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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울음소리와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
김종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3-03 23:23:35
 ▲ 김종우(자유기고가)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
 
오는 5일이면 경칩(驚蟄)이다.
 
옛사람들은 경칩 무렵에 우레(번개가 친 다음에 하늘에 크게 울리는 소리)가 처음으로 진동하면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글자 그대로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것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이른바 ‘개구리도 놀라서 잠을 깬다’는 이른바 경칩이다.
 
개구리(蛙)? 이를 옥편(玉篇)에서 찾으면 ‘개구리’라는 훈(訓)과 ‘와(蛙)’라는 음(音)이 나온다.
 
경칩을 맞아 개구리와 관련된 이야기 몇 가지를 적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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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이다. “나는 있으나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란 뜻이다.
 
사학자들의 자료를 인용해 보면 고려 중기의 문신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가 몇 번의 과거에 낙방하고 초야에 묻혀 살 때 집 입구에 붙였던 문구란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이 하루는 홀로 야행(夜行)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다행히 민가를 하나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청했지만 이규보는 조금 더 가면 주막이 있다고 거절, 임금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했다.
 
임금은 집 입구에 붙어 있던 글귀를 궁금하게 여겼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개구리가 뭘까?’라면서.
 
임금은 할 수 없이 인근 주막에서 국밥을 먹으며 주모에게 물어봤지만 과거에 낙방하고 집에서 책만 읽으며 살아간다는 답답한 대답뿐이었다.
 
결국 임금은 다시 가서 사정사정한 끝에 간신히 하룻밤을 묵게 된다. 그래도 글 읽는 소리에 임금은 잠이 안 오고 궁금해서 면담을 신청, 궁금하게 여겼던 ‘유아무와 인생지한’이란 의미에 대해 이규보로부터 사연을 들게 된다.
 
…아주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꾀꼬리가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까마귀가 내기를 하자고 했다. 두루미를 심판으로 세우면서 3일 후에 노래시합을.
 
꾀꼬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지만 월등한 실력을 자신했기에 시합에 응했다. 그리고 3일 동안 노력했다.
 
그런데? 반대로 까마귀는 노래연습은 안하고 논두렁에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 다녔다. 그러면서 잡은 개구리를 두루미한테 주면서 뒤를 부탁했다.
 
3일 후,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부르고 심판인 두루미의 판정을 기다렸다. 꾀꼬리는 승리를 장담했지만 결국 두루미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라는 사연을.
 
그러자 임금은 자신도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고 전국을 떠도는 떠돌이지만 며칠 후 임시과거가 있다고 해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궁궐에 돌아와 임시과거를 열 것을 명(命)한다.
 
과거 당일, 이규보는 시험관이 내 걸은 시제(試題)를 보았다. 바로 ‘유아무와 인생지한’여덟 자였다. 다른 이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이규보는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큰 절을 한 번 올리고 바로 정답을 적어 장원급제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규보가 없다고 한 개구리는 무엇일까? 자명하다. 임금에게 불의(不義)와 불법(不法)으로 얼룩진 나라의 실상을 비유해서 던진 말이다.
 
돈이 없고, 정승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까마귀가 두루미한테 상납한 개구리 같은 뒷거래가 없었기에 번번이 낙방해 초야에 묻혀 살고 있다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인 게다.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과 ‘개구리 연설’
 
다음은 1908년에 나온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게재 내용이다.
 
이 책은 개화사상가, 언론인이기도 했던 안국선(安國善)의 소설이다. 사실 안국선은 우리나라 신소설을 논할 때 이인직, 이해조 말고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금수회의록’이 1904년 간행된 일본 작가 사토 구라타로(佐藤蔵太郞)의 ‘금수회의인류공격’을 번안했다는 설(設)도 제기되고 있지만, 동물들이 토론하며 세상을 조롱하는 우화 소설로 주인공이 꿈속에서 개구리 등 여덟 마리 동물의 회의를 참관한 내용을 기록한 액자 소설이다.
 
요약컨대 동물의 특성을 빌려 인간세계의 모순과 비리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내 일제에 의해 1909년 금서로 지정되고 만다.
 
무슨 이유일까? ‘금수회의록’이 조선 병합을 목전에 둔 일제의 심기를 건든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의인화된 동물들은 당시 정국의 타락상을 마구 비판한다.
 
전문을 잠깐 소개해 보면 ‘까마귀(反哺之孝, 반포지효)처럼 효도할 줄도 모르고, 개구리(井蛙語海, 정와어해)처럼 분수 지킬 줄 모르고, 여우(狐假虎威, 호가호위)보다도 간사하고, 호랑이(苛政猛於虎, 가정맹어호)보다도 포악하다고 적고 있다.
 
또, 벌(口蜜腹劍, 구밀복검)과 같이 정직하지도 못하고. 파리(營營之極, 영영지극)와 같이 동포를 사랑할 줄도 모르고, 창자 없는 일은 게(無腸公子, 무장공자)보다 심하고, 부정한 행실은 원앙새(雙去雙來, 쌍거쌍래)가 부끄럽다’고 전하고 있다.
 
여덟 동물 연사들이 폭로한 것이 대부분 인간들의 윤리적 타락이지만 당시의 친일 내각과 친일 개화사상가 등 관료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빼놓질 않은 것이다. 때문에 일제로서는 으레 금서 조치를 내린 것이다.
 
게다가 개구리 연설 중에는 ‘어떤 사람은 제 나라 형편도 모르면서 타국 형편을 아노라고 외국 사람을 부동하여 임금을 속이고, 나라를 해치며 백성을 위협하여 재물을 도둑질하고, 벼슬을 도둑하며 개화하였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요즘 심상찮게 가슴 속에 와 닿는다.
 
왜일까? 인선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요지경(瑤池鏡) 정국과 견주어 볼 때 크게 어긋남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 보면 ‘개구리(蛙)와 매미(蟬)가 시끄럽게 운다’는 뜻으로 ‘여럿이 모여 시끄럽게 떠듦’을 일컫는 말인 ‘선조와명(蟬噪蛙鳴)’이란 또 다른 성어가 종종 생각나는 것도 현 정국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모옌(莫言)의 ‘개구리’
 
마지막은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에 숨겨진 비극을 적나라(赤裸裸)하게 드러낸 중국 작가 모옌(莫言)의 소설 ‘개구리’이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은 이 책을 통해 중국의 ‘계획생육’에 대한 아픔을 말하고 있다.
 
사실 모옌은 1988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장예모 감독의 명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이다. 2011년에는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로 선정, 우리에게 친근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의 실무자로서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며, 임신부를 납치해 강제로 임신중절 수술을 자행했던 한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로 모옌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부작용과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렇듯 이 소설 속에서 ‘개구리’는 대단히 상징적인 존재로 등장하면서 많은 독자들을 불러 모았다.
 
때문에 일전에 읽었던 기억과 서평을 서너 가지를 종합하면 왜 책 제목이 ‘개구리’인지? 여주인공이 왜 ‘개구리’의 울음소리와 함께 울 수밖에 없었는지? 등등의 궁금증이 자연 해결된다.
 
총체적으로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변질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각에서 좀 더 진지하게, 엄숙하게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양서(良書)가 아닐까 싶다.
 
“웬 박 타령인가? ‘고스톱’도 아닐텐데…”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최근 재밌는, 별의별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홀박(忽朴, 홀대받는 친박)이 그렇고, 짤박(잘린 친박)이 그러하다.
 
이뿐이 아니다. 새롭게 측근으로 부각된 신박(新朴), 줄곧 친박 활동을 해온 구박(舊朴), 원박(元朴, 원조 친박)이 그것이다. 또 있다. 한때 떠났다가 돌아온 복박(復朴)도 있고, 친이(親李)계나 중립파에서 넘어온 월박(越朴)도 있다.
 
이 무슨 ‘박 타령’인가? 명절 때 즐기는 ‘고스톱’의 피박이니, 독박이니, 광박도 아닐텐데.
 
단언컨대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다. 동일한 의미의 ‘복수난수(覆水難收)’이다. 무슨 의미일까? ‘한 번 엎지른 물은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일단 저지른 실패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내용이다.
 
알다가도 모를 세태(世態)를 안타깝게 목도(目睹)하면서 끝으로 첨언코자 한다.
 
‘앉아서 천리, 일어서서 만리를 본다’는 뜻의 고사성어 ‘좌시천리 입시만리(坐視千里 立視萬里)’처럼 ‘견줄 만한 사람이 없는 아주 뛰어난 선비’인 ‘국사무쌍(國士無雙)’한 인물들이 여기저기에서 마구마구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하시(何時)라도 몽니를 부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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