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종 소장(이삭애견훈련소/이웅종 동물매개치료센터)
요즘 청소년들의 욕설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한 문장을 말하는데, 욕설이 3~4번 이상 나온다. ‘씨발’은 아예 접두사로 봐도 좋을 정도다. 개새끼는 이제 욕이 아니라 대명사로 쓰일 정도다.
청소년들의 욕설문화가 날로 심각해진다면서 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의 입에서는 언제나 한국을 대표하는 욕이라 할 수 있는 ‘씨발’과 ‘개새끼’가 떨어지지 않고 흘러나온다. 왜 이 사랑스런 강아지가 한국인의 ‘대표 욕’으로 자리 잡았을까. 개의 새끼라면 강아지인데 강아지의 어디가 어때서 ‘욕’이 되는 걸까.
세계인의 공통
국어사전에는 ‘개-새끼’가 하는 짓이 얄밉거나 더럽고 됨됨이가 좋지 않은 남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로, 비슷한 말은 개자식이 있다. 한눈에 봐도 별로 좋지 않는 뜻이다. 특히 비슷한 말의 ‘개+자식’이란 느낌으로 개의 자식, 즉 강아지를 의미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과연 개새끼는 강아지를 뜻하는 것일까? 전 세계적 기준으로 봤을 때 개새끼란 말이 욕으로 불리는게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욕들은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신이나 조상, 부모의 인격에 대한 모독이 있고, 둘째로 인간의 특정 신체에 비유하는 말이 있다. 셋째, 동물에 비유하는 말이 있다. [사진=필자 제공]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욕들은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신이나 조상, 부모의 인격에 대한 모독이 있고, 둘째로 인간의 특정 신체에 비유하는 말이 있다. 셋째, 동물에 비유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욕들과 다른 언어권에서 사용하는 욕들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 분류를 보면, ‘개새끼’란 욕이 그리 낯설게는 안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개새끼의 ‘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식육목(食肉目) 개과의 포유류’가 아니라면, 개새끼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
‘개새끼’의 어원을 찾아서
▲ ‘개의 자식’이 욕이 된 이유는 바로 개의 습성 때문이다. 원시시대 이래로 인간은 근친상간을 엄격하게 금했고 가축 역시 짝짓기의 분명한 기준이 있었다. 그에 반해 유독 개만 예외적인 동물이었기 때문에 도덕관념이 없는 상스럽다는 의미에서 ‘개새끼’라는 욕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사진=필자 제공]
개새끼가 어디서 연원했는지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분분한 의견들이 현대에 와서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됐다.
첫 번째 학설은 ‘식육목(食肉目) 개과의 포유류’를 지칭하는 단어에서 시작됐다는 학설인데, 우리가 일반 상식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다. ‘개의 자식’이 욕이 된 이유는 바로 개의 습성 때문이다. 원시시대 이래로 인간은 근친상간을 엄격하게 금했고 가축 역시 짝짓기의 분명한 기준이 있었다. 그에 반해 유독 개만 예외적인 동물이었기 때문에 도덕관념이 없는 상스럽다는 의미에서 ‘개새끼’라는 욕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학설은 개새끼의 ‘개’가 ‘식육목(食肉目) 개과의 포유류’가 아니라 단어의 음운이 변화된 것이란 주장이다. 개새끼의 ‘개’는 개가 아니라 가(假 : 아닐 가)에서 나왔다. 인류 공통적으로 가장 모욕적인 욕은 자신의 정체성이 부정되는 욕이다. 즉, 부모의 인격에 대한 욕인데 부모 중 한 명이 부정을 저질러 낳은 자식이란 욕이다. 영어의 son of bitch와 비슷한 맥락이다.
즉, 개새끼의 원래 발음은 ‘가새끼’였는데, 가(假 : 아니다) + 새끼(자식)가 결합돼 ‘아빠의 진짜 자식이 아니다.’, ‘엄마가 다른 남자와 붙어먹어 낳은 자식’이란 뜻이 되는 것이다. 이 가새끼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발음하기 편한 ‘개새끼’로 변했다는 주장이다.
▲ 나당연합군에게 패망한 백제유민들은 김춘추의 모욕적인 언행을 보며, 분노를 삼켜야 했다. 그 결과 백제부흥운동이 벌어져 신라와 당나라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때 백제유민들은 나라를 되찾겠다는 열망에 만나는 사람마다 ‘어이, 개세기(開世機) 반갑네’라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사진=필자 제공]
세 번째 학설은, 역사적으로 서기 6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패망했다. 그 뒤 백제유민들은 김춘추의 모욕적인 언행(의자왕을 단 아래에 무릎 꿇리고, 술잔을 따르게 하는)을 보며, 분노를 삼켜야 했다. 그 결과 백제부흥운동이 벌어져 신라와 당나라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때 백제유민들은 나라를 되찾겠다는 열망에 만나는 사람마다 ‘어이, 개세기(開世機) 반갑네’라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우리가 IMF 경제위기 시절 각종구호를 만들어 외쳤던 것처럼 백제유민들은 개세기(開世機)를 외친 것이다. 이 때 개세기의 한자 뜻을 풀어보면 ‘너는 장차 나라를 다시 일으킬 인물이 되거라’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이 개세기란 말의 뜻을 알아버린 신라 측에서 비하의 의미로 된소리로 발음을 하면서 ‘개새끼’가 됐다는 것이다.
‘개새끼’의 어원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리된 건 아니다. 각자 저마다의 주장이 있고, 각각의 학설마다 저마다의 근거가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식육목(食肉目) 개과의 포유류’를 지칭하기엔 우리의 강아지가 너무 귀엽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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