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데블로이스 감독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영화평론
드림웍스의 실사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2025)’는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2010)’와 흥미로운 거울 관계를 이룬다. 애니메이션 버전이 실물로 육화되면 정말 저럴 것 같다고 감탄할 정도로 양자는 놀라운 유사도를 보여준다. 원작과 그 리메이크작이 서로 매우 닮은 데다가, 둘 다 흥행한 사실은 얼핏 의아하다. 똑같은 비주얼과 스토리가 어떻게 15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흥행했을까? 이런 의문을 품을 만하다.
사실, 똑같지 않다. 양자가 퍽 비슷한 것도 맞다. 애니메이션과 그 실사화가 이란성 쌍둥이처럼 상당히 오버랩 되면서도 미묘히 엇나가는 이 양태에 주목할 때, ‘드래곤 길들이기(2025)’의 흥행과 작품성을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림들로 구성되는 장르인 애니메이션이 실제의 인물과 소품으로 얼마나 잘 실현됐는지 보는 것 자체가 주요 관전 요소다. 이 점이 관객에게 재미를 주어 흥행에 영향을 가했다고 판단된다. 그 실물적 구현에서 포착되는 미세한 차이도 주된 관람 포인트다.
히컵 역의 배우 메이슨 테임즈는 애니메이션 속 히컵이 지닌 이미지를 매력적으로 체화했다. 히컵은 15세 소년(‘드래곤 길들이기 2(2014)’는 전작으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에서 20세 청년이 된 히컵의 활약을 다룬다)이다. 메이슨 테임즈는 원작의 히컵이 띤 동글동글 앳되고도 갸름한 외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15세와 차이는 크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성년에 가까운 07년생 청소년으로서 더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일례로, 히컵이 바이킹으로 인정받기 위해 드래곤과 겨루는 경기장에서 그를 구하러 온 투슬리스가 바이킹들에게 포박되는 씬을 자세히 보면, 애니메이션판과 실사판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후자에서는 제압당한 투슬리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메이슨 테임즈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데, 전자에서는 히컵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이 없다. 그러므로 두 영화가 동일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애니메이션은 배우가 실제로 연기하기 힘든 비현실적 상황을 연출하기에 능한 장르다. 뒤집어 말하면,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는 그 원작에 못 미치는 허술한 흉내에 그칠 우려가 짙다. 히컵이 투슬리스를 타고 힘차게 하늘을 나는 씬이 특히 그렇다. 이 비상 씬은 활공의 스펙터클도 수려하게 구현해야 하면서 히컵과 투슬리스가 허공에서 분리됐다가 다시 아슬아슬하게 결합되는 과정도 자연스레 연출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묶인 부분이다. 날렵한 연기와 매끄러운 CG는 이 우려가 기우였음을 명쾌하게 증명한다.
이 지점에서 다른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글이 여기까지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디즈니가 발표해 온 리메이크작이 다소 부진한 흥행 성적을 기록한 현상은 잘 설명되지 않는다. 디즈니의 실사화도 애니메이션 원작과의 유사성을 보존하면서 원작의 줄거리와 조금 다르게 각색하는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드래곤 길들이기(2025)’의 최약점이 곧 최강점으로 직통하는 양상과 견주어보면, 디즈니와 드림웍스 간의 각색 전략 차이와 그에 따라 갈라진 흥행의 명운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디즈니는 원작의 줄거리를 일정히 유지하되, 그중의 몇몇 부분을 변형시키는 방식을 주로 쓴다. 이 방식은 원작과의 변별점을 형성해 또 다른 재미와 교훈을 확보하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변화된 플롯과 인물이 원작 서사의 흐름과 잘 맞지 않거나 상충하는 면이 커지는 바람에 개연성을 잃고 엉성해지는 문제가 자주 노출된다.
드림웍스는 정반대 전략을 취했다. ‘드래곤 길들이기(2025)’는 원작과 아주 흡사하다는 점이 명확한 한계로 지적된다. 맞는 지적이다. 이 지적이 산출되는 데에 작용한 복합적 지점들을 하나하나 반추하면, 더 역동적인 고찰이 가능하다. 오락성과 완성도가 검증된 원작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선택은 자칫 원작의 명성에 편승하는 처사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2010)’의 감독이었던 딘 데블로이스는 이런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허술한 변형보다 충실한 재현을 택하여 오히려 정면 돌파했다고 여겨진다.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현실적 경쟁 관계까지 고려하면, 그가 디즈니의 어설픈 실사화가 경험한 시장 실패도 인지했었으리라 추론해도 틀리지는 않겠다. 이 맥락을 참고하면, ‘드래곤 길들이기(2025)’는 자기 한계를 자기 장점으로 전유한다는 면에서 원작과 아주 흡사하다는 점을 명확한 한계로 지닌다고 재정리된다.
약점과 강점의 이 직통을 헤아려야 영화 내외를 둘러싼 중층적 긴장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영화의 흥행과 비평이 밀접히 연관됨도 재확인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적 드래곤은 상업적 성공와 비평적 성취를 양익 삼아 인상적으로 비상한다.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2025)’ 줄거리
버킹 섬은 바이킹이 드래곤과의 사투를 겪는 척박한 섬이다. 히컵은 바이킹 족장 스토이크의 아들임에도 늘 사고만 치는 약한 골칫덩어리다. 드래곤들과의 싸움이 벌어진 어느 밤, 히컵은 가장 흉폭한 전설의 용으로 알려진 나이트 퓨어리를 우연히 공격해 추락시킨다. 그 용이 떨어진 것 같은 데로 가 보니, 진짜 나이트 퓨어리가 있었다! 히컵은 그것을 죽이려 하나, 못 죽이고 오히려 돌보기 시작한다. 히컵은 나이트 퓨어리를 보살피면서 그 흑룡이 이빨을 숨겼다가 드러내는 특징을 보고 그것을 투슬리스라 명명한다. 그는 투슬리스를 먹여 살리면서 투슬리스와 점차 친해진다. 히컵은 투슬리스의 꼬리 왼쪽이 다쳤음을 발견해 인공 꼬리와 비행 장치를 만들어 투슬리스와 활공하는 법도 익힌다.
그러던 어느 날, 히컵은 드래곤들이 그동안 초거대룡의 폭압 때문에 바이킹들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게 된다. 히컵은 통과의례 경기장에서 드래곤을 온유하게 대해주는 태도의 의미를 증명하려 하나, 스토이크의 분노로 그 증명은 실패하고, 히컵을 구하러 온 투슬리스도 바이킹들의 제압을 당한다. 스토이크가 드래곤들의 비밀섬에서 위험에 빠진 그때, 히컵과 친구들이 드래곤을 타고 날아와 바이킹들을 구한다. 히컵과 투슬리스는 기민한 공격으로 거룡을 무찌른다.
딘 데블로이스 감독 소개
딘 데블로이스는 크리스 샌더스와 함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2010)를 연출하여 흥행과 비평을 모두 만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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