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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3일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 김영남 동지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으로 서거했다”고 전했다.
김영남 전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정권을 모두 거치며 북한 외교의 중추 역할을 해 온 대표적 원로다.
1928년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 가정에서 태어나 김일성종합대학과 모스크바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1983년 정무원(현 내각) 부총리 겸 외교부장에 올랐다. 이후 1998년부터 2019년까지 21년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 사실상 ‘국가수반’ 역할을 수행했다.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외 활동을 자제하던 시기에는 각국 정상들과 직접 만나 북한의 외교적 입장을 대변했으며, 김정은 체제에서도 외빈 접견과 정상외교의 한 축을 담당했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남한을 방문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예방,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함께 한반도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북한 매체는 김 전 위원장을 “자주·평화·친선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대외정책을 철저히 구현해 공화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인 혁명적 외교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최고위층 인사로서는 드물게 좌천이나 혁명화 조치 없이 60여 년간 외교 일선에 머문 인물로 꼽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새벽 1시 박태성 내각 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핵심 간부들과 함께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된 김 전 위원장의 시신을 찾아 조문했다.
북한 당국은 장례를 국장(國葬) 으로 치르기로 결정했으며, 장의위원회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박태성 총리, 최룡해 상임위원장, 최선희 외무상 등 주요 간부들이 이름을 올렸다. 조문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되고, 발인은 5일 오전 9시에 거행된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명의 성명을 통해 “김영남 전 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고인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2005년과 2018년 두 차례 평양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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