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21:50
뉴스 > 연재기획
[최송목의 CEO 전략] F1에서 배우는 ‘멈춤’의 전략
최송목 필진페이지 + 입력 2026-02-27 00:02:55
▲ 최송목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저자
오늘날 조직은 속도와의 전쟁이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현대 경영의 핵심 미덕처럼 자리잡았다. 많은 경영자들은 실시간 답변, 즉각 보고, 빠른 의사결정을 기본으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조직을 ‘가속’하려 한다.
 
변화가 극심한 세상에서 속도는 필수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의 전제조건은 아닌 듯하다. 사실 모든 사고나 부진의 원인은 속도 자체라기보다는 속도를 적절히 운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일수록 구성원의 사고력은 떨어지고, 성과는 오히려 저하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때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언제 가속하고, 언제 멈춰야 하나?’
 
이 점에서, F1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F1 머신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지만, 단순히 가속페달을 밟는다고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승부의 핵심은 언제 브레이크를 밟고, 코너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감속하고, 어떻게 타이어와 노면의 접지력을 잘 관리하느냐다. 가속이 아니라 제어가 승부점이다.
 
‘F1 리더십’의 저자 변동식은 묻는다. “당신은 지금 액셀을 밟고 있는가? 아니면 브레이크를 설계하고 있는가?” F1에서 진정한 승자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속도와 위험의 경계에서 ‘가속’과 ‘멈춤’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성과와 생존을 결정한다.
 
최근 일본 기업의 ‘즉답 피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직원들은 회의 중이든 퇴근 후든 실시간 답변을 요구받고, 리더들은 “빨리 알려 달라”며 압박을 이어가는 것이 관행이었다. 결과적으로 깊이있는 판단과 사고의 시간이 줄면서, 빠르게 열심히 일하면서도 실질적 성과나 속도를 내지 못했다. 속도 운영의 미숙함이 문제였다.
 
지난해 쿠팡의 야간 배송 논란도 속도 추구의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초단기 배송 경쟁은 고객 만족을 높였지만, 노동자 과로와 안전 문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무조건 빠르게’라는 슬로건은 조직과 사회에 부담을 전가하며, 지속가능성을 약화했다. 이 역시 속도관리 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광고
손자병법 작전편의 “병문졸속, 미도교지구(兵聞拙速,未睹巧之久)”는 장기전의 위험을 지적하며, 다소 어설프더라도 신속하게 결전을 도모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했다. 반면 군쟁편의 “기질여풍, 기서여림(其疾如風, 其徐如林)”은 실제 작전에서 상황에 따른 속도의 완급 조절을 하라는 말이다. 기동 시에는 바람처럼 신속하되, 대기·정지 국면에서는 숲처럼 안정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모순되는 명제다. 하지만, 전자는 전략적 의사결정 단계에서 머뭇거리지 말라는 것이고, 후자는 전술적 실행 단계에서 속도를 적절히 조정하라는 것이다. 즉, 단순한 가속이 아니라, 결정-기동-대기의 각 국면에 합당한 적절한 속도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핵심은 절제와 균형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구분하면서 속도를 통제할 수 있는 리더만이 조직을 멀리, 안전하게 이끈다.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38,801 ▶
어제 140,329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