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 인구 위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확산, 에너지와 산업전환,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인 위기 국면에 봉착했다. 그러나 사회는 공존과 연대의 가치가 점차 희석되고 있다. 불평등에 따른 불만과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각자도생의 사회는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 사회로의 대전환이 어느 시기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의 문제를 보자. AI와 동화가 급속히 확산되는 오늘의 현실은 과거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사회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은 어떤 방식을 띠어야 하는 지,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부를 창출할 때 그 성과는 누구에게 배분될 것인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이 확산되는 시대에 사회보장은 어떻게 재설계돼야 하는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위기는 노동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주요 노동단체가 노동 현안 해결에 적극 참여해 해법을 마련하는 게 긴요하다. 마침 민주노총이 정부가 제안한 메가특구특별법 ‘노동 특례’ 논의를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의 전향적 자세를 긍정 평가한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2020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 이후 6년 만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정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안에 기간제 노동자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노동 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 등을 포함한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WCE·White-Collar Exemption: 고소득 사무직·전문직 노동자에게 연장근로수당 지급 및 근로시간 규제를 면제) 제도 추진을 막고, 주 4.5일제 추진 및 비정규직 제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산업계 현실을 몰각하고 있다. 현 획일적인 주 단위 연장근로 한도를 총량 관리로 전환해 노동시간 선택 폭을 넓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예컨대 반도체 R&D, 정보기술(IT), 조선·제조업 성수기 등 특정 시기에 집중적인 근무가 필수적인 현장의 수요 대응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주 52시간제는 최저임금과 외국인 근로자 수급 부족 등을 초래해 ‘고용 3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규칙한 납품 요구에 맞추려면 상황에 따라 평일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해야 하지만, 주 52시간제로 손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메가특구특별법에 담길 노동 특례의 핵심 의제로 노동시간과 고용 문제를 제시하고, 노사정이 참여하는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해 주목되고 있다. 정부의 노동 특례안과 사회적 대화 시한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이달 법안 발의와 연내 입법 목표에 맞춰 노사 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초미 관심이다.
핵심 의제는 노동시간과 이른바 2+2로 이야기되는 고용 관련 문제다. '2+2'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2년 더 늘리는 방안이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함께 노동계가 우려해 온 특례 제도다.
경영계, 한국노총·민주노총, 관계 부처 등은 차제에 노동시간 유연화에 합의하길 바란다.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려는 사람들의 의지와 R&D 의욕을 제도가 꺾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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