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야, 우린 여기에 아주 중요한 식물을 심었어. 파샤를 구해줄 임무를 가진 식물이야. 하지만 인간들 때문에 자주 와서 볼 수가 없어. 이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나한테 소식 전해줄 수 있지?” 미미가 클로버에게 부탁했다. “물론이지, 미미! 우리가 하는 일이 그 일이 아니겠어? 바로바로 알려줄게.” 클로버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미미와 알프 요정, 빅과 래빗, 그리고 레드는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환하게 떠오른 해는 숲의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우탄과 졸개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고 있었다. 레드가 졸개들을 하나씩 단단히 묶어 골방에 가두어 두었다. 레드가 깨어난 우탄에게 말을 걸었다. “우탄, 네 놈은 언제쯤 정신을 차릴 거냐? 네가 인간의 꾐에 넘어갔는지 모르지만 인간은 그렇게 만만한 것들이 아니야.”
“레드, 너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갑자기 초능력자가 된 거야? 뭔가 빛이 번쩍한 건 기억나는데?” 우탄이 레드에게 물었다. “그건 네놈이 알 바가 아니지. 도대체 네 놈이 인간에게 약속받은 게 뭐냐? 너는 숲이 사라져도 살아남을 거 같아?” 레드가 우탄에게 되물었다.
“레드, 이 줄 좀 풀어주고 얘기하면 안 될까? 온 몸이 쑤시네. 너와 나의 오랜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이것 좀 풀고 얘기하자.” “우정? 놀고 있네. 넌 숲을 배신한 놈이야. 내가 이제 말하지만 마이갓이 살고 있는 곳을 인간에게 일러바친 것도 너지? 마이갓 가족을 인간에게 넘기고 목숨값으로 받은 게 뭐냐?”
“무슨 소리야? 마이갓은 하도 시끄러워서 인간의 눈에 띠게 되어 있어. 내가 왜 마이갓을 인간에게 팔아넘긴다고 하냐?” “몇 남지 않은 마이갓도 이제 여길 떠나려고 하더라. 네 놈은 인간에게 이용이나 당하고 버려질 거야. 숲이 사라지고 나면 네 놈이 인간에게 더 이상 쓸모가 있을 것 같으냐? 네 놈이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없애버리고 싶다만….”
“레드, 이렇게 나를 그냥 말려 죽일 셈이야? 네가 어떻게 갑자기 초능력자가 된 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살려주라, 예전의 우리 우정을 생각해서 말이야.” 우탄이 애원했다. “우정? 네 놈이 쓰레기통에 갖다버린 우정인지 뭔지 하는 그런 거 말이냐? 그게 뭔지 모르겠다만 너한테 반성할 기회는 주지.”
“살려주면 이제 무조건 네 말 듣고 잘할 게. 사실은 인간들이 자기들한테 협조하면 우리를 도시로 데려가서 잘 살게 해준다고 했어. 멋진 집과 차를 주고 예쁜 여자를 아내로 준다고도 했어. 엄청난 돈은 물론이고.” “그래서? 넌 그 말이 믿어지냐? 인간이 너 같은 괴물한테 그런 걸 제공하겠니? 이상하게 생긴 종족이라고 자연사박물관에 전시하면 그게 아마 최고의 대우일 걸?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자연사박물관? 그게 뭔데?”
“이 멍청한 괴물아! 우리랑 오랫동안 함께 지냈던 린링족 알지? 그들은 같은 인간인데도 침략자들에게 집과 숲과 모든 걸 빼앗겼어. 대부분 노루처럼 몰아서 총으로 쏘아 죽이고 몇 남은 사람은 신기한 종족이라고 자연사박물관에 가두었지.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짓도 그런데 너 같은 괴물을 대접해 주겠니? 죽이든지 놀잇감으로 쓰든지 하겠지.”
“그게 정말이야, 레드? 인간이 인간에게 그런 짓을 했다구? 설마….” 우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린링들은 함께 지낼만한 인간들이었지. 그들은 숲을 사랑하고 모든 생명을 가족으로 여기고 심지어 신성시했어. 그토록 선하고 맑은 영혼을 나쁜 놈들이 도륙했어. 난 이 얘기를 물푸레나무에게 들었지. 우탄, 너 정신차리는 게 좋을 거야.”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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