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생사가 걸린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처리해야 할 업무였던 것일까.
최근 제주에서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로 경찰관이 구속되면서 경찰의 직무 태도와 조직 관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 사건을 비롯해 실종 신고 2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사실은 장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뒤 한 달여 만인 6월26일 다른 실종 치매 노인을 발견한 공로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지휘·관리·감독 체계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실종자 가족에게 실종 신고는 수많은 업무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사와 직결된 절박한 문제다.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 가족들이 기대하는 것은 가족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도움이다. 그런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허위로 종결했다면 피해는 단순한 행정상 오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경찰관의 일탈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경찰을 둘러싼 여러 사건을 보면 공적 권한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편의나 관계를 공적 책임보다 앞세우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광주 장윤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여고생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수사정보를 알려주고 증거인멸을 도운 혐의로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등이 기소됐다.
수사정보 유출도 장윤기 사건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수사정보 유출로 적발된 경찰관은 93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44명이 형사입건됐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7명이 적발돼 예년 한 해 수준을 넘어섰다.
물론 몇몇 경찰관의 비위를 두고 우리 사회 전체가 이기적으로 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인주의 역시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나'의 편의와 이해관계가 타인의 권리와 공적 책임보다 앞설 때다. 내 일이 아니라며 대충 처리하고, 내 사람이니 한 번 더 봐주고, 내가 가진 정보이니 필요에 따라 이용한다면 공직의 의미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개인의 일탈을 걸러내야 할 조직이 이를 제때 발견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개인에서 조직으로 확대된다. 한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거짓말이 어떻게 조직 안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다.
결국 필요한 것은 '경찰관 몇 명을 엄벌하자'는 구호만은 아닐 것이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자신의 편의보다 시민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도록 만드는 조직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수백 건 가운데 하나인 사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일 수 있다. 공직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그 간극을 잊지 않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내 사람'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의 일'에는 무심한 태도, 그리고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조직의 시스템이 맞물릴 때 공직의 신뢰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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