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안이 이럴까. 극한의 염천(炎天)이 지속되고 있다. 이름하여 찜통 같은 불볕더위다. 어디 이뿐이랴. 어느 지역엔 집중호우로 수재민이 적잖다. 수 세기 동안 인간이 저지른 환경 파괴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라는 경고가 두렵게 다가온다.
날씨가 주는 짜증과 불편함의 불쾌지수를 자칫 잘못 수용하면 의도치 않은 불상사를 초래할 수도 있어 ‘절제’가 요청된다.
이러한 때 신선한 바람이 바다 건너에서 불어왔다. 청량감이다. 영국의 자산가들이 정부를 향해 “우리에게 세금을 더 걷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리처드 커티스 감독,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게리 리네커 등 영국 부자들이 앤디 버넘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부유세를 더 걷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돈 벌러 일터로 가는 사람이 아니라 쥐고 있는 재산에서 수입을 얻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올리라”고 촉구했다.
지도층이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책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사실 부유한 지도층의 솔선수범은 이보다 앞에도 있었다. 2021년 가을 미국의 대표적 억만장자 250명이 자신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는 세제 개편안을 통과시키라고 자청했다.
조지 소로스와 페이스북 공동설립자 크리스 휴즈, 디즈니 가문의 상속녀 아비게일 등은 “전체 미국인의 1%에 해당하는 부자 가운데 10분의 1에 해당하는 우리에게 적당한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재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자산이 급증한 초부유층이 정당한 세금을 내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립 250주년의 길지 않은 역사를 지닌 미국이 오늘날 세계 지도국이 된 데는 이 같은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근저에 있다. 6.25 한국전쟁 당시 워커 장군, 밴 밴플리트 장군 그리고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한국전쟁에 참전시켰다. 이들뿐 아니라 미군 장성의 아들 중 6.25 전쟁에 참전한 군인은 무려 142명이다. 그중 35명이 전사했다.
우리도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회장처럼 전 재산을 사원들에게 내놓은 미담 주인공들이 적잖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의 통 큰 기부도 빛난다. 1조 원대 의료 지원과 부산 해운대구 소유 토지 기증, 10조 원대로 추정하는 미술품 환원 등이다. 인간 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을 위한 철학의 발로다.
반면 고위 공직자 청문회만 하면 단골로 터지는 탈세, 주택 다운계약서, 병역 의혹 등에 국민은 허탈하다. ‘경행록’은 “어려운 사람에게 널리 도움을 주어라”라며 ‘적덕(積德)’, 곧 덕을 쌓길 가르치고 있다.
주나라 무왕을 도와 건국 초기 국정 설계에 참여한 태공망 여상(呂尙)은 “선한 일을 보면 목마른 것같이 하고, 선한 일이면 모름지기 탐을 내라(見善如渴 善事須貪)”고 권면했다. 보답을 바라고 선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작은 선의 씨앗을 뿌려 놓았다면 뿌린 자가 그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게 우주 법칙이다. 바다 건너 전해온 상위 0.1%의 대재벌들의 선행 소식은 삼복더위를 식혀주는 청량한 한 줄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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