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북한은 이번 훈련에 대해서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의 침략적인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벌이려고 획책하고 있다는 소식에 내무군 군인들의 가슴에는 적개심이 불타고 있다’며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 행위라고 연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이번 한·미훈련에 맞대응하기 위해 북한전역에서 예년과는 다르게 육, 해, 공 대규모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연 2차(동, 하계)로 나누어 15~20일간씩 군, 민간예비군의 훈련을 매년 진행한다. 하지만 농업국가인 북한의 사정상 농번기인 여름훈련은 일부 군부대(미사일, 특수전 등)와 그 부대 전역예비군들만으로 진행하고 탈곡이 끝나는 12월 초부터 약 20여 일간 군과 민방위가 일제히 훈련에 들어간다.
이런 훈련은 대부분 행군, 사격, 전술훈련, 군사교육 등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병력으로만 할 수 있는 훈련이고 비행기, 함정, 탱크 부대와 같이 연료장비를 이용한 훈련은 대대, 연대 급의 소규모로 진행된다. 이 같은 북한이 본격적인 농사준비에 바쁜 3월에 육, 해, 공 대규모 훈련을 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37mm대공포훈련중인 군인들=1개 중대 6문정도 있으며 이중 2문 이상은 24시간 실탄을 장전하고 포수들은 포진지에 항시 대기하는 것이 규정이다. 해, 공군도 마찬가지이다. 김정일이 공군부대를 방문했다가 뙤약볕에 전투기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조종사에게 햇빛가리개를 해주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사진=필자제공>
지난 1차 연평해전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졌던 일화가 있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당시 군의 일반적인 실정이어서 믿게 됐던 일화였다.
NLL에서 교전 중에 있는 북한 경비정을 지원하러 함정들이 출항을 해야 되는데 비상연료탱크에서 기름이 아닌 물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연료관리자가 연료를 빼돌리고 대신 물을 채워 넣은 것이다. 지휘관들이 시장상인들에게 호소해 십시일반 연료를 모아 겨우 출항했다고 한다.
비상연료는 전투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해, 공군, 반 항공 부대 등 적의 침입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부대들의 1/3은 항상 바로 전투에 투입될 수 있게 실탄을 장전하고 군인들은 정위치에 있어야 한다.
때문에 해, 공군에 있어서 비상연료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후방도 아니고 최전방 해군부대의 비상연료탱크가 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이 사건을 보고 받은 김정일이 대노해 전군 비상연료 상태를 점검하게 하고 시장상인들에게 감사문을 보냈다고 한다.
▲ 길가에서 고장 난 군 트럭=경유대신 목탄(구운 활엽수나무)을 연료로 쓰기도 한다. 카센터가 없는 북한은 운전병이 수리까지 해야 한다.
연료가 부족하다 보니 군용차량들은 가끔 시동한번씩 걸어보면 다행이고 1년 내내 받침대에 의지해 공중에 떠 있다. 아주 가끔 기동훈련이 있어야만 내려놓는데 움직이는 차보다 아예 서있거나 도중에 고장 나는 차가 더 많다.
‘무적강군’이라던 군대의 이런 모습들을 본 주민들은 아마 전쟁이 나면 지하 갱도에 있는 새 차들을 쓸 것이라며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그것도 별 차이는 없었다.
2001년도 4월 말경 9군단 사령부가 있는 청진시 라남구역의 한가한 시내 도로로 열병식에서나 볼 법한 새 군용지프 십여 대가 인공기, 최고사령관기를 꽂고 나타났다. 선두차량을 목격한 곳에서부터 약 4Km거리를 가면서 고장 나 서있는 차량을 5대나 보았다.
지하갱도에서 공중에 매달려 있던 차량들이 시운전을 위해 나왔다고 하는데 오랫동안 습도 높은 지하갱도에 있던 차들이라 불과 10km를 운행하는 것도 어려웠다. 차량만이 아니다.
탱크부대에서 복무하던 학교 선배의 말에 의하면 대대에 6.25때 사용되었던 T-34 탱크가 대부분이고 군 복무 3년 동안 탱크는 겨우 두 번 몰아보았다고 한다. 탱크를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당시는 T-34가 어떤 탱크인지 몰랐다.
▲ 지금도 운행 중인 승리 58자동차=생산된 지 30년이 훨씬 지난 차량들이다. 일반에서 보는 차량과 TV에서 보는 차량은 대조적이다. 목탄연료를 사용하다 보니 운전병은 매캐한 연기와 가스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 해 여름 라남시내 도로를 굉음과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달려오는 두 대의 탱크를 보았고 고철덩어리 같은 그 탱크가 T-34라는 소리를 듣고 과연 저 탱크가 포탄이 나갈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런 사례들은 북한군 전반적인 모습은 아니겠지만 어디가나 볼 수 있는 모습이어서 아이들은 가끔 열병식에 나오는 군의 모습을 의아해 하기도 한다. 이런 군을 보며 항간에선 으르렁 거리는 모습만 있는 그림속의 호랑이에 빗대 ‘종이호랑이’라는 말이 생겨나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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