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우(자유기고가)
착벽인광(鑿壁引光)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벽(壁)을 뚫어서(鑿) 불빛을(光) 끌어(引)드린다’는 뜻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착벽투광(鑿壁偸光)도 같은 의미이다. 유래는 이러하다.
…중국 전한(前漢) 때 재상을 지낸 유학자 광형(匡衡)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몹시 좋아했다. 그러니 집안이 가난해 낮엔 일하고 밤에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 등불 켤 기름이 없어 고심하던 그는 이웃집 벽에 몰래 구멍을 뚫었다. 구멍으로 들어오는 불빛으로 책을 읽기 위해서…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책과 관련된 단어로 표맥(漂麥)이란 한자어도 있다. ‘글을 읽는데 몰두해 다른 일을 잊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원전을 살펴보면 …중국 후한(後漢) 때 고봉(高鳳)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하루는 장 보러 가던 그의 아내가 독서삼매(讀書三昧)에 빠진 남편에게 당부했다. “날이 꾸물꾸물하니 혹, 비가 오면 마당에 널어둔 겉보리를 걷으라”고. 하지만 아내가 돌아왔을 때 겉보리는 그 사이에 쏟아진 소나기에 다 떠내려가고 없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표맥(漂麥)이란 말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소나기로 인해 떠내려간 보리는 학문을 향한 진정한 몰두’를 의미하는 단어로 말이다.
한 가지만 더 적어 보기로 한다.
을야지람(乙夜之覽)이란 말이 있다. ‘임금이 밤에 독서하는 것’을 지칭하는 사자성어로 임금이 낮에는 정사를 보고 자기 전인 을야(乙夜) 곧, 밤 9시부터 11시까지 책을 읽는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짬을 내서 독서를 한다는 말일 게다.
그래서였던가. 같은 맥락으로 비추어 볼 때 알렉산더 대왕이 항상 ‘호메로스 일리아드’를 그리고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애독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 키케로는 “서재가 없는 방이야말로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고 말했으며, 독서광이었던 조선조 정조는 “아무리 밤이 깊어도 반드시 촛불을 켜고 책을 읽은 후 잠을 자야 비로소 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뿐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은 ‘다산 시문집’에서 독특한 여덟 가지 피서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른바 소서팔사(消暑八事)로 더위를 이기며 뜻있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내용이다.
내용은 이렇다. 첫째 깨끗한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둘째 소나무 단에서 활쏘기, 셋째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넷째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뛰기, 다섯째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여섯째 동쪽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일곱째 비오는 날 시 짓기, 여덟째 달 밝은 밤에 발 씻기 등이다. 정녕 멋들어진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희소식이 한 가지 있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의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됐음을 발표했다.
18일부터 21일까지 광주시에서 열린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는 해당 기록유산들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유네스코에 권고, 등재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기존의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예의본과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동의보감, 조선왕조의궤,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일성록,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등 9건에 2건을 보태 총 11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대단한 일이다.
무더위가 육박하고 있는 요즈음. 아닌 게 아니라 오늘이 하지(夏至)다. 그렇다면 짜증나는 일상 속에서 ‘무더위 탈출’ 또는 ‘신선한 힐링’을 위해 난중일기든, 여타의 어떤 책이든 조용히 책장을 넘겨보면 어떨까.
‘책을 읽다가 양을 잃어버린다’는 독서망양(讀書亡羊)과 ‘책을 읽음으로써 옛날의 현인들과 벗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독서상우(讀書尙友), ‘독서를 게을리 하지 마라’는 물라독서(勿懶讀書) 그리고 ‘독서하지 아니하는 이가 하는 말은 흥미가 없다’는 어언무이(語言無味) 등의 좋은 고사성어도 더불어 숙지하면서.
그렇다. 오늘은 반드시 집에 가는 길에 서점을 들러 신간이든, 구간이든 요모조모를 살펴보아야겠다. ‘길이길이 전할 불후의 양서’인 불간지서(不刊之書)를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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