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e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혹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말이다. 지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상혁 선수는 “e스포츠도 스포츠라고 생각하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위와 같은 명답을 남겨 세계를 놀라게 했다.
e스포츠가 당당한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과 편견과의 싸움이 필요했다. 기자가 어렸을 적만 해도 게임은 셧다운제에 묶여 청소년들의 접근이 제한되었고, 일각에서는 게임이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등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했다. 심지어 게임 중독이라는 낙인으로 도박이나 약물 같이 취급받기 일쑤였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서글픈 시대였다.
하지만 기자의 게임 사랑은 단순한 플레이에 그치지 않았다. 2013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대회를 챙겨보기 시작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시차를 불문하고 모든 국제 대회를 본능처럼 좇았다. 지인으로부터 “너는 한국 팀 경기도 아닌데 왜 그런 걸 보냐”라는 타박을 들을 정도로 시간이 허락할 때면 팀을 가리지 않고 경기에 빠져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게임이 마냥 재밌어서 봤거나 혹은 매년 반복해 온 관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기자에게 e스포츠 대회는 매년 돌아오는 올림픽 그 자체였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환호하고 지면 뼈아프게 슬퍼했으며, 어제는 동료였지만 오늘은 적으로 만나 승부를 겨루는 치열한 서사,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승자가 패자를 포옹하고 위로해 주는 스포츠맨십까지 그 모든 과정은 완벽한 스포츠였다.
그럼에도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머뭇거리곤 했다. 스포츠란 모름지기 땀 흘려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혁 선수의 한마디는 기자의 오랜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리는 충격이자 깨달음이었다.
경쟁. 프로게이머들이 치열하게 부딪히고 경쟁하는 그 뜨거운 모습에 이끌려 수년 동안 대회를 챙겨봤다는 사실을 이상혁 선수의 답변은 비로소 일깨워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더욱 깊은 몰입감으로 e스포츠를 바라보게 되었다. 올해에도 국제대회를 포함해 벌써 네 개의 대회를 챙겨봤다.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가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계를 넓히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첫걸음을 뗀 e스포츠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당히 정식 종목이 되며 역사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아시안게임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상혁 선수는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고, 최우제(제우스), 김건부(캐니언), 김건우(제카), 이민형(구마유시), 류민석(케리아) 선수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정예 최정상 선수들과 함께 2연패에 도전한다. 그들이 만들어낼 또 하나의 감동적인 경쟁과 영감의 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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