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2026년은 AI가 업무방식을 극적으로 바꾸는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이유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코드의 25~75%가 AI에 의해 생성된다. AI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이다. 이 거대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반세기 전 한 생물학자가 내놓은 개념이 뜻밖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이 어떻게 지금의 인간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자가촉매 반응(autocatalysis)’이라는 개념을 말했다. 인간이 두 발로 서자 손이 자유로워졌고, 손이 자유로워지자 도구를 만들었으며, 도구를 쓰다 보니 지능이 발달했고, 지능이 발달하자 더 정교한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된 점이다. 원인이 결과를 낳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는 순환. 윌슨은 이것을 ‘자가순환성’이라 불렀다. 인간 문명은 처음부터 이 되먹임 고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현대 인류와 이 순환구조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AI다. 인간은 AI를 만들었다. 그런데 AI는 인간의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도구가 인간을 바꾸고, 바뀐 인간은 더 강력한 도구를 필요로 한다. 수렵채집인의 손과 뇌 사이에서 벌어졌던 공진화가 지금은 인간의 인지와 알고리즘 사이에서 재연되고 있다.
윌슨은 현대 문명이 ‘고대에 적응했던 행동들이 문화적으로 형성된 모자이크’라고 말했다. 우리의 협동 본능, 이야기를 나누려는 충동, 패턴을 찾으려는 욕구, 이 모든 것이 빙하기의 유산이다. AI가 가장 잘 작동하는 영역들, 즉 언어, 패턴 인식, 협력적 문제 해결은 공교롭게도 인간 본성의 핵심과 정확히 오버랩된다. 우리는 자신을 닮은 도구를 만들었고, 그 도구는 우리의 오랜 본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자가 순환의 고리가 아주 빠르고 강하게 돌아간다면, 즉 AI가 스스로 더 나은 AI를 설계하고, 그 AI가 다시 더 나은 AI를 낳는 순간이 온다면, 그 고리 안에 인간이 설 자리가 있을까? AI는 이미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어 학습하며 인간처럼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자가 순환의 속도가 인간의 세대교체 주기인 수십 년 단위가 아니라 모델 업데이트 주기인 수개월로 단축된다면,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로 작동하는 인간 본성은 그 고리에서 점차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다.
윌슨은 생명체를 ‘유전자의 임시 운반자’로 정의했다. 진화론의 시각에서 보면 유전자는 더 효율적인 운반자를 언제든 선택할 수 있다. 같은 논리를 문명에 적용하면 무서운 결론이 나온다. 앞으로는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운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가순환의 고리가 인간 없이도 돌아가게 된다면 그 고리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도, 문화의 수동적 산물도 아니다. 인간은 그 사이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존재다. 자가 순환 고리가 무엇을 향해 돌아야 하는가의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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