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권력과 자본이 교차하는 서울 서초동. 법원과 검찰청이 밀집한 법조타운의 엄숙함과 강남 최고 수준 학군이 만들어낸 교육 열기, 서리풀공원의 고요함이 공존하는 이곳은 서울을 대표하는 부촌이다. 이 중심에 실적으로 존재감을 입증해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집이 있다. 서리풀공원 숲과 맞닿은 정적 속에 자리한 트라움하우스3차.
철저한 보안과 외부와 단절된 구조, 흔들림 없는 공간의 질서는 그의 경영 방식과 맞닿아 있다. 변동성 높은 금융 환경에서도 결과로 답해온 그의 리더십은 이 공간처럼 단단하고 통제되어 있다. 이곳은 함 회장이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과 의사결정 방식이 드러나는 장소다.
금융 샐러리맨 살아있는 신화
1956년생인 함영주 회장은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현장형 CEO’로서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궈낸 인물이다. 충남 부여 출신인 그는 1975년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서울은행에서 첫발을 뗐다.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주경야독 끝에 1985년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하며 입지전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함 회장은 금융권 대표 영업통으로 꼽힌다. 2014년 하나은행 충청 영업그룹을 이끌며 전국 1위 실적을 냈고 2015년 9월 통합 하나은행 초대 은행장에 올랐다. 2022년 3월에는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보고서보다 현장을, 형식보다 실행을 중시하는 ‘발로 뛰는 경영’이 그의 시그니처다.
그의 리더십은 두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불도저형 추진력과 전략적 유연성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강하게 밀어붙이지만 환경이 바뀌면 방향을 바꾸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 글로벌 확장, 자산관리 중심 구조 개편 등 굵직한 전략 과제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영업이라는 본질은 유지하되 방식은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 이게 함 회장 방식이다.
이 리더십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하나금융지주는 2026년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 1조21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수치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환산손실 823억 원과 특별퇴직 비용 753억 원 등 총 1576억 원의 일회성 비용을 감안하면 체감 성과는 더 크다.
핵심이익은 3조1731억 원으로 13.6% 증가했다. 이자 이익이 2조5053억 원으로 기반을 지탱한 가운데 수수료 이익이 6678억 원으로 28% 급증했다. 신탁·투자일임 등 자산관리 수수료와 기업금융 수수료가 동시에 증가한 결과다. 이는 하나금융이 이자 이익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비은행 부문의 성장도 뚜렷하다. 하나증권은 전년 대비 37.1% 증가한 1033억 원 순이익을 기록했고 하나카드(575억 원), 하나캐피탈(535억 원), 하나생명(79억 원), 하나자산신탁(67억 원) 등 계열사들도 고르게 실적을 냈다. 그룹 순이자마진(NIM)은 1.82%,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91%로 개선됐고 비용효율을 나타내는 C/I Ratio는 38.8%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공격적이다. 4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 중 2000억 원 소각을 실행했고 분기 배당금은 주당 1145원으로 확대했다. 세후 수익률을 고려한 실질 주주환원율 강화 전략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의 체감 수익을 높였다. 이 결과 하나금융 주가는 2025년 1월2일 대비 2026년 4월24일 종가 기준 약 116% 상승했다.
이러한 성과는 개인 보수에도 반영됐다. 함 회장은 지난해 총 22억200만 원을 수령하며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연봉킹’에 올랐다. 급여 9억 원, 상여 13억 원이라는 구조는 철저히 성과 기반이다.
그의 리더십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사법 리스크’라는 변수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8년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후 재판이 8년 가까이 이어졌고 2023년 11월 2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그러나 올해 초 대법원에서 원심이 파기환송되며 상황이 반전됐다. 완전한 종결은 아니지만 사실상 경영권 박탈 가능성 등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그 사이 그는 연임에 성공했고 2025년 연결 당기순이익 4조29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이 성과로 리스크를 돌파한 사례로 평가하는 이유다.
꿈의 저택에 입성
함영주 회장의 압도적인 경영 성과는 그의 개인 자산과 주거지의 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출발점은 2017년 10월 매입한 서초동 서초두산위브2다. 전용 130.05㎡(약 40평) 규모의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서초역과 법조타운에 인접한 입지, 서리풀공원을 끼고 있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갖춘 중대형 주거지다.
2005년 준공된 1개 동 47세대 규모의 이 단지는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지만 조용한 주거 선호 수요와 법조 인프라 접근성 덕분에 꾸준한 가치를 유지해 왔다. 실제로 2025년 6월 동일 면적이 약 20억 원에 거래되며 매입가(11억7000만 원) 대비 두 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했다.
이러한 자산 기반 위에서 그의 주거 선택은 한 단계 위로 도약한다. 단순 이전이 아닌 격상에 가까운 이동이다.
2025년 3월 함 회장은 서초두산위브2에서 약 300m 떨어진 서리풀공원 자락의 초고가 빌라 트라움하우스3차로 거처를 옮겼다. 전용 273.86㎡ 규모(약 82평), 단 19세대만을 위한 이 공간은 ‘대한민국 최고급 공동주택’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는 곳이다.
이곳은 독일어로 ‘꿈의 저택’이라는 이름처럼 철저한 보안과 특수 설계로 유명하다. 거친 석재 마감 외관은 유럽 고전 건축의 분위기를 띠고 서리풀 숲이 단지를 감싸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외부 간섭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구조, 하나의 독립된 영역에 가깝다.
함 회장이 서초동 명달로라는 권역을 떠나지 않은 점도 흥미롭다. 서초동은 사법 권력과 자산가 네트워크가 교차하는 정점의 공간이다. 금융과 법률의 역학 구조를 누구보다 깊이 체감해 온 그에게 이곳은 영향력의 중심을 지키면서도 외부의 변수를 차단할 수 있는 최적의 곳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주거 이동은 자신의 이력과 닮아 있다. 숫자로 가치를 증명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간다. 거주 수준을 최상위로 끌어올리면서 기반이 되는 서초동이라는 핵심 축은 흔들지 않은 선택. 이는 본질을 지키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온 함영주표 리더십의 단면을 보여준다.
금융판을 바꾸는 마지막 시간
이제 시선은 미래로 향한다. 함영주 회장의 임기는 2028년 3월까지다. 그룹 지배구조 규정상 3연임은 불가능하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그의 전략은 선명해지고 있다.
그는 신년사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고 단언하며 금융판을 바꾸는 혁신을 강조했다.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흐름 속에서 은행 중심 사고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산관리, 투자금융, 디지털 역량 강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전략은 공간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2026년 9월 그룹 본점을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청라에 들어서는 그룹 헤드쿼터는 지하 7층~지상 15층, 약 12만8000㎡ 규모로 약 2800여 명이 근무하게 된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주요 계열사 기능을 집적한 금융 클러스터가 동시에 구축된다. 이미 청라에는 통합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캠퍼스가 들어서 있다. 이번 본사 이전은 이 인프라 위에 그룹의 의사결정과 사업 기능까지 결합하는 마지막 단계다.
이렇게 완성되는 공간 구조는 그의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초동 트라움하우스가 숱한 풍파를 이겨낸 개인의 견고한 안식처라면 청라의 헤드쿼터는 금융의 판을 새롭게 짤 그룹의 전진기지다.
함 회장은 ‘영업’을 강조한다. 고객을 만나고, 현장을 이해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것.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위에 디지털과 자본시장이라는 새로운 질서가 얹히고 있을 뿐이다. 서초동에서 시작된 그의 판단은 이제 청라를 거점으로 금융 판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 이동이 하나금융의 미래 실적을 어떻게 바꿔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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