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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 해설] ‘동맹 현대화’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김태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9-08 00:02:59
▲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대다수 국민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주한 미군의 변신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3월부터 C-17A, C-5M 등의 수송기로 오산·군산·평택·칠곡에 배치되어 있던 PAC-3 및 THAAD 포대의 절반 이상을 바레인·요르단·카타르 등으로 반출했다. 미군 방공 전력의 절반이 떠난 것이다. 전투기 감축은 더 일찍 시작되었다. 애초 주한 미 공군의 전투기 전력은 3개의 F-16C/D 대대와 하나의 A-10C 대대를 합쳐 도합 96대였지만, ‘탱크 킬러’ A-10C 24대는 노후화를 이유로 26년까지 전량 퇴역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모두 미국으로 철수했고 개량을 위해 미국으로 보내진 9대의 F-16은 복귀하지 않았으며 또 다른 F-16 9대는 군산에서 오산으로 옮겼다. 미국의 공식 확인 없이 전투기 전력의 4분의 1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8월25일 한·미 정상회담이 공식 합의문 없이 종료됨에 따라 ‘동맹 현대화’라는 의제는 후속 국방·외교장관(2+2) 회담이나 그 아래 실무급으로 넘겨진 것으로 보인다. 잭소니언 전통의 신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부쩍 강화하고 있는 미국은 ‘거래적 동맹관’을 바탕으로 매몰차게 통상·관세 전쟁을 벌이는 한편 안보 분야에서는 ‘동맹 현대화’를 주문하고 있다. 신냉전 대결 구도에서 서방에 대항하는 ‘변혁의 축’ 세력을 분열시키고 그 맹주인 중국을 제압하는 데 동맹국들의 기여도를 높이면서 미국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하에서 한국에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방위비 분담금의 파격적 증액, 대만 사태 시 한국의 기여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뉴노멀’로 밀어붙이고 있다. 주한 미군을 대북(對北)용으로만 묶어 두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 배치하거나 규모와 장비 그리고 편제를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주한 미군 2만8500명 유지’를 명시한 국방수권법도 철석같이 믿을 것은 못 된다. 예외 조항도 있는 데다 병력·장비 운용에 대한 세부 지침까지 명시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에 ‘예속’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미 본토나 타지에 ‘배속’된 부대도 공식적으로는 주한 미군으로 집계된다. 제35 방공포병여단에 예속되지만 중동에 파견된 제1 방공포병연대 2대대와 제52 방공포병연대 6대대가 그런 사례다. 제2사단의 지상군도 비슷하다. 사단 본부는 한국에 있지만 예하 제1·2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단은 미 본토에 주둔 중이다. 게다가 현재 45만 명 수준의 육군을 36~42만 명으로 줄이는 계획을 검토하는 가운데, 그리고 군사개입 시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 지상군 개입이 아닌 해공군 지원 위주(Off-Shore)의 개입으로 방향을 바꾸는 가운데 주한 미군의 실제 주둔 규모는 2만40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 현대화’를 위한 후속 협상에 나설 관계자들에게 두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째, 주한 미군의 존재가 북한에 주는 “전쟁을 도발하면 미국과 싸우게 된다”는 메시지의 전쟁 억제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따라서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거부하기 힘든 ‘뉴노멀’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전쟁 억제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됨을 유념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둘째, 그것을 위한 최우선적 대안은 대한(對韓) 핵 보호, 즉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 위협을 불식시키지 않는다면 한국군이 가진 재래 군사력의 질적 우세나 국방비 증액만으로는 한반도의 안정을 담보할 수 없으며 미국이 요구하는 ‘한국군의 주도적 역할’도 불가함을 미국에 인식시켜야 한다.
 
지금 미국은 더 이상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이타적인 ‘샘 아저씨(Uncle Sam)’가 아니다. 한국은 ‘변화하는 미국’이 요구하는 ‘뉴노멀’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미국의 기선 제압용 요구와 심중에 두고 있을 합리적 목표치를 구분하면서 신중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도 챙겨야 한다. 이것은 ‘따끈한 얼음물’을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해내야 한다. 후속 협상에 나설 관계관들의 애국심과 전문성에 동맹의 미래와 함께 한국의 생존과 번영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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