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마치 돌림노래처럼 긴축을 강요하는 목소리가 사회 일각에 존재한다”며 “국가채무를 명분으로 사실상 민생 고통을 수수방관하라는 무책임한 목소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국민 경제 대도약의 발판을 닦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 수립과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국가채무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국가채무를 따져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이라며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채무 구조가 우량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는데 국제기구는 60%를 권고하고 있다. 우리는 적극 재정을 펼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가 권고하는 재정통계 매뉴얼의 국가채무는 공무원군인연금 충당금, 정부 기능 수행으로 인한 공기업의 채무, 중앙은행부채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국가부채(government debt)인데, 우리는 한국만의 국가재정법으로 국가가 직접 상환의무를 지는 좁은 의미의 국가채무(government liability) 개념을 사용하는 데서 오는 혼란으로 보인다. 이러한 재정통계를 바탕으로 2021년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재정지출 확대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재정지출 확대→경기회복→세수 증대→재정지출 추가 확대→경기회복 가속으로 재정 확대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일종의 재정주도성장 이론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여당은 추가경정예산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 결과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재정지출을 확대로 2022년 말 국가채무는 천조 원을 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은 “실질적인 국가채무를 따져보면 GDP 대비 10%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아마도 ‘실질적인 국가채무’는 국가채무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이 보유한 채권 등 금융자산을 제외한 채무를 의미하는 듯하다. 이에 대해 조세재정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연금제도가 아직 성숙되지 않아 사회보장성기금이 많은 채권과 주식 등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순채무 기준으로 재정 여력을 판단할 경우, 재정 여력이 과도하게 양호하게 나타나는 착시현상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재정은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의 GDP 대비 비율은 2025년 말 49.1%로 높아졌다. 금년 말에는 50% 수준을 돌파하게 될 전망이다. IMF가 재정통계 매뉴얼에서 권고하고 있는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 기준으로는 이미 GDP 대비 100%를 큰 폭으로 상회해 위험수위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10% 주장이 제기되었다.
국가 빚의 GDP 대비 비율이 50%, 100% 상회, 10% 중 어느 장단에 맞춰 재정정책을 집행해야 할 것인가.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이 과도하면 미래를 망친다는 것은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가 보여주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 재정이 어떤 상황인지 국제 비교가 가능한 정확한 통계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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