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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농사꾼도 7천평 농사에 200만원 벌어
필자도 귀농 1년차 연간 수입이 고작 300만원
김태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12-12-17 12:09:27
 ▲ 김태형, 2006년 3월 전 가족 귀농
 ▲ 2012년, 귀농 7년차 농부
시골에 내려와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젊은이가 뭣 하러 시골로 왔나?’ 하는 말이었답니다. 농촌엔 노인들만 남아 있고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나간 판국인데 일부러 농사를 짓겠다고 시골로 들어오는 우리가 한심스러운 모양입니다.
 
어른들 계산으로 평생 농사꾼으로 산 사람도 농사지어 먹고 살기 힘든데 농사를 지어본 경험도 없는 이들이 소유한 땅도 없이 게다가 제초제도 안 쓰고 농약치지 않는 농사를 한다고 하니 어림없는 소리가 아닐 수 없겠지요.
 
“농사꾼도 먹고살기 힘든 곳이 농촌인데...”
 
처음엔 그런 말이 우리 맘을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하고 원망스럽기도 했는데 농사 몇 해 지어보니 왜 그렇게 걱정 어린 시선으로 우릴 볼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됩니다.
 
농사짓느라 몸이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벌이는 형편없는 데다 판로도 마땅찮고 농기계나 하우스시설 등은 값이 엄청나 빚지고 살 수 밖에 없는 게 농촌의 현실입니다. 돈벌이로 치면 정말 농사는 돈 안 되는 일입니다.
 
얼마 전 친환경농사를 짓는 한 농민단체에서 농가 316가구를 대상으로 농가소득을 조사했는데 우리나라의 농업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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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를 보면 연간 7000평(논 4850평, 밭 1435평, 하우스 296평, 과수원 253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의 농업소득은 2529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7000평 농사지어 월 210만원을 벌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 월평균 가계소득 414만원의 절반입니다. 게다가 농지 7000평은 한사람이 지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닙니다. 부부가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면 뼈 빠지게 일하고 손에 쉰 것은 고작 100만원 꼴인 셈이지요.
 
월 210만원 VS 414만원
 
평생을 농사에 몸담아 온 농사꾼의 수입이 이러할 진데 농사에 ‘농’자로 잘 모르는 귀농인의 수입은 어떨까요? 보통 농사꾼의 절반 내지 30~40% 정도에 불과합니다. 월 50만원 벌기도 힘들다고 귀농자들은 말합니다.
 
 ▲ 준비없이 내려간 귀농자들은 월 50만원 밖에 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도 귀농 1년차에 월 30만원, 2년차에 7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데 불과했다. <사진=필자 제공>

저희도 귀농 1년차엔 연간 수입이 3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2년째에는 800만원쯤 되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 모자른 생활비를 벌기 위해선 인근 콩나물 공장이나 김장배추 절이기 등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귀농 3년째엔 친환경 농산물 공급단체인 한살림과 고구마와 대파를 계약재배 형식으로 각각 600평씩 지은 적이 있습니다. 고구마 소출은 1400kg, 수입은 고작 150만원. 다른 농사꾼 수입의 절반정도 수준입니다.
 
대파는 1킬로 단위 묶음으로 2000kg, 수입은 280만원. 일년간 들인 퇴비값 50만원, 인건비 100만원, 자재비 15만원 등을 제외하면 밭농사 1200평 농사에 수입은 고작 300만원, 일년간 땀 흘린 결과는 초라했습니다.
 
심지어 논농사는 적자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느 해에는 논 4마지기(800평) 농사를 지어 임대료, 종자값, 모종값, 트렉터값, 콤바인값, 퇴비값 등을 빼고 나니 오히려 34만원이 빚을 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농사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혼란스런 제 모습을 봅니다. 자신감도 없어지고요. 농사로 살 수 없는데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상실감이 크면 클수록 귀농에 대한 희망의 끈도 단단해 집니다. 무너진 집터에 새집을 짓듯이 농부의 삶에 대한 열망도 좌절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에서 살았다면 더 빡빡했을 지 도 모른다는... 농촌에서는 땀 흘린 만큼 벌이는 없어도 건강한 몸과 마음을 돈보다 소중한 품삯으로 받고 있다는 감사하고 너그러운 마음이 자연스럽게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 농촌에서 돈을 벌려고 하는 욕심을 부리면 상처만 받는다는 것이 귀농자들의 이야기다. 필자도 건강한 몸과 마음을 품삯으로 생각하고 있다.  

요즘 귀농 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사를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주로 특용작물이나 하우스, 축산 등에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그러나 농사로 큰 돈을 벌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단 힘들다는 것이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입니다.
 
베테랑 농사꾼도 만지지 못하는 큰 돈을 얼치기 농사꾼이 벌 수 있다면 지금의 농촌은 피폐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귀농의 또 다른 이름은 ‘자발적 가난’
 
돈벌이 보다 마음편히 살 수 있는 곳. 명퇴가 없는 노후를 위한 곳. 그런 곳이 시골입니다. 살아보니 필요한 것은 어떻게든 채워집니다. 가능하면 시장에서 사다 써야만 하는 것들을 지금보다 덜 쓰고 살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살아보니 농촌에서는 돈을 못 쓰고 살더라도 못 먹고 살지는 않습니다. 조금만 몸을 놀려도 산에 들에 먹을 것 투성이인데 못 먹고 살 이유가 없지요.
 
자발적 가난이라는 말이 요즘 귀농만큼 유행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이라는 말은 뭔가를 스스로 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이겠지요. 자발적 가난은 스스로 돈이 없는 상태로 들어섬을 말하는 것입니다. 자발적 가난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농촌입니다. 끊임없이 내려놓아야 하는 곳, 그래야 행복한 곳, 바로 농촌이고 시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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