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과 유지를 위해 매달 나가는 비용을 솔직히 아깝게 느낀 적이 있는가. “차라리 이 돈으로 저축하여 목돈을 만들고, 나중에 병원비로 쓰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있다면 한 번쯤은 해본 고민일 것이다. 일리가 있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대형 위험을 간과한 측면에선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지난 16년여간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굳이 매달 이 비용을 들여가며 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맞을까요?”였다. 필자 역시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보험은 단순한 금융 상품을 넘어 일종의 ‘소비재’라 여기고 접근해야 한다.
소비재란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일상에서 직접 소비하는 재화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달 보험료를 지불하며 얻고자 하는 진짜 가치는 무엇일까. 바로 어떤 순간에도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내 삶의 안정성’이다.
그동안 “보험보다 저축이 낫다”는 주제로 수많은 고객과 의견을 나누었고, 필자 역시 그 생각에 일부 공감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저축과 보험을 엄연히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모은 저축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위험’만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큰 위험’이 닥쳤을 때, 그 아찔한 격차를 메워줄 수단이 보험이다.
“보험을 해지하고 차라리 그 돈을 모으겠다”고 말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왔다. 하지만 수년에 걸쳐 2차, 3차 상담을 이어가며 확인해 보면, 보험료를 줄여 생긴 여윳돈을 실제로 저축으로 연결한 경우는 10%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장의 지출을 줄이면 그 돈이 통장에 쌓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흐지부지 생활비나 다른 소비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재정적 여유가 있는 분들일수록 오히려 리스크 관리에 훨씬 철저한 모습을 보였다.
보험은 여유가 없을 때일수록 더욱 냉정하게 판단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품이다. 무조건 많이 가입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어떻게 구성하여 내 삶의 위험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지출에만 현혹되어 미래의 위험을 무방비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의료 및 로봇 기술의 발전은 병원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첨단 치료에 드는 비용의 크기도 바꿔놓고 있다. 미래를 위한 저축과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은 결국 모두 내 삶의 안정이라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서로 다른 도구라 생각한다. 눈앞의 지출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두 영역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여 지혜롭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료를 아껴 저축하겠다는 생각에 앞서 과도한 음주, 과도한 외식, 과도한 취미생활 유지비용 등을 먼저 체크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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