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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路 동서고금 <60> 이스라엘
임명신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8-13 00:02:40
팔레스타인이 오랜 세월 지명에 불과했던 반면, 이스라엘은 3000여 년 전부터 국명이었다. 이스라엘이라는 국명이 인명에서 유래한 것도 흥미롭다. 그 자세한 이야기가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공통의 경전인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온다. 
 
일단 아브라함부터 보자. 아담과 이브 이후 아브라함에 이르기까지는 성경적 계산법으로 약 2000년인데, 아브라함은 인류가 잡신·주술 시대를 넘어 ‘유일신 인지’ 단계에 진입한 ‘문명사적 대전환’의 상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평화 구상인 ‘아브라함 협정’의 명칭을 여기서 딴 것도 아브라함이 셈족(유대인·아랍인)과 기독교인 모두에게 ‘믿음의 조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내란죄로 몰려 극형에 처해진 예수가 메시아임을 ‘유대인들 상대로 증명하는 것’이 마태복음의 컨셉이기에, 1장에서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며 운을 뗀 다음 16절까지 족보 소개부터 시작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아브라함의 손자인 야곱이 바로 이스라엘이다. 그에게 이 새 이름이 주어지는 과정엔 신학적·인류학적 화두와 은유가 녹아 있다.
 
어머니와 짜고 형을 속여 장자권을 가로챈 뒤 성난 형을 피해 도피길에 오른 야곱이 노숙하다가 본 ‘사다리 환상’, 외삼촌 밑에서 일하다 20년 만의 귀향을 앞두고 체험하게 된 ‘초인적 존재와의 씨름’ 등은 교회 주일학교 교육의 단골 소재들이다. 야곱은 형의 마음을 풀고자 처자식과 다년간 일군 소유물을 형에게 예물로 먼저 보낸 후 고향 강 건너에서 홀로 불안에 떨다가 미지의 초월적 존재와 밤새도록 몸 씨름을 한다.
 
창세기의 기술에 따르면 이 격투에서 야곱은 고(股)관절을 다치지만 새 이름 ‘이스라엘’(하나님과 겨루어 이김)과 ‘축복’(번성·번영의 예고)을 쟁취한다. 유사한 설화가 각 문화권에 있으나 ‘부상을 남긴 승리’라는 점에서 상당히 특이하다. 이 대목은 실수 투성이에 오락가락하면서도 절대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공동체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형과 화해한 야곱이 정착한 곳은 현재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속한다.
 
잠시 아브라함으로 되돌아가자. 그가 100세에 이삭을 얻었을 때 이미 아내 사라의 몸종 하갈을 통해 태어난 이스마엘(아랍인의 조상)이 열네 살이었다. 그래서 이슬람교에선 아브라함의 장자이자 신의 계시에 따라 제사 희생물로 바쳐질 뻔했다가 살아난 드라마의 주인공도 이스마엘이다. 가문의 본격적 확장은 이삭의 차남 야곱 때부터다. 신과 겨뤄 ‘축복’을 이끌어 낸 야곱답게 열두 아들이 12개 지파를 형성해 인구를 늘려 갔다. 부족을 넘어 차츰 민족을 이룬 이들은 역사상 최전성기인 솔로몬 시대를 맞이하지만 그의 사후 아들들이 대립해 남북 왕국(유대·이스라엘)으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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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지가 사마리아였던 이스라엘이 B.C. 722년 먼저 앗시리아에 정복당해 동화되는 바람에 유대 공동체에선 수백 년간 ‘사마리아인’을 천시했다. 훗날 예수가 이를 꼬집어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들려 준다. 수도가 예루살렘이던 이스라엘이 멸망한 지 130여 년 후 유다 또한 바빌론 제국에 복속당해 노예로 끌려갔는데, 1978년에 나온 팝송 ‘바빌론 강가에서’가 그 아픔을 노래한다. B.C. 538년에는 바빌론을 정복한 페르시아 제국이 유대인들의 예루살렘 귀환과 성전 재건을 허용했다. 그래서 6월 공습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을 향해 “양국이 키루스(고레스) 대왕 시절부터 친구였다. 그때 우리를 해방시켰듯 이번엔 우리가 여러분의 해방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예수 생존 당시 이스라엘의 지배자는 로마였다. 유대인들의 저항이 계속됐고 예수에게 ‘무력 항쟁 독립운동 지도자’를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무리도 나온다. A.D. 70년 유대 반란이 예루살렘 제2성전 파괴라는 고통으로 이어졌으며 135년에 반란이 진압된 후엔 아예 지명마저 ‘팔레스티나’로 바뀐다. 당시의 상황을 빗대 유대인 학살과 노예화·강제 이주와 함께 이향(離鄕)·이산을 뜻하는 단어 ‘디아스포라’가 널리 쓰이게 됐다. 4세기, 기독교의 로마 국교화 이후에도 유대인들은 독자적 종교 공동체를 유지했고 그것이 불가능해지면 새 땅을 찾아 떠났다.
 
그 결과 동북아시아인의 외모나 검은 피부를 지닌 유대인도 존재한다. 본인이 원하면 종교·문화 정체성 관련해 일정한 확인 절차를 거쳐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한다. 1948년 건국 시 채택된 이름 ‘이스라엘’은 ‘유대국가’나 ‘시온’보다 포괄적이고 비국교적인 이름이다. 현지 중앙통계국 자료(2024년 기준)에 의하면 신앙의 자유가 허용된 세속적 현대 국가 이스라엘엔 유대교(약 73.5%)·이슬람교(약 18%)·기독교(약 2%)·드루즈 등(약 1.5%)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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