫다. 봉인지가 찢어지고 흔적이 치킨 박스에 남으니까. 게다가 사전 투표함은 본체가 헝겊이라 봉인 스티커 붙이기가 아주 어렵다. 케이블 타이만큼 확실한 봉인이 어디 있을까. 우리도 예전에는 한지를 투표함에 풀로 붙이고 그 위에 도장 날인하는 등 봉인을 확실히 한 추억이 있다.
 
인도엔 ‘주가드(Jugaad·임기응변) 정신’이란 게 있다. 일례로 인도에선 1루피(16원)짜리 생리대 제조기를 발명하기도 했다. 투표 시엔 중복 투표 방지를 위해 검지 손가락에 보라색 잉크를 묻혀 손도장을 찍는다. 이 잉크(indelible ink) 자국은 최소 4주간 안 지워진다. 인구 14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는 전산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이 ‘주가드 정신’을 발휘하여 만든 잉크를 70년간 투표에 사용하고 있다. 이 잉크는 말레이시아·캄보디아·피지 등 여러 나라에 수출 중이다.
 
우리는 중복 투표 방지를 위해 신분증을 스캔해 전산상의 ‘통합선거인명부 시스템’과 대조한다. 이때 오른쪽 엄지 지문도 스캔한다. 많은 사람이 이 지문 스캔 과정을 본인 확인 절차로 오인한다. 휴대폰으로 스마트 뱅킹을 사용할 때의 지문 확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이건 본인 확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투표했다는 표시로 지문 스캔 이미지를 남겨 놓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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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선관위 시스템 보안 점검에서 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불순 세력이 해킹으로 전산 신분 확인 프로그램을 조작한 연후에 인해전술로 투표소를 돌아다니며 관외 사전 투표를 해댄다면 막을 도리가 없다. 인도처럼 원시적이나마 손가락 잉크를 찍어 주면 좋으련만….
 
중국은 민주 선거를 치르는 나라가 아님에도 알리바바와 스마트 드래곤(www.ballotexpert.com) 등이 선거 관련 전 품목을 취급한다. 특히 알리바바에서는 전세계 투표용지도 주문 제작, 판매 중이다. 우리나라 투표용지도 팔고 있다고 한다. 이 가짜 투표용지 유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짜 투표지 방지 장치가 우리 공직 선거법에 있다. 사전 투표 관리관이 개인 도장을 직접 날인하는 절차다. 그런데 선관위는 5월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투표 관리관이 직접 날인하는 방식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어렵다”면서 “관리관 도장 날인은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선관위는 유권자 편의를 앞세우나 오히려 유권자들은 투표 무결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꾸로 됐다.
 
첨단은 간단하다. 선거 절차가 이유없이 복잡하면 모종의 의도가 개재되었다고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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