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다. 거시경제정책에서 스태크플레이션을 가장 치유하기 힘든 상황으로 여긴다. 수요를 줄이면 성장률이 더욱 낮아지고 수요를 늘리면 물가가 더욱 오른다. 이 경우에는 비용을 줄이고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 특히 지금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와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상승이 공급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심지어 원유 나프타 등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조업 중단 등 공급도 줄고 있다.
OECD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3개월 만에 2.1%에서 1.7%로 낮췄다. 중동 전쟁 중에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2.9%)는 유지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주요 20개국(G20) 중 2번째로 큰 하향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경제의 높은 수출의존도와 원유 수입의 높은 중동 의존도가 주요 원인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로 한국 수·출입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해상운임이 연일 치솟는 가운데 선박 보험료마저 한 달 새 최대 10배 가까이 폭등하며 수입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4월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 3월까지는 기업들의 재고 물량으로 버텼지만 4월부터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완제품 생산 비용을 높여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비료 원자재 수급이 끊길 경우 생산 라인이 멈추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금리마저 오르고 있다. 5대 은행 고정금리 연 4.410∼7.010%로 중동 불안 등에 3년5개월來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월 연체율도 한 달 새 0.02%P 증가하고 있다. 국내외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 금리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동 사태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고 주요국의 물가 상승 부담도 커져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생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약 3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 원 지급하는 26.2조 규모의 ‘전쟁추경’이 의결되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실행 지원, 전쟁 피해 기업 지원과 공급망 안정에도 국가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재원은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시 호조에 따른 초과 세수 25조 2000억 원과 기금 여윳돈 1조 원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727조 9000억 원이었던 올해 총지출은 753조 1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지난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11.8% 증가한 금액이다.
시중 유동성을 더 키우면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는 것은 경제 상식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9%포인트 대폭 상향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처럼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는 민생지원금 중심의 대규모 추경이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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