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이후 소득 하위 가구의 단말기 구입 지출은 크게 줄었지만 통신서비스 이용 지출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과 고가 요금제를 연계하는 판매 관행이 통신서비스 이용료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데이터처로부터 받은 가계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의 평균 통신비는 5만3736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통법 폐지 직전인 지난해 2분기 5만8385원보다 8.0% 감소한 수준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가계동향조사의 '정보통신' 지출 항목에서 OTT 구독료 등을 제외하고 단말기 구입과 통신요금에 해당하는 통신장비 구입 지출과 통신서비스 이용 지출만 합산해 통신비를 산출했다.
소득 2분위 가구의 통신비도 같은 기간 9만3442 원에서 9만3148 원으로 0.3% 감소했다. 반면 3분위는 0.2%, 4분위는 7.6%, 5분위는 0.4% 증가했다. 4분위를 제외하면 모두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3.0%를 밑돌았다.
통신비 감소는 단말기 구입 지출 감소가 주도했다. 올해 2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통신장비 구입 지출은 평균 5994 원으로 지난해 1만676 원보다 43.9% 줄었다. 2분위(-5.7%), 3분위(-5.2%), 5분위(-3.6%)에서도 모두 감소했다.
전체 가구의 통신장비 구입 지출 총액도 지난해 2분기 4939억 원에서 올해 2분기 4891억 원으로 약 48억 원 감소했다. 특히 1분위에서 205억 원 줄어 전체 감소세를 이끌었다.
단통법 폐지 이후 유통망 간 지원금 경쟁이 다시 가능해지면서 저가·중저가 단말기를 중심으로 할인 혜택이 확대된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가계 부담에 따른 단말기 교체 수요 둔화와 중저가 스마트폰 확대 등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소득 하위 1분위 전체 가구의 통신비 지출액은 올해 2분기 240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2%(185억 원) 감소했다. 2분위는 가구당 평균 지출은 줄었지만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전체 지출액은 0.7% 늘었다.
반면 매월 부담하는 휴대전화 요금에 해당하는 통신서비스 이용 지출은 모든 소득 분위에서 증가했다. 1분위 가구의 평균 지출은 지난해 4만7709 원에서 올해 4만7742 원으로 0.1% 늘었다. 2분위는 1.0%, 3분위 1.6%, 4분위 4.4%, 5분위 1.2% 각각 증가했다. 다만 물가상승률(3.0%)보다 더 크게 상승한 분위는 4분위뿐으로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통신서비스 이용 지출 증가 배경으로는 단말기 지원금과 요금제의 연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단통법 폐지로 요금제별 지원금 차등 규제가 사라지면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조건으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영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단말기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월 통신요금은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OTT 및 고화질 콘텐츠 이용 증가에 따른 모바일 데이터 소비 확대, 구독형 결합 상품 증가 등도 통신서비스 이용 지출을 늘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 의원은 "지원금이 고가 요금제에 쏠리는 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소비자가 실질적인 통신요금 인하를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AI 시대의 데이터 수요 급증에 맞춰 통신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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