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관에서는 매년 이맘때 현지 카운터파트들에게 연하장을 보낸다. 필자도 국내에서 생산된 연하장을 준비해 직접 손 글씨로 짧게나마 적어 보냈다. 현지인들은 신박한 디자인과 세련된 인쇄의 우리 연하장을 꽤나 좋아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세 들어 사는 집주인에게 연하장을 보냈다. 중국계여서 모든 것이 뜻한 대로 풀리기를 기원한다(근하신년 만사여의[謹賀新年 萬事如意])는 덕담을 한자로 적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그 집주인은 당시 집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음에도 이에 개의치 않고 재계약을 해주어 정말 감사했다.
싱가포르에서 공관장으로 모셨던 오준 대사는 직접 그린 로컬 풍경화를 인쇄한 연하장을 썼다. 그 정성에 현지인들이 놀라워했음은 물론이다. 훗날 오 대사는 유엔 대사 재직시 "북한 주민들은 우리에게 '아무나(anybodies)'가 아닌, 같은 민족"임을 강조하여 세계에 울림을 줬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영어 연설 중 "이제 그만하세요(Now stop it)"를 우리말로 외쳐 큰 반향을 일으킨 외교관이다. 그렇게 연하장을 준비하는 세심함이 감동적이고 또 단호했던 안보리 연설 문안 구상에도 적용되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고마운 분들, 생각나는 분들이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포스트잇에 연하 인사를 손글씨로 적어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보내시면 좋을 것이다. AI 제작분이 아닌 사람의 향기가 스민 연하장으로 말이다.
예전에는 기나긴 겨울 밤이면 들려오는 상투적인 소리가 있었다. “찹싸알 떠-억~ 메밀 무-욱 ~”. 구성진 소리가 시리게 반짝이는 별빛과 잘 어우러졌다. 젊은 친구들은 족발이나 피자 시키면 24시간 배달해 주는데 무슨 그런 야식을 먹겠나 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밤늦게까지 어울려 화투 치는 사람들, 신혼의 새색시, 군것질을 좋아하는 꼬마들이 이 밤참을 즐겼었다.
그러다가 주거 형태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메밀묵 장수가 없어졌다. 찹쌀떡을 외쳐도 단지내 소리가 울려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파악이 어렵고 그렇다 보니 손님이 내려오기도 전에 장수가 사라지니까 문제였다. 아파트 부녀회도 외부 상인을 허락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또 연말연시 거리마다 코미디언 심형래의 ”달릴까 말까 ~ 달릴까 말까~“ 하는 영구 버전 징글벨 노래 등 코믹 캐롤이 또 그룹 아바(ABBA)의 Happy New Year! 등의 노래가 거리마다 울려 퍼졌다. 이렇게 흥청망청하는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고삐풀린 청소년들을 계도하는 공익광고도 여지없이 나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마음 들뜨게 만들었던 그 거리가 사라졌다.
이렇게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송과 새벽송, 신년 축하송이 없어진 이유가 저작권법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원인은 생활 소음 규제 때문이란다. 매장에서 외부 스피커를 설치해서 발생하는 소음이 주간 65dB(데시벨), 야간 60dB을 초과하면 과태료(200만원 이하)가 부과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벨 소리가 70dB 정도니 무슨 음악인들 제대로 틀 수 있겠나.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소상공인들이 생각하는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최우선 정책 과제로는 '소비촉진 및 지역 경제 회복(52.1%)'을 꼽았다고 한다. 즉 정책자금을 풀어 소상공인을 구제할 것이 아니라 정부 여당이 저런 소리 규제부터 풀어야 맞을 것 같다.
정 뭐하면 전국 각 버스 정류장부터라도 버스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에 스피커를 달아 캐롤을 틀어대면 어떤가. 연말연시에 한 해 야간 행상들이 찹쌀떡을 외치며 돌아다니는 걸 아파트 부녀회도 눈감아 줘도 되지 않을까. 훈훈한 겨울과 경기 진작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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