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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에서 18일(현지 시간) 정부의 긴축재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파업·시위가 진행된다. 10일 ‘국가 마비’ 시민운동에 이어 2차 대정부 투쟁이다. 16일 프랑스앵포와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현지 주요 노조들이 18일을 공동행동의 날로 정했다. 15일 기준 전국에서 이미 40건의 집회가 신고됐으며 18일 당일까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정보 당국은 18일 참여 인원이 10일 운집한 20만 명(내무부 집계)의 약 2배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파리에 3만∼6만, 나머지 지역에 총 10만 명가량이 모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교통 부문 노조들의 참여로 시민들 발이 묶이게 됐다. 우선 프랑스 철도공사(SNCF) 내 3개 노조의 18일 파업이 예고돼 있으며 고속열차 약 90%가 운행된다지만 도시 간 일반 열차는 50% 운행이 예상된다. 지역 내 열차(TER) 역시 대부분 60%만 운행하게 될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내각 불신임으로 사임한 필리프 타바로 교통장관이 11일 라디오 프랑스앵포에서 “18일 암흑의 날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철도 운영사들이 대처하기 어렵도록 노조가 막판에 파업예고서를 제출한다.
파리교통공사(RATP)의 4대 노조는 공동성명을 통해 18일 파업을 선언했다. 기관사 없이 자동운행 지하철 3개 노선(1·4·14호선)만 정상 운행되고, 그외엔 출퇴근 시간 때만 운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도권 고속 전철인 RER과 수도권 국유 철도망인 트랑지리앵 네트워크도 파업으로 열차 운행 차질이 불가피하다. 항공 분야 파업은 제한적이다. 현재 프랑스 내각 해산으로 정부 측 협상 상대가 없어 프랑스 항공관제사들의 최대 노조는 파업을 다음달 초로 미뤘다. 또 파일럿 최대 노조가 18일 파업 불참을 밝힌 반면 에어프랑스 주요 노조들은 동참한다.
교사들이 그동안 꾸준히 인력 부족과 저임금 실태에 항의해 온 교육계를 비롯해 에너지(전기·가스 등) 부문 근로자, 약사·물리치료사 등도 투쟁에 동참해 상당수 약국·치료시설이 18일 문을 닫을지 모른다. 전날 강력 투쟁을 천명한 강성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의 소피 비네 사무총장은 “바이루(전임 총리) 예산안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해야 한다”며 “세금 정의, 연금개혁 철회, 공공서비스 자금 지원, 임금·연금 인상 관철”을 다짐했다.
프랑스에선 파업권이 헌법적 권리다. 노동3권(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권)만 헌법적으로 보장될 뿐 ‘파업권’ 명시가 없는 나라들이 많아 이례적인 경우로 꼽힌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특히 제87호·제98호) 등 노동자 결사의 자유·단체교섭권을 보장한 조약에 가입된 프랑스의 경우 현행 헌법상 국제조약을 국내법보다 우위에 둔다. 모든 노동법에서 파업을 ‘근로의무 이행의 집단적 중단’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징계·해고 사유로 삼을 수 없도록 한다. 다만 독일·영국 등에 비해 프랑스는 근로자 측에 더 관대하게 적용한다. 소수가 참여해도 ‘집단성’을 인정하거나, 근로조건 개선·변경 등 직무 관련 목적만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의 파업도 보호하는 편이다.
1789년 혁명 이후 프랑스 정치사란 거리투쟁·총파업에 의한 체제 전복의 연속이었다. 1830년·1848년·1871년(파리코뮌), 1936년 인민전선 총파업, 1968년 5월 혁명 등 ‘시민의 직접행동이 체제 변화를 만든다’는 사회적 학습을 형성한 것이다. 프랑스를 ‘혁명의 나라’로 부르는 이유다. 현행 헌법이 계승한 1946년 헌법 때부터 파업권을 헌법적 권리로 간주했다. 심지어 헌법 전문에 파업권이 들어간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후 파업권을 좁게 해석하려는 시도 대부분 위헌·위법으로 판정되면서 분파적·경쟁적 노조 체계가 뿌리내렸고 조직률이 낮아도 강력한 법적 지위를 누리게 됐다. 협상보다 대결·압박 중심의 노사문화를 고착시킨 셈이다.
프랑스에선 파업을 ‘시민의 기본권적 저항수단’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세계 최강이다. 그 결과 파업 발생 빈도 또한 유럽 최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ILO 통계에 따르면 2010~2019 파업으로 사라진 근로일수(연평균/1000명 당)가 독일(10일)·영국(21일)·스웨덴(7일)·미국(6일)에 비해 프랑스는 123일이며, 이후 더 심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선 파업이 공공부문·운수 중심의 대규모인데다 노조 조직률 저조에도 파업 빈도가 높다는 게 특징이다. 이것이 수십 년째 프랑스 내 신규투자를 가로막아 고질적인 악순환을 낳았다고 지적된다.
연금개혁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된 지도 오래됐다. 국부와 복지제도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논란을 벌여 2010년에야 법정 퇴직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8년간 점차 높이도록 합의가 이뤄졌다. 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2030년까지 64세로 높이려 하지만 저항이 엄청나다. 이는 보험료 납입기간 연장을 의미하며 서민들마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일한다고 알려진 프랑스인 특유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도 좌파를 표방해 온 마크롱은 지난 30년간 매번 좌초됐던 연금개혁을 최초로 의회 통과시켰으나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자국중심주의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은 지속된 파업 사태에서 질서·치안·생계 안정 메시지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작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제1당으로 부상했으며 르펜은 2027년 대선 유력 1위 후보로 자리 잡았다. 1958년 출범한 제5공화국 이래 프랑스는 가장 극심한 정치적·사회적 교착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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