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서 커피에 관해 궁금한 점을 질문 받을 때 평소 커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은 것을 물어 보시곤 한다. 이 중에서 가장 높은 빈도의 질문이 커피의 구입과 보관에 관한 사항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커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도움이 될 듯하다.
‘간 원두를 구입해도 되는가’. ‘홀빈’이라는 원두 알갱이 그대로 구입하는 분들도 있지만 구입처에서 원두를 갈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은 아예 갈아진 형태로 판매하는 원두를 구입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커피를 구입하기 쉬운 마트나 브랜드 커피숍에서 이러한 형태로 커피를 많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두는 원두 알갱이 형태로 구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것도 볶은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원두가 좋다. 핸드드립용을 원하는 경우라면 그보다 더 짧은 2주가 지나지 않은 원두를 구입해야 한다.
그럼 이 쯤에서 또 질문이 나온다. “간 원두도요?” 음, 이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아닙니다. 간 원두의 유통기한은 3일 정도다”고 말씀드리면 십중팔구 놀라신다. 그리고 헷갈려 하신다. 왜냐면 대부분 원두의 포장지에 적혀 있는 유통기한은 6개월에서 1년, 때로는 2년까지도 적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커피의 유통기한에 관한 의문이 생긴다. 커피도 식품이다 보니 일반적인 식품에 관한 유통기한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커피를 잘 모를 때는 필자도 당연히 그 숫자를 있는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커피에 대해 알고 나니 이 숫자는 커피 음용에 있어서는 그다지 의미 없는 숫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커피는 유통 기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조일자, 즉 로스팅한 날짜가 가장 중요하다. 로스팅한 날짜에서 2주가 지났는지, 한 달이 지났는지, 두 달이 지났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나마도 간 원두는 신선도 문제에 있어서 그 로스팅한 날짜조차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갈은 원두를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원두를 갈 도구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그리고 있어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원두 그라인더’는 생각하는 것만큼 비싸지도 부담스런 도구가 아니다. 그라인더는 생각보다 아주 많은 종류가 있으며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수동 그라인더인 ‘핸드밀’은 쓸만하고 튼튼한 것이 2만원 대부터 시중에 나와있고 브랜드·디자인·재질 등도 다양해 필요와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번거로움 때문에 꺼리는 분들이라면 자동 그라인더가 편리하겠지만 핸드밀에 비해 고가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신중하게 구매할 필요가 있다.
그라인더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라면 핸드밀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단 부담 없고 실패 확률도 적으며 휴대성이 좋다. 원두를 가는 손맛과 내구성도 좋아서 잘 사용하면 평생 쓸 수 있으며, 디자인이 예뻐 인테리어 효과도 있다. 원두 분쇄도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 가성비도 뛰어난 편이다.
핸드밀을 사용하다 정말 필요해지면 신중하게 자동 그라인더를 선택·구입하면 된다. 조금 번거롭고 낯설 수 있겠다. 그러나 기존에 간 원두를 구입하다가 그라인더를 들여 놓고 신선한 알 원두를 구입해 바로바로 갈아서 커피를 마시면 신세계를 경험할 것이라 보장한다.
그렇다면 구입한 커피는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 커피를 냉장고에 보관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도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다. 이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커피는 실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커피 전용 냉장고가 있다면 이에 보관하는 것도 산패를 막는 방법이다. 그러나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맞추기도 쉽지 않고, 일단 가정집의 냉장고는 거의 전용 냉장고가 아닌지라 온갖 종류의 먹거리가 들어있기 마련이다. 커피는 냉장고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사력을 다해 그 냄새들을 빨아들이려고 하기 때문에 냉장고에는 넣지 말아야 한다.
그럼 냉동고는? 냉동고는 원두를 현재 상태 그대로 얼려버리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어는 과정을 통해 이미 원두가 물리·화학적으로 변한 상태며, 원두를 꺼내 녹이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물리·화학적 변화를 겪어야 하므로 원두는 이미 처음의 그 원두가 아니게 된다.
그래도 양이 많은 원두를 보관해야 한다면 냉동을 시키되, 한 번 먹을 분량만큼 소분해 여러 번 밀봉한 후 냉동시켜야 한다. 사용할 때도 먹을 만큼의 분량만 꺼내서 상온에서 조금 녹인 후에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2주에서 한 달 안에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을 구입해 너무 덥거나 습하지 않은 실온에 보관하면서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커피는 은근 예민한 식품이라 이런 말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나 강사의 입장에서는 가감 없이 정보를 전달해 드려야 하는 의무가 있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러한 기본 정보를 알고 커피의 구입과 보관에 신경을 쓰며 마시다 보면 진정한 커피의 매력과 카페에서도 접하지 못한 색다른 맛과 신선한 커피가 주는 건강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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