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지 가야지 안타치러 가야지!” 배재고 응원은 바뀌었다.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극우세력의 일탈로 여겼던 5⋅18 폄훼가 고교야구에서도 나타났다. 서울 배재고와 광주 제일고의 야구경기가 열렸던 29일 서울 목동야구장.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일고 덕아웃을 향해 탱크데이와 스타벅스를 외쳤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산실인 광주일고 동문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광주시민의 가슴에 칼을 꽂는 행위였다. 사회적 금기를 깨트렸던 극우세력의 비아냥과 감정배설이 어느덧 학교와 야구장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기이한 풍경은 스타벅스에서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5⋅18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공분을 샀다. 광주시민을 진압하기 위해 사용됐던 탱크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더니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열사를 겨냥해 ‘책상에 탁’이란 홍보까지 일삼았다.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극우세력은 보란듯이 스타벅스 사주기로 맞불을 놓았다. 총칼로 국민을 억압했던 전두환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현상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광기는 아스팔트를 넘어서 학교까지 번졌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금기가 깨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색깔론과 지역감정, 군사반란을 민주주의를 깨트리는 행위로 여겼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 빨갱이로 몰거나 선거에서 이기려고 영남과 호남을 가르는 행위를 죄악시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보수 진영은 극우화됐다. 탄핵의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부정선거 음모론을 고집하더니 계엄(군사반란)이 옳다고 우겼다. 군사반란을 옹호하더니 색깔론과 지역감정이란 금기까지 깨트렸다.
북한간첩이 5⋅18을 일으켰다? 중국간첩이 부정선거를 일으켰다? 옛말에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고 했다.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똑같이 말하면 참말로 믿기 쉽다. 극우세력 사이에서 퍼졌던 허무맹랑한 음모론은 어느새 보수 진영을 세뇌시키고 있다.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일제히 관치경제를 외치며 반대했다. 음모론에 똬리를 튼 지역감정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산업과 정책마저도 비난의 대상으로 삼을 따름이다.
극우세력을 보면 매카시즘이 떠오른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조지프 매카시(1908~1957)는 1950년 “국무성 안에 공산주의자 205명이 있다”고 말했다. 마녀를 사냥하듯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몰았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과 트루먼 대통령의 진보적인 정책조차 공산주의와 연계시켰다. 색깔론으로 정적을 제거했던 매카시는 색깔론으로 지역감정을 되살린 한국 극우와 비슷하다. 극우가 확증편향으로 사회를 병들게 하면 중도는 정치에 혐오를 느끼기 마련이다.
철지난 색깔론은 역사를 퇴행시킨다.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악용해서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철없는 야구선수들이 탱크데이를 외칠 때 감독과 코치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놀이처럼 퍼지는 왜곡된 감정배설은 우리 사회를 난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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