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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해설] 중동에 남겨질 핵전쟁의 불씨
김태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26-05-04 00:02:55
▲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이란 전쟁은 전쟁의 목표, 가치관, 전과, 승자와 패자의 구분 등과 관련하여 엇갈리는 평가를 양산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지만, 결말은 아직 안갯속이다. 핵 문제는 전쟁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지만, 종전이 되더라도 한쪽의 완승과 반대쪽의 완패로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양쪽의 체면과 자존심을 살리는 내용이 아니면 유의미한 종전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중간한’ 핵 합의는 종전 후에도 세계 핵질서와 중동의 핵안보 지형을 흔드는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 소멸’이 국가 목표 중 하나인 이란과 ‘국가생존’이 지고의 목표인 이스라엘의 안보 전략은 운명적으로 상충할 수밖에 없으며, 핵 문제는 더욱 그렇다. 이란의 강경파는 미국의 선제공격을 피한 핵 보유 북한과 러시아의 침공을 예방하지 못한 비핵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대비하면서, 이란이 진작에 핵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미·이스라엘의 예방적 선제공격(preventive strike)에 유린당했다고 자탄할 것이다.
그렇다면, 종전 후에도 겉으로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속으로는 남아있는 ‘핵 불씨’들을 활용하여 언제든 NPT를 탈퇴하고 ‘핵 문턱(nuclear threshold)’을 넘을 준비를 하고자 할 것이다. 평화적 용도의 농축·재처리는 NPT가 금하지 않는다는 사실, 공습에서 살아남은 핵시설, 수천 명의 핵 과학자, 미사일 개발 능력 등 종전 이후에도 남아있을 이란의 ‘핵 불씨’는 곳곳에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이스라엘의 그것과 정면으로 상충한다. 이스라엘은 수백 기의 핵무기를 가진 핵보유국이지만, ‘모호성 전략(strategy of ambiguity)’을 유지한다. 즉, 핵 보유를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핵 보유 정황을 흘림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도 피하고 억제력도 발휘하는 영리한 전략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1969년 닉슨-골다 메이어 비밀협정을 통해 미국이 양해해준 방식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ICBM급 탄도미사일, 핵 투사 능력을 갖춘 전폭기와 순항미사일 그리고 SLBM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 등으로 강대국 형 핵3축 체제(nuclear triad)를 갖추고 있다.
이런 태세 하에서 이스라엘은 ‘단일 목적 독트린’ ‘핵독점 독트린’ ‘베긴 독트린’ 등 독특한 전략들을 고수하고 있다. ‘단일 목적 독트린’이란 국가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핵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국가 기반이 파괴되는 전략적 피격,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피격, 응징보복 전력이나 전쟁 지휘부에 대한 심각한 위협 등을 핵 사용이 가능한 국가생존 위기로 설정하고 있다. ‘핵독점 독트린’이란 자국 이외 핵보유국이 주변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1981년 ‘오페라 작전(Operation Opera)’을 통해 완공단계에 있던 이라크의 오시라크(Osiraq) 원전을 그리고 2007년에는 ‘오차드 작전(Operation Orchard)’을 통해 북한이 지원한 원자로로 추정되는 시리아의 알-키바르(Al-Kibar) 시설을 공습·파괴했었다. ‘베긴 독트린’이란 상대가 핵 무력을 추구하는 경우, 실기하지 않고 예방적 선제공격을 가한다는 것으로, 오시라크 공습 시 베긴(Menachem Begin) 당시 수상이 “선제공격으로 적이 이스라엘을 향해 사용될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한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하여 취하는 조치의 매 단계는 이스라엘의 선제 행동을 자극할 수 있고, 이란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그것이 ‘확전의 함정(escalation trap)’이다. 2025년 6월과 2026년 2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이를 입증한 사건이었다. 이는 완전한 제로섬 관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호 간 핵 억제가 이미 정착된 인도-파키스탄과는 다른 경우다.
이렇듯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는 언제든 충돌할 수 있는 핵 긴장이 존재하며, 이란이 끝내 핵을 보유하는 경우, 그 직후는 이스라엘의 필사적인 선제공격 가능성이 가장 큰 시점이 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것이 전면전이 되어 중동 전역으로 확전하거나 외부 강대국들의 개입을 불러올 수 있으며, 핵 종말(nuclear Armageddon)을 위협하는 큰 핵전쟁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이 종전 이후에도 남을 중동의 ‘핵 불씨’다. 한국은 이를 ‘먼 산의 불’ 보듯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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