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최고 5%까지 치솟으면서, 많은 법인이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퇴로를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행처럼 번진 것이 바로 '부동산 신탁'을 활용한 위탁자 지위 변경이다. 종부세는 원칙적으로 재산세 납세의무자인 '위탁자'에게 부과된다는 점을 이용해, 서류상 위탁자를 법인이 아닌 개인이나 제3자로 바꿔 세금을 분산하려는 시도다.
형식에만 치중한 위탁자 지위 변경을 한 법인 대표 김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김씨는 법인이 보유한 주택들을 본인 명의로 신탁하고, 다시 제3자인 하씨에게 위탁자 지위를 넘기는 2단계 계약을 체결했다. 외견상으로는 주택의 종부세 납세의무자가 법인이 아닌 하씨로 변경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계약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소유권의 이전은 어디에도 없었다. 계약서에는 '소유권 명의만 이전할 뿐 실질적인 권리는 이전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구가 명시되었고, 하씨에게는 재산에 대한 처분권이나 수익권이 전혀 부여되지 않았다. 심지어 법인이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까지 유보해 두었다. 이는 신탁법상의 진정한 신탁이라기보다는, 오직 세금 회피만을 목적으로 명의만 빌려준 '명의신탁'에 불과했다.
예기치 못한 하씨의 피해와 법적 분쟁 문제는 과세 행정이 서류상의 형식만 보고 기계적으로 작동하면서 발생했다. 지자체는 등기부상 위탁자인 하씨에게 수천만 원의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했다. 실질적인 수익도, 관리 권한도 없었던 하씨는 갑작스러운 세금 폭탄을 감당할 수 없었고, 결국 예금과 거주 주택이 압류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하씨는 결국 법인을 상대로 '위탁자 지위 변경 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신탁계약의 형식을 갖추었더라도 그 실질이 대리권의 남용이나 기망에 의한 것이라면 법적 효력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조세심판원의 단호한 '실질과세' 원칙 국세청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신탁 구조 전체를 조세 회피를 위한 허위 구조로 판단했다. 하씨에게 분산되었던 종부세를 다시 법인에게 합산하여 고지한 것이다. 법인은 "지방세는 하씨에게 부과하고 국세인 종부세는 법인에게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이며, 신탁계약의 형식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조세심판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우리 세법의 대원칙인 '실질과세의 원칙(국세기본법 제14조)'을 근거로 내세웠다. 재산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이 여전히 원소유자에게 있다면, 형식적인 명의와 상관없이 실질 소유자에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하씨는 주택 운용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고, 수익을 향유하지도 않았기에 종부세 납세의무자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실질적인 권리 이전 없는 절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사례는 종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급조된 '명의신탁형 신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시사한다. 신탁을 통해 납세의무를 이전하고자 한다면, 단순한 명의 변경을 넘어 수익의 귀속, 경제적 위험의 부담, 그리고 실질적인 관리 및 처분 권한까지 패키지로 이전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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