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으로 ‘덕 본’ 지역의 소비는 이미 1조원을 넘었다. 억대 성과급이 풀리자 씀씀이도 커졌다. 반도체 수혜를 본 지역에서는 자동차와 가전, 백화점 소비 등 고가 소비가 늘었다. 이천에서는 수도권 부동산 매입세도 나타났다.
정희완·이재호 한국은행 연구원이 31일 발표한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반도체 수혜지역에서 늘어난 소비는 약 1조1000억원 규모다. 연말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성과급 지급 이후 이천·화성·청주 흥덕구 등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 증가폭은 타 지역보다 컸다. 지난해 성과급 지급 뒤 소비 증가폭 격차는 1.6%까지 벌어졌다. 올해는 성과급 규모가 더 커졌고 소비 증가폭 격차는 6월 기준 3.7%까지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여가·문화 소비가 늘었고 성과급 지급 직후 외식 소비도 증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의 무게중심은 자동차로 옮겨갔다. 올해 들어 백화점과 가전·가구 등 고가 재량소비도 크게 늘었다. 반면 마트·편의점 등 생활소비와 의료·교육 지출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올해는 온라인 소비가 증가세를 주도했다. 연구진은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에 주목했다. 온라인 소비 증가분 상당 부분이 자동차 구매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올해 1~6월 이천·화성·청주 흥덕구·용인 기흥구·평택 등 반도체 수혜지역의 월평균 테슬라 인도량은 지난해 월평균보다 10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증가율 77.2%보다 28.4%p 높았다.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는 이천과 청주는 성과급 지급 이후 지출 양상이 달랐다.
이천에서는 주택 관련 지출이 두드러졌다. 이천은 반도체 종사자 비중이 가장 높지만 소비 증가폭은 청주보다 작았다. 대신 가구·가전과 주방용품, 부동산중개 서비스 등 주택 취득 관련 소비가 늘었다. 성과급 지급 이후에는 화성 동탄과 용인·수원·성남·하남 등 수도권 집합건물 매입도 증가했다. 특히 동탄 지역 월평균 매입 건수는 전년의 약 2배로 늘었다.
청주 흥덕구의 소비 증가폭은 이천보다 컸다. 부동산은 성과급 지급 이후에도 기존처럼 지역 내 매입이 주를 이뤘다. 연구진은 청주에서 늘어난 소득이 주택시장보다 소비로 더 많이 유입되면서 이천보다 소비 반응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소비가 외식·서비스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될수록 반도체 호황의 내수 파급효과도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소비가 자동차·백화점 등 고가 재량재에 몰려 있어 국내 가계소득으로 다시 돌아오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반도체 기업들의 성과급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합쳐 7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 등을 토대로 내년 성과급 총액을 62조원으로 시산했다. 내년 1인당 총액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5억1000만원, SK하이닉스가 5억7000만원으로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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